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보취약시기 군 지휘구조 개편, 국가 안보를 포기할 셈인가?-① 인터뷰

 

안보취약시기 군 지휘구조 개편, 국가 안보를 포기할 셈인가?-①

“한미연합작전과 안보취약시기 고려하지 않은 군 골격 전면 개조는 개악”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은 3월 22일 전쟁 기념관에서 열린 한 국방개혁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국방개혁 307계획’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편협한 자군 이기주의’라고 평했다. 이 말이 나오자 행사에 참석한 예비역 장성들은 일제히 매서운 눈빛으로 김 비서관을 쏘아봤다. 김 비서관의 기조연설 후 상부구조 개혁안 발표를 맡은 이한호 예비역 공군참모총장은 김 비서관의 ‘편협한 이기주의’ 발언을 면전에서 반박하며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대담 김종대 디앤디 포커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정리 김동규 디앤디 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예비역들의 반발, 밥그릇이 아닌 다른 이유

김종대 편집장(이하 김종대)

‘국방개혁 307계획’에 반발하는 움직임에 대해 각 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개혁은 싸워서 이기는 부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인데 육해공군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진단입니다. 언론도 ‘자군 이기주의’란 논점으로 보도하고 있고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한호 예비역 공군 참모총장(이하 이한호)

국방부는 예비역들이 군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처럼 말하면서 현역과 대립하는 수구세력으로 몰고 있습니다. 현역과 예비역의 접촉 자체를 반개혁 행위로 보는 것 같습니다.

우선 왜 각 군이 반대하는지 또 무엇을 반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군구조 개편안이 가려고 하는 방향은 통합군제로 가는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서 통합군제가 무엇이라고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현역 군인 아래에 육해공군을 다 소속시키는 게 통합군입니다.

미국의 경우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이 완전히 분리된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군성 아래에 각 군 총장이 있고 또 태평양사령관 같은 통합사령관이 있죠. 미군의 ‘통합사령부(unified command)’와 제가 말한 통합군제는 다릅니다. 통합사령관은 육해공군의 작전요소를 가져와서 통합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뿐입니다. 인사ㆍ군수는 공군성을 통해 공군본부를 거쳐 지원되고 육군성을 통해 육군본부를 거쳐 지원되는 방식입니다. 군정을 모아서 태평양사령관에게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307계획의 개혁안을 태평양 사령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은 군정과 군령이 나뉘어 있습니다. 미군의 경우 합참의장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에 대한 군령보좌 역할만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현역 군인 아래에 육해공을 다 소속시키고 군령권과 군정권까지 주는 건 분명히 통합군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합참의장이 인사권 일부만 갖는데 뭐가 문제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합참의장이 인사권 전부를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중위, 소위 인사까지 다 합참의장이 할 수는 없는 거죠. 합참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 합동작전을 하는 부대장에 대해서만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말인데….

 

김종대

합동 직위자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한호

그렇습니다. 합동작전에 관련된 인사만 한다는 말인데, 사실 이게 인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합동 직위자 인사를 빼면 남는 게 뭐가 있습니까? 특히 공군의 경우 작전사령관, 정보본부장 인사를 빼면 중장 중에 남는 게 뭐가 있습니까. 나머지 중장은 인사라 할 것도 없습니다. 또 소장은 합참으로 갈 사람, 전투사령관을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이건 인사권을 다 갖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핵심적인 것만 가지면 다 갖는 거죠.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최근에는 절대 그와 같이 많은 인사권을 합참의장에게 주는 것은 아니라며 변명 비슷한 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이후 작전 관계관들이 합참에 주목하지 않고 인사권을 가진 참모총장만 의식해서 작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군정권 일부를 합참의장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행 군인사법 20조에는 이미 합참의장이 합참근무자, 합동부대장, 각 군의 작전부대장에 대한 인사협의권을 갖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군정권 일부를 더 주겠다고 주장하면 무슨 인사권을 더 주겠다는 것인지…. 하나마나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합니다.

국군군수사령부를 만들겠다는 것도 사실 3군의 군수를 다 장악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함정을 국군군수사령부에서 관리할 건가요? 전투기 정비와 수리부속 관리도 국군군수사령부에서 할까요? 어차피 3군 공통 품목은 이미 통합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군수사령부를 만들 이유가 없단 겁니다.

육해공군 대학을 통합해 합동성을 구현한다는 방안에도 의문이 있습니다. 각 군의 전문 교육 없이 합동성 구현이 가능할까요? 각 군 대학은 각자 군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됩니다.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엄청나게 많죠. 무기체계, 지휘통제시스템 등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합니다. 그에 맞게 교리도 바꿔야 하는데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육군대학에서는 사단급 참모를 교육하고 공군대학에서는 비행대대장을 교육하는데, 이렇게각 군에서 전문성 위주로 잘 교육받은 사람들을 모아야 제대로 된 합동작전이 가능합니다. 통합이 능사가 아닙니다. 각군의 전문성을 살리고 전문화된 전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 바로 합동성 강화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미 국방대학교 내에 합동참모대학이 있습니다. 필요하면 합동참모대학을 확대개편해서 교육 내용도 보강하고 학생 수도 늘리면 됩니다. 그런데 국군 교육사령부가 왜 필요하며, 국방대학교는 뭐하는 곳이며, 3군 대학을 통합한 학교는 또 무엇이란 말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합동성 강화를 위해 국군교육사령부 창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최근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크기변환_사진1.이한호공군참모총장.JPG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69년 공군소위 임관(공군사관학교 17)

95년 제19전투비행단장

98년 공군정보작전참모부장

02년 공군작전사령관

03 28대 공군참모총장

06년 제14대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연합작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혁

“전시작전권을 환수 받은 뒤 합참의 업무는 폭주할 것. 합참이 전시작전계획을 짜고 전쟁지도준비를 해야 하는 등의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

김종대

군정ㆍ군령을 한 사람에게 쥐어주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상부구조 개편의 다른 문제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이한호

다른 문제로는 연합작전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연합작전은 전작권 전환 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전환 후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국가방위에 기여하는, 즉 북의 남침과 도발을 억제하는 측면에서 미군은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에는 주일공군, 7함대 항공모함, 본토의 B-2까지 한반도에 출격하게 되는데, 이 전력들이 효과적으로 운용되는가의 여부가 곧 전쟁초기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시에는 미 해ㆍ공군의 항공작전능력이 순수 한국군 공군전력의 수십 배에 달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연합전력이 구성되는 방식을 보면 우리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와 미 7함대사령부, 미 지상구성군과 1ㆍ3군 사령부가 연합 구성군이 됩니다. 이렇게 구성된 전력을 연합사령관이 통제해 작전을 수행하는데, 만약 군제를 개편할 경우 구성이 달라집니다. 각 군 총장이 지금까지 작전사령관들이 행사하던 군령권을 갖게 되므로 공군본부와 7공군사령부, 해군본부와 7함대 식으로 구성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군구성군사령관은 7공군사령관인 미군 중장이 담당하는데 4성 장군인 우리 총장이 부사령관으로 함께 작전을 할 수 있을까요? 해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합작전에 엄청난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나오는 말이 작전본부를 만들어서 작전을 지휘하고 연합작전도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작전본부를 전투지휘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공군에는 부참모총장을 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산에 작전본부를 두는 것이나 공군작전사령부를 두는 것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작전본부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줄어들 수가 없죠. 연합작전을 작전본부장이 한다고 해서 지금 있는 인력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작전본부장이 전권을 가진 지휘관(Commander)인지, 아니면  참모(Staff)로서 지휘권을 위임받는지가 불투명하다는 것 입니다. 두 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김종대

작전사령관이 작전본부장이 되면 지휘자가 아닌 참모가 되는 것입니까?

이한호

참모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주장해도 작전본부장은 한 부서의 장일뿐 지휘관은 아닙니다. 지휘관을 두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작전을 지휘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참모가 되면 총장이 만들어준 규정과 작계를 가지고 책임도 없이 작전을 지휘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전작권 전환 전의 문제입니다. 전작권 전환 후에는 어떨까요? 합참의 업무량이 지금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집니다. 지금 연합사가 하는 업무를 모두 우리 합참으로 가져온다는 것인데, 상부구조개편 후 미 합참, 태평양사령부는 우리 합참 말고는 상대할 조직이 없을 겁니다. 주한미군사령관도 우리 합참의장 외에는 상대할 사람이 없게 됩니다. 합참이 미국의 3개 조직(미 합참, 태평양사령부, 주한미군전투사령부)을 한꺼번에 관리하면서 동시에 60년 동안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전시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전쟁지도계획을 갖춰야 합니다.

과연 합참이 이 모든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거기다 육해공군을 다 붙여주고 인사ㆍ군수권 일부까지 가져가면 합참의장의 업무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합참을 그대로 유지한 뒤 합참의장은 전시작전계획수립과 전쟁지도계획에만 신경 써야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우리가 2015년까지 전작권 환수를 미룬 이유에는 합참의 작전계획능력과 전쟁 지도 능력의 부족도 있습니다. 안보취약기간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아직 전작권을 수용할 준비가 안 돼있다는 차원의 문제도 있는 겁니다. 4월 13일자 국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합참에 4성장군인 1차장을 두어 작전 지휘를 전담토록 한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도 합참조직 비대와 업무량의 폭주로 제대로 된 작전 지휘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합참의장이 아닌 차장이 각 군 총장을 작전지휘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는 공군만은 별도로 부참모총장이라는 직책을 두어 연합작전을 담당토록 한다는 말도 나오고 전작권 전환 전까지 각 군 총장을 연합작전 통제계선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합참차장, 공군 부참모총장, 육군 전투지휘본부장, 해군 전투지휘본부장 이런 사람들이 전쟁을 한다는 말인데 지휘관들은 어디로 숨고 부지휘관과 참모들이 전쟁을 한다는 말인지, 아마도 해외 토픽 감이 아닐까요?

 

크기변환_사진3. 로버트윌라드 태평양사령관.jpg 

▲ 로버트 윌라드 태평양 사령관.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은 미군의 통합사령관은 통합군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대

합참의 업무가 과다해지는 것을 지적하셨는데, 다른 조직은 업무량 변화가 없을까요?


이한호

제가 작전사령관을 맡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UFG(을지 프리덤 가디언)로 이름이 바뀐 UFL(을지 포커스 렌즈)훈련 당시 작전사령관은 마음대로 소변보러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아침 5~6시 경부터 훈련을 시작하면 먼저 북한 정보, 지상군 정보, 해군 정보, 공군의 전력현황 등을 보고받고 연합사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후 어디를 어떻게 타격할지를 계획하고 계속되는 사태들을 처리합니다. 저녁이 되면 그날 작전을 종합해 분석하는데, 이렇게 전쟁을 수행하다보면 24시간도 부족합니다.

제가 공군작전사령관일 당시 스스로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 나와 있는 미군들이 밤잠을 자지 않고 저렇게 열심히 연습에 임하는데, 나의 조국을 지킨다는 내가 저들보다도 안이한 자세로 연습에 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들보다 더 성실히 연습에 임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건강 하나는 자신 있다고 자부하는 저도 체력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연합사령관은 잠도 못잘 정도로 바쁩니다. 식사도 햄버거로 대충 해결하고 잠깐잠깐 눈을 붙이면서 계속 작전을 지휘합니다. 이렇게 바쁜 작전지휘를 계룡대의 총장들에게 하라고 하면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전시가 되면 군정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총장이 어떻게 전쟁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휘할 수 있겠느냔 말입니다. 물론 작전본부장이 하면 된다고 말하겠지만 지휘관은 다 어디로 가고 참모가 붙어서 작전을 지휘한단 말입니까?

김종대

그러니까 합참의장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도 업무량이 많아지는군요?

이한호

그렇습니다. 각 군 총장에게 엄청난 업무량이 생기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각 군의 작전사령관들이 합참의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는데 개편이 되면 각 군의 전투지휘본부장이 참모총장과 합참차장을 거쳐 합참의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등 지휘체계도 더욱 복잡해집니다.

김종대

희한합니다. 단순하게 통합한 단위에서 모든 조직의 업무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지휘계통이 복잡해 진다니….

이한호

단순화 측면에 대해 한 언론에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각 군 본부와 사령부를 통합하려면 같은 자리에 모아야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겠죠. 한데 이렇게 큰 조직들을 같은 자리에 모으는 건 1~2년에 되는 게 아닙니다. 우선 법률부터 바꾸고 대통령령도 만들고 시행안이 결정돼야 예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땅부터 사고 집을 지어야 갈 수 있는데 준비도 없이 간다고 해서 되겠습니까?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국방부도 나름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각 군 작전사령부가 있던 용인ㆍ오산ㆍ부산에 전투지휘본부를 그대로 두고 각 군 본부도 계룡대에 그냥 둘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전쟁지휘가 되겠습니까? 


 

 

- 다음에 계속됩니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