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얼마나 멀리 있나?” 그 길고 긴 이야기

초등학교 분포와 인구조사로 본 교육 여건 분석 시리즈 <1> 수도권

서울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면목, 수유, 목·등촌동 일부 통학거리 1km 넘어

인천 밀집 지역 중 서구 계양1동, 남구 용현동 일부에서도 “학교가 멀어요”

 

저출산이 문제라고 걱정하는 소리는 많아도, 아이들을 위한 투자는 게을리하는 게 현실이다. 연초에 크게 문제가 됐지만, 아이들을 보낼 어린이집이 부족해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식 의무 교육 기관인 초등학교는 어떨까? 학교가 너무 멀어 고통을 겪는 어린이들이 전국에 얼마나 될까? 어린이집 파동에 즈음해 이런 물음에 답을 찾아보려 했다. 그 때는 이 작업이 이렇게 험난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공식 통계를 수집하고 정리하기만 하면 그 실태를 볼 수 있으리라는 건 착각이었다. 지역별로 “통학구역”이라는 것이 있지만, 이를 묶어서 공개한 광역 교육청은 거의 없다. 수도권 일부 교육지청의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포기하면서부터 이 작업은 “길고 긴 이야기”가 됐다. 그 오랜 작업의 결과를, 초등학생 거주지와 학교 분포로 본 교육 여건으로 정리해 4회로 나눠 쓴다.

 

통학 거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국의 어린이들이 어디에 얼마나 모여 사는지, 또는 얼마나 흩어져 사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려줄 유일한 통계는 5년마다 한번씩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뿐이다. 최신 자료는 2010년치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를 위해 전국을 인구 규모에 따라 8만3400여개 “소지역”으로 나눴다. 전국 읍면동(행정동)이 3820여곳이니까, 한 동을 평균 22곳의 작은 구역으로 나눈 셈이다. 물론 인구가 몰려있는 도시 지역은 농촌 지역보다 더 잘게 나뉘어 있다. 서울특별시에는 2015년 2월 현재 448개 동이 있지만, 통계조사용 소지역은 1만6230개다. 이에 비해 217개 읍면동이 있는 강원도는 2555개 소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은 읍면동 평균 36.2개의 소지역이 있고, 강원도는 11.8개가 있는 셈이다.

■ 가장 상세한 통계 지도로 본 어린이 분포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소지역별 자료를 바탕으로 1제곱킬로미터 당 어린이(5~9살) 밀도 지도를 그렸다. 한국의 통계 지도로는 가장 상세한 지도다. (통계청이 소지역 통계 지도 서비스로 제공하는 지도와 같은 수준의 것이다.) 다만 도시와 농촌의 인구 밀도 차이가 워낙 커서, 밀도 비례로 지도를 그리면 농촌 지역간 격차를 볼 수 없다. 그래서 밀도가 150명 이상인 지역은 모두 같은 색으로 칠했다.

이 지도는 비록 지역별 어린이 분포를 그린 것이지만, 한국인들이 얼마나 도시의 좁은 공간에 몰려 사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도에서 보듯, 넓지도 않은 나라지만 농촌 지역은 “텅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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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초등학교 상세 정보 지도

전국 어디에 초등학교가 있고, 학생과 교원은 몇명인지 등은 교육기본통계로 정리되어 있고, 매년 9월에 공표한다. 2014년 4월 기준의 통계가 가장 최근 것이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하되, 광역 교육청별로 발표한 변동치를 반영해서 전국 초등학교 정보를 정리했다. 휴교한 곳을 빼면 전국에 6182곳의 초등학교가 있고, 이 가운데 6089곳이 공립학교다. 학생을 선발하는 국립과 사립 초등학교는 각각 17곳, 76곳이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체 초등학생은 272만6604명, 학급은 11만9829, 교원은 18만2526명이다. 학생의 44%인 118만6537명이 경기도(72만9020명)와 서울(45만7517명)에 있다. 인천광역시(15만6740명)까지 더하면 전체의 절반(49.2%)이다.

수도권 3개 시도의 초등학교 상세 정보를 인터랙티브 지도로 제공한다. 바탕색은 시군구별 학생수를 나타낸다. 회색은 2만명 미만, 푸른색은 2만명 이상이고 색이 짙을수록 학생이 더 많은 지역이다. 지도 위의 점은 초등학교 위치이며 국립과 사립 학교는 색으로 구별했다. 점 위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학교 이름, 주소, 학생, 학급, 교원, 학급 당 학생수 정보가 뜬다. 또 지도를 확대할수록 더 많은 학교의 이름이 화면에 표시된다.

■ 통학 거리 지도

서울의 지역별 통학 거리를 짐작해보기 위해서 어린이 밀도와 초등학교 위치를 표시한 확대 지도를 따로 만들었다. 이 지도는 엄밀하게 말하면 2010년 서울 초등학생 중 저학년층(5~9살)의 통학 거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에서 가장 진한 파란색이 1제곱킬로미터당 150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발제한구역을 빼고 계산할 때, 2014년 기준 서울 초등학생 전체 45만7517명의 1제곱킬로미터 당 밀도는 1004명이고, 2010년 기준 5-9살 어린이 전체 41만150명의 밀도는 900명이다. 평균 밀도와 비교하면 지도에 표시된 최대치 150명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인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이 이 지도와 많이 다를 여지는 거의 없다.)

지도를 보면 서울의 어린이 밀집 지역은 거의 대부분 통학 거리가 1km 이내다.(지도 위 노란 원의 반지름이 1km다.) 하지만 노란 원으로 표시된 지역 곧 왼쪽부터 강서구 등촌동과 양천구 목4동이 접하는 지역, 서대문구 남가좌동, 동작구 상도동과 사당동, 강북구 수유동, 중랑구 면목동, 강동구 길동은 통학거리가 1km에 이르거나 넘어설 여지가 있는 지역이다. 반면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 중에는 학교까지 가려면 1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학생들이 생길 여지가 아주 높다. 노원구, 강서구, 구로구, 서초구, 강남구, 강동구의 경기도 접경 지역이 이런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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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경우 인구 밀집 지역 가운데 상대적으로 통학 거리가 긴 지역은 계양구 계양1동 일부, 서구 석남동 일부, 남구 용현동 일부 지역이다. 이들 지역을 붉은 색 원으로 표시했다. 인구가 적은 지역 가운데는 검단, 청라, 논현지구에서 학교까지 1km 이상 이동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을 걸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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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어서, 통학 거리 추정 지도를 한 눈에 보기 힘들다. 아래 지도는 같은 경기도 지역이라고 해도 얼마나 어린이 밀도 차이가 나는지 보여준다. 수원, 성남, 용인, 안양, 안산, 부천, 구리, 의정부, 고양 등지와 나머지 농촌 지역이 극단적인 격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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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글에서는 부산과 대구와 그 주변 영남 지역을 살펴볼 예정이다.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http://plug.hani.co.kr/data/2138604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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