일본도 시뮬레이터로 F-35 평가했다? 무기의 세계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의 황당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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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타보고 싶으면 1대 사라”


미국은 한국 공군과 방위사업청이 차기전투기사업(F-X)의 대상기종인 F-35에 대한 시험비행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국방부 출입 기자에게 “미 공군과 록히드 측은 한국이 F-35를 굳이 시험비행하고 싶다면 ‘현재 시험비행 중인 시제기로 개발된 F-35 1대를 사라’며 탑승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F-35를 탑승할 수 없다면 다른 기종에 탑승하여 시험 비행하는 F-35를 관찰할 수 있는 추적기 제공 요구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때문에 우리 공군 시험평가 요원들이 실제 비행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비행 장면을 근거리에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불확실한 것으로 보여 진다. 결국 F-35의 경우는 실제 비행이 아니라 지상에서 시뮬레이터로 대체하여 평가한다는 것이 현재 방위사업청의 방침이다.  

노대래 방위사업청 청장은 6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F-35에 대해 시험비행 대신 시뮬레이터로 검증한다고 하니까 (외부에서) 평가 방식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일본, 이스라엘도 이렇게 (F-35 검증을 시뮬레이터로) 했다"며 차기전투기를 시뮬레이터로 평가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미래의 전투기까지 경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진위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이 주장 자체는 충격적이다. F-35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종이라면 “어느 정도 문제는 있다”는 점이 당연한 것이고, 우리는 기종을 평가하면서 적정한 시점에 F-35의 단점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감점 처리하던지, 아니면 탈락시키면 그만이다. 그런데 시뮬레이터로 평가하는 것이 비행 시험을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노 청장은 전투기가 뭔지, 기종평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도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공군의 전투기 사업,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에서 무기 획득의 최고 책임자의 생각이 바로 이러하다. 비정상적이고 변칙적인 기종 평가를 당연시하면서 “뭐가 문제냐”는 식의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내놓는 배경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과 이스라엘도 시뮬레이터로 평가했다고 우기는 장면에서는 할 말을 잊게 된다.



“일본, 시뮬레이터 평가”는 사실 아니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시뮬레이터로 F-35를 평가하고 선정했다”는 말은 맞는 주장일까? 일본은 현재 운용할 전투기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생산할 전투기를 선정했다. 작년 10월 5일에 일본 방위청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호텔에서 열린 사업 제안설명회에서 존 밸더스톤 록히드마틴 영업 책임자는 약 80억불 가치의 일본 현지생산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 주요 내용은 F-35 전투기의 핵심 구성품 제조 및 정비와 엔진조립을 일본 기업이 수행한다는 산업 협력 구상이 그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이 제안에 따라 한 달 여 뒤인 12월 13일에 F-35를 선정하고 발표했다. 이날 호텔에서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터가 공개된 바 있는데, 작년 서울 에어쇼에 등장한 것과 동일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터는 F-35를 소개하고 설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전투기 기종선정을 위한 수단은 아니다.

일본은 초기 합동전투기사업(JSF)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로서 미래 전투기 생산을 위한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고 공동생산에 합의하였던 것이고, 이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누리지 못하는 특혜라고 할 수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IHI 등이 주요 사업자로 참여하게 되는 일본의 차기전투기 사업은 아직도 성능이 불확실한 미래 F-35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개선할 것이며, 이에 일본이 참여함으로써 전투기 생산국가가 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제공받게 되는 경제/기술적 편익이 그 핵심이기 때문에 당장 전투기 성능은 핵심 변수가 아니다. 반면 우리는 한국항공우주(KAI)를 비롯한 국내 방위산업이 F-35를 조립하는 것도 아니고 완제기로 60대를 구매하는 사업이다. 국가 전략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공군의 시험평가단의 정상적인 현지 시험평가는 ▲ 전투기 시스템 원리 이해 및 작동방법 숙지 ▲ 조종훈련장치(CPT),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사전 비행훈련 ▲ 복좌 또는 단좌 항공기 비행시험 수행 ▲ 비행절차 (브리핑/디브리핑, 비상절차 등) 숙지 ▲ 비행시험 결과 정리 및 후속조치 사항 확인이라는 절차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는 시험항공기, 시뮬레이터, 조종훈련 장치를 준비함은 물론이고, 시험 비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표적기와 공중급유기까지 준비시켜 놓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전투기의 성능을 확인하고, 추후에 미진한 사항을 점검하는데 보통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10년 전에도 개발 덜 된 전투기 시험했다

 

2002년의 제2차 FX 사업의 경우를 보자. 당시 대상기종이 된 F-15K, 라팔, 유로파이터, SU-35에 대해 지상에서의 시뮬레이터에 의한 평가는 ▲ 관숙비행(숙련을 위한 비행) ▲ 고위험성 비행특성 ▲ 비행훈련 지원성 ▲ 무장발사/투하훈련 등에 최소 15소티를 배정했다. 그러나 반드시 비행훈련을 통해 확인해야 할 전투기의 핵심 성능으로는 ▲ 관숙비행 ▲ 주/야간 공대공 작전능력 ▲ 주/야간 공대지 작전능력 ▲ 시스템 평가 및 공중급유 ▲ 항공기 성능/특성 평가를 위해 기종별로 최소 17소티를 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종별로 개발 정도에 따라 시뮬레이터와 실제 비행시험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개발 중인 기종을 위해 핵심 성능을 시뮬레이터로 대체하도록 파격적인 양보를 한 경우는 없다. 2002년 당시 공군 시험평가단장이던 조주형 예비역 대령은 “당시 개발 중이던 기종인 유로파이터도 15소티 이상 시험비행을 수행했다”며, “전투기 개발과정에서 1000번(1000소티) 이상 시험비행을 하는 이유는 데이터에 의한 시뮬레이션 평가와 실제 비행시험이 워낙 현저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개국의 첨단 전투기를 모두 탑승해 본 경험이 있는 그는 “공정한 평가라면 실제 비행시험이 불가능한 전투기는 대상 기종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조 대령의 설명에 의하면 개발 중인 전투기의 기체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는 비교적 시뮬레이션과 실제 비행시험 간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투기에 전자장비와 폭격 기능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그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막상 비행을 해보면 시뮬레이션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 때문에 무수한 시험비행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지금 F-35의 경우 비행시험의 20%밖에 수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으로 성능평가를 대체할 경우 나중에 개발이 완료된 F-35 전투기는 우리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전투기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F-35가 ‘미래의 전투기’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재 시뮬레이터 갖고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즉 F-35는 신뢰할 만한 제대로 된 시뮬레이터 자체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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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