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논란의 불편한 진실 셋

전체의 65%에 달하는 저소득 월급쟁이에겐 남의 얘기

기업, 자영업자에 비해 월급쟁이가 불리한 구조도 여전

빈부 격차 줄이는 효과도 외국에 비하면 한참 떨어져

 

연말 정산 논란으로 온나라가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올해부터 세액 공제 항목이 늘어나면서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걸로 보이면서 불만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하지만 연말 정산 논란의 이면에는 세액 공제냐, 소득 공제냐는 문제 이상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조세 구조 상의 문제점을 세가지로 나눠 정리했다.

■ 연말 정산이 남의 얘기인 월급쟁이 65%

2013년 기준으로 근로 소득이 있는 노동자는 1636만명이며 이 가운데 과세 미달자가 31.3%에 달한다. 512만명의 노동자가 단 한푼도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금을 낼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 게다가 세금 부과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2천만원 이하 소득자는 2013년에 근로소득세로 평균 7만원 이하를 납부했다. 2천만원~4천만원 소득자의 평균 세금도 35만원에 불과하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전체 근로소득 신고자의 3분의 2 정도는 연말정산이 사실상 남의 얘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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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급여 액수별 근로소득자 중 과세대상자 비율 (단위: %)
연도2009년2010년2011년2012년2013년
합계59.760.963.967.368.7
1천만 이하32.232.535.137.838.6
2천만 이하83.986.887.388.489.3
4천만 이하95.296.496.497.097.4
6천만 이하99.799.899.799.899.8

문제는 연말 정산이 “부자들만의 일”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차마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도 곤란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자의 격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다. 2013년에 과세 대상자 가운데 총급여가 1억원을 넘는 사람은 4.3%인데, 이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전체의 48%에 달한다.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이 내는 구조임을 고려해도, 이런 편중 현상은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바탕으로 한 복지 확대를 위해서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세금 부담의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의 다른 모습일 뿐 아니라 증세에 대한 저항을 키우는 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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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급여 액수별 1인당 근로소득세 (단위: 만원)
2009년2010년20112012년2013년
평균치151169179190202
1천만 이하11111
2천만 이하66777
4천만 이하3133343435
6천만 이하131135134140146
8천만 이하344345336340347
1억 이하649651640641646
2억 이하15351490142414141429
3억 이하50514958489449074949
5억 이하91629058893289469051
5억 초과29,82228,72028,29929,51228,888
1억 초과자 평균26512465230922742270

■ 여전히 월급쟁이에게 불리한 세금 구조

올해 연말 정산 방식 변경으로 주로 영향을 받는 이들은 연 소득이 5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이다. 이 때문에 이번 연말 정산 파동을 중상류층의 증세 반발로 볼 수도 있지만, 이들만 탓할 수 없는 게 현재의 구조다. 이는 근로소득세와 법인세의 과세표준 대비 실효 세율만 비교해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사이 근로소득세의 실효 세율은 10.6%에서 11.3%로 상승한 반면, 기업의 법인세 실효 세율은 같은 기간 19.6%에서 16.0%로 떨어졌다. 게다가 근로소득세 실효 세율은 소득이 많을수록 높지만, 법인세 실효세율은 과세표준이 5천억원을 넘는 대기업(2013년 기준 54개 법인)이 도리어 상대적으로 낮다. 아래 그래프는 월급쟁이들에게만 불리한 세금 구조를 한 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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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여전한 소득 탈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을 추정한 결과,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탈루율이 가장 높았다. 이들이 신고하지 않은 소득은 2003년 전체의 45%, 2007년엔 47%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 이후 꾸준히 줄긴 했으나 2012년에도 여전히 소득의 3분의 1은 줄여서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을 줄여서 신고하는 경향은 저소득 자영업자가 도리어 덜한 것으로 나타난다.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은 근로자 가구의 소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자영업자 가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고 자영업자의 소득을 추정해 산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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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수준에 한참 뒤쳐진 조세 현실

근로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는 노동자들이 전체의 60% 이상이지만, 소득세가 빈부 격차를 줄이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내놓은 <조세의 이해와 쟁점- 소득세>를 보면, 한국의 경우 2010년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기 전과 후의 빈곤율 변화를 비교하면 빈곤율 감소 효과가 거의 없었다. 세금을 물리기 전에 빈곤율(중위 소득의 50% 이하 소득 가구 비율)은 0.173이고 세금을 물린 뒤엔 0.149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세전과 후의 차이 -0.176)에 한참 못미친다. 9개 주요 국가와 비교해 보면 세금을 물리기 전엔 한국의 빈곤율이 가장 낮았으나, 세금을 물린 뒤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뺀 7개 나라의 빈곤율이 한국보다 낮아졌다.

이는 부동산이나 여유 자금 등 자산과 관련된 소득, 자영업자의 사업 소득 등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조세 형평성을 이뤄야 함을 보여준다. 가뜩이나 상위 소득자에게 쏠려있는 근로소득세 부과 구조를 약간 바꾼다고 빈부 격차가 줄어들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법인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높은 수준(2011년 기준 32개국 중 5위)인 반면, 소득세는 가장 낮은 수준(2011년 기준 29위)이라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연말정산 파동”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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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http://plug.hani.co.kr/data/2091011
■ 원 자료 새 창에서 보기:
국가통계포털, 근로소득 연말정산 통계
국가통계포털, 법인세 통계
국회예산정책처, 조세의 이해와 쟁점-소득세 보고서
국회예산정책처, 조세의 이해와 쟁점-법인세 보고서
국회예산정책처,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 및 탈세규모의 추정 보고서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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