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무삭제 기고문] 별들의 전쟁 군 인사

<월간중앙> 2013년 5월호 본인의 기고문 중 편집된 부분을 복원하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글입니다.

 

육사 4인방이 좌우하는 한국안보,

군 인사에도 별들의 전쟁 시작되나?

 

전직 국방장관의 날 선 비판

최근 국내 안보정책 연구기관인 국가전략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국가안보전략’ 최신호에는 세간의 눈길을 끄는 시론 하나가 실렸다. 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이상희 전 국방장관(육사 26기)이 기고한 ‘공은 나에게, 책임은 부하에게?’라는 시론이다. 불과 한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이 시론은 군 안팎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세간의 관심을 자극한 대목은 이 전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육사 25기), 김태영 전 국방장관(육사 29기). 한민구 전 합참의장(육사 31기), 정승조 합참의장(육사 32기)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미흡한 대응을 비롯하여 2004년 당시 육군의 진급비리 의혹사건, 그리고 작년의 노크 귀순 사건 등에서 드러난 실수를 군 최고 지휘부가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였다는 지적이다. 시론은 “새로운 정권에서는 아래로 미루는 이런 일들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끝을 맺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 시론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전직 국방장관이 박근혜 정부가 과거 참여정부 군 출신 인사 중용에 대한 날선 비판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박근혜 정부는 남재준 국정원장(25기),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박흥렬 경호실장(28기) 참여정부 육군 참모총장 출신 3명을 모두 중용했다. 본인도 참여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역임한 이 전 장관과 앞의 세 명의 육군 총장 출신들이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기류는 비록 이 시론만이 아니다. 그 기구한 사연은 매우 2006년부터 형성되었다.

2006년 10월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개각을 앞 둔 시기였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행정관은 국방장관 후보자들의 인사파일을 정리하기 위해 유력 대상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한 일이 있다. 이 행정관이 어느 날 집무실로 찾아가 만난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은 “차기 국방장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행정관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전투에는 관심 없고 인사에만 몰두하는 육군본부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였다. 듣고 있던 행정관이 참다 못해 반문했다.

“그러니까 김장수 총장은 안 된다는 말이죠?”

남재준, 김장수 이어지며 인사잡음의 진원지인 육군본부는 합참의장에게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된 것처럼 보였다. 이어 육군본부로 내려 김장수 총장을 만난 청와대 행정관은 “합참의장이 총장에 대해 많이 서운해 하는 것 같다”며 슬쩍 떠보는 말을 건네자 김 총장은 “선배님이 군을 아끼는 마음에 한 말일 것”이라며 오히려 합참의장을 두둔했다. 제법 도량이 깊은 이 말이 청와대 행정관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 달여 후에 김장수 육군 총장이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장관으로 진출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기대했던 이상희 합참의장은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군복을 벗었다.

참여정부 말기에 현직 대장 두 명을 장관직 진출을 두고 경합을 부친 것은 이후로 오랫동안 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대부분의 장교들이 현직 누구와 줄을 대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문민통제가 무너지고 군 내부에 근무인연이 더욱 중시되는 사조직 형성의 풍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 장관이 내정되자 이 의장은 몹시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전, 또 반전.....

그러나 불과 1년여 후에 상황은 또다시 반전되었다. 참여정부에서 물먹은 이상희 의장이 국방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이 장관은 부임하자마자 ‘전문성에 기초한 인사관리’라는 명분으로 계룡대의 인사 직능 장군들을 배제하는 새로운 인사정책을 시행하면서 소위 ‘김장수 사람’, ‘박흥렬 사람’이라고 낙인찍힌 장교들을 한직으로 내몰았다. 이는 이 장관이 직접 주도했다기 보다는 청와대가 직접 장교 신상을 관리하는 소위 ‘검증자료’를 운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원성은 대부분 이 장관을 향했다. 이 무렵 김장수 사람, 박흥렬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군에서는 상위직으로의 진출이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는 실패자로 내몰렸다. 이런 반전을 통해 유력자와의 근무인연에 따라 진급이 좌우되는 인연중시, 줄서기 풍토가 확산되었다. 장교가 진급을 하려면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1등을 하면 되는 것이고 외부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2008년 4월에 임충빈 육군총장은 계룡대에서 장군 보직신고를 받으면서 “총장이 인사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폭탄선언을 하며 사실상 인사에 외압이 존재했음을 암시하자 계룡대는 발칵 뒤집혔다. 즉시 “과장만도 못한 총장”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진급을 하려면 청와대건 국회건 로비를 해야한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퍼져나갔다. 2010년 정기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천영우 안보수석을 방문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합참의 J 소장이 번번이 청와대의 검증에 걸려 진급에서 낙마하는데 대해 그 이유를 따졌다. 김 장관의 항의에 천 수석이 서랍에서 무슨 명단을 꺼내더니 “J 소장은 이 명단에 포함되어 안 된다”고 말하더라는 것. 이에 김 장관이 “그 분야는 J 소장 밖에 없기 때문에 정체불명의 명단 갖고 따지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세간에 소문으로 나돌던 살생부가 실제로 청와대에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평소에 군 인사에 대한 소문을 전해 듣고 있던 김장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10년 정기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찾아가 군 인사 문제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내가 군에서 무슨 사조직을 만들었냐”며 자신이 현직에 있던 시절의 부하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데 대해 이유를 따지자 정 실장은 “사실 인사문제로 청와대는 이상희 장관과 편치 않았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군 인사에 나타날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의 경우는 과거 장관 시절의 부관(육사 47기)을 청와대 안보실의 중요 직위에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육군 참모차장 황인무(육사 35기) 중장의 경우 김 장관이 총장, 장관 시절에 비서실장, 군사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인연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고, 총장 시절 비서실 출신인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장 혁(육사 39기) 준장도 지난 정부에서 한직에서 설움을 받다 최근 요직에 중용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해당 기수 중에서 선두 엘리트 그룹이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적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다.

별들의 자기사람 챙기기

남재준 국정원장 역시 부임 직후 군 출신 등용과 관련하여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되어 3개월째 일하고 있던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육사 42기)인 모 준장을 군으로 돌려보내고 남 원장이 총장 시절에 수석 부관을 역임하고 이제는 군복을 벗을 처지인 모 대령(육사 37기)을 대신 기용했다. 국정원의 파격적인 인사교체에 대해 육군본부는 “인사관행에 어긋난다”며 항의했으나 국정원은 “당신들이 모 대령을 진급시키지 않으려면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이 파문이 잦아들 무렵 남 원장은 자신의 오랜 측근인 군 통신장교 출신을 국정원 3차장에 기용하는 또 한 번의 파격을 감행했다.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외부인사를 국정원 최고 요직에 기용하는 것을 본 국정원 퇴직자들은 “남 원장이 국정원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본다”며 혀를 찼다. 여기에다가 국정원 내부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국장까지 남 원장은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 한편 총장 시절 비서실 출신인 예비역 대령(육사 38기)도 국정원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청와대와 국정원의 장관급 책임자라면 자기 사람을 한 두 사람 등용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기왕 실력을 갖춘 인재라면 소통이 잘되는 옛날 부하가 옛 상관을 만나서 일을 더 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 정치적 이유로 소외된 인사들이 요직에 등용되는 것은 과거 비정상적 인사 행태가 정상화되는 현상으로 인식될 만하다. 그러나 일부 무자격자의 국정원 입성은 분명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만하지만 청와대, 국정원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군의 정기인사에 관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욱이 청와대와 국정원은 검증자료와 동향보고를 통해 사실상 군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특정인을 탙락시키거나 밀어줄 수 있다. 올해 4월의 군 정기인사에서 벌어질 ‘별들의 전쟁’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군 출신 인사는 아예 국방부 장관과 같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군 관련 직위에 보임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적어도 현역 장교와 연결고리가 완전히 단절된 순수 문민 출신이 아니면 국방부와 관련 직위에 발도 못 붙이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 운영에 사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콜린 파웰은 국방장관이 되지 못하고 국무장관으로 부임했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과거에 일한 부하에 대해 유력자가 진급으로 보답하는 풍토에서 육군본부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는 문민통제의 대의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

이로써 한 학년 정원이 270명에 불과한 소규모 특수 교육기관인 육군사관학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공직자를 네 명이나 한꺼번에 배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에 포진한 육사 출신 국회의원까지 고려한다면 종합대학의 1개 단과대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의 군 교육기관이라고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위 3명과 김관진 국방장관까지 ‘안보 4인방’의 경력을 보면 김장수, 남재준 2인은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육군 총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관진 장관도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후 군사령관과 합참의장을 역임했다. 박흥렬 경호실장도 육군 차장과 총장을 역임한 정통 육군파이다. 이들은 경력이 엇비슷한 정통 군사엘리트 출신으로서 사고체계와 문제해결 방식이 지상군식 전략문화(strategic culture)에 속한 동질적 집단이다. 육사 선후배 출신들로 촘촘하게 짜여진 인적 구조는 소위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안보위기에서 드러난 지상군 문화

사실 군사정책에서 육군 편중 문제는 군 내부에서도 그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해군과 공군 전술의 특징은 특정한 선 방어에 국한되지 않고 해역에서 군사력을 융통성 있고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반면에 지상군 전략문화는 알파, 브라보, 찰리로 불리는 특정한 통제선을 고수하는 방식으로 지상에 고착된 절차와 문화로 짜여져 있다. 이러한 지상군의 전술방식은 육군의 표준행동절차(SOP : Standard operating Procedure)로 정착되어 조직의 강력한 문화를 형성한다.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과 필립 젤리코(Phllip Zelikow)는 조직의 표준 행동절차가 쿠바 미사일 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조직은 그 특유의 절차와 능력에 의해 움직이면서 국가 차원에서는 거대한 비합리성을 초래한다. 우리의 경우 제1,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 당시에 육군 일색의 합참이 해양의 전술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육군식으로 전력을 운용하다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2010년 3월의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에 이상의 합참의장(육사 30기)은 합참에 근무해본 적이 없는 순수 육군본부 출신으로 사건 당일 만취한 상태였다. 해양에서의 합동작전을 통제할 수 없는 무면허 운전에다가 당일 음주운전까지 한 셈이다. 특히 사건 당시에 합참의 작전 라인은 작전본부장(육사 32기), 작전부장(육사 35기), 작전처장(육사 38기), 합동작전과장(육사 41기)으로 구성되어 해양에서의 작전 특성과 군함 침몰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육군 패권적 문화가 이제는 군 내부가 아닌 국가적 규모로 확대된 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다 같이 군대를 다녀온 적이 없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육사 출신 형님(이상득 전 의원, 육사 13기)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육사 출신 동생(박지만, 육사 37기)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상득 전 의원의 육사 동기이자 과거 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맏형으로 불린 이종구 전 국방장관(육사 13기)에게 국방장관을 추천받았고, 그 결과 2008년 3월에 이 전 장관과 전의 이씨 종친인 이상희(육사 26기) 씨가 장관으로 임용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다름 아닌 하나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는 박지만 씨의 동기인 육사 37기 출신이 군 수뇌부로 진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육사 37기는 하나회의 마지막 기수다. 한편 지난해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국방부 안팎에서 ‘박지만 리스트’가 나돌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두 보수 정권의 육군사관학교 사랑은 숙명적이다. 개발독재 시절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고 스마트한 조직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육군 엘리트 집단은 국가를 자신들이 책임진다고 생각한 집단적 소명의식에 기초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 출신을 중용한 이유가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 중시 국정기조 때문이라지만 개발독재 시절을 주도한 군 출신의 애국심, 충성심, 높은 효율성과 조직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안보 4인방, 자산인가? 짐인가?

우리나라는 헌법과 국군조직법에 의해 대통령이 국군을 통수하며, 국방장관은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군에 대한 군정권과 군령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법이 정한 공식 지휘계통을 초월하여 권력과 군인이 사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군대는 걷잡을 수 없이 정치화되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군인을 줄 세우려는 권력과 권력에 줄 서려는 군인 사이에 사적인 밀월관계가 형성되어온 오래된 역사가 바로 군 사조직의 역사이다. 그 원조겪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 내부에 일군의 엘리트 장교를 권력에 대한 충성집단으로 사조직화하여 진급과 보직을 독식하도록 조장한 결과는 참혹했다. 군 내 지휘계통에서 하극상에 이어 12․12 군사쿠테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유혈진압이 바로 그것이다. 그 점에서 두 보수 정권이 이러한 과거 역사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혐의는 군 인사에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거에 불이익을 받던 하나회 출신 장성이 세 명이나 사단장으로 진출한 것만 보아도 그러하다. 이상득 전 의원이 30년 이상 하나회의 재정적 후원자였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사로 사조직 후원자의 명맥을 이어갔다.

한편 군 출신들의 새 정부 요직 진출 전후에 여전히 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군들의 모임인 성우회의 동향도 눈길을 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지 사흘 후인 2월 15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해선 안 되는 말이다.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을 합의한 상황에서 연기를 하자는 건 이상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말려지자 예비역 장군들 모임인 성우회에서는 ‘김장수 영구 제명안’을 회부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성우회 등 안보․보수세력들이 전작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연기를 당연시하는 주장에 대해 김 내정자가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김 내정자는 최임도 하기 전에 원로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괘씸죄를 범한 셈이다. 여기에다가 김 내정자가 “나는 (북한에 대해)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올빼미파”라며 다소 유연한 대북관을 표명한 데 대해서도 보수 세력은 섭섭한 마음을 가슴에 담게 되었다.

예비역들의 반발을 의식한 김 실장은 “전작권 추진 상황을 점검해 본 연후에”라는 단서를 달아 다소 저항을 누그러뜨리자 성우회는 최근 그 화살을 유임이 결정된 김관진 장관으로 돌리고 있다. 4월 초에 열린 성우회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김 장관을 불러 전작권 전환 문제와 대북한 군사적 억지 문제를 따져보자”는 이야기가 된 것으로 확인된다.

육군사관학교는 청도교 문화에 충실한 미국의 웨스트포인트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특수교육기관이다. 생도 시절부터 동기생의 부조리를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명예의 의무에 길들여 진 사고방식은 사고방식이 다른 타인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원만한 인간관계에도 장애가 된다. 게다가 현역 시절부터 길러진 엘리트 의식은 전역 후에도 특권 의식으로 이어지고, 상명하복이 투철한 선후배 문화는 무조건 선배 중심, 옛날식으로 움직이는 집단문화를 형성한다. 이러한 육사 문화는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어 웨스트포인트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유독 한국에서는 더 미국적인 육사 문화가 간직되어 있다. 이런 육사 문화가 한국 안보를 좌우하는 경향은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자산이 될 지, 아니면 짐이 될 지 귀추를 주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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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