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도 모두 똑같이 느끼는 게 아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분석 시리즈

1. 한국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분석
2. 아파트 관리비로 본 에너지 소비 양극화
3. 2012년 여름 도시 생활의 단면
4.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

(2013년 7월10일 자료 전체 업데이트)

6월 초순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 여름을 어떻게 무사히 넘길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의 혹독한 무더위가 생생한데, 올해는 더 더울 거라는 예상들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하고, 이른 피서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여름 대비가 남의 일에 불과한 사람들도 많다. 가난한 서민들, 노인 등 취약계층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게 된다.

찌는 더위나 강 추위가 가난한 이들에게 더 고통스러우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격차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격차를 짐작해볼 수 있는 한가지 수단이 아파트 관리비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세대별 사용료를 항목별 평균치로 제공한다. 집계 오류의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부과된 액수여서, 그 어떤 자료보다 현실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에너지 소비 양극화는 짐작보다 훨씬 컸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전기와 수도 사용을 늘려 더위를 식히는 동안, 서민들은 찜통 더위 속에서도 전기와 수도 사용을 아낀 흔적이 묻어난다.

지역별 에너지 소비 양태 분석의 자료로 삼은 관리비는 지난해 6-8월 서울 등 7개 대도시와 경기도 읍면동별 평균치다. 세부 항목은 급탕, 난방, 가스, 전기, 수도 사용료인데, 이 가운데 전기와 수도 사용료만 비교해봤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1) 과거 관리비나 주변 지역 평균치와 과도하게 차이가 나는 통계는 제외하고 2) 전기와 수도 사용료 통계 가운데 하나라도 기록이 없는 아파트도 제외시켰으며 3) 전기 사용료가 수도 사용료보다 적은 경우처럼 자료가 의심스러운 경우를 빼고 4) 아파트 단지가 세곳 이상인 읍면동만 골라 평균치를 계산했다. (그래도 여전히 오차는 꽤 있을 것이기에, 현실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자료 정도로 봐야한다.)

비교 결과는 이렇다.

서울: 363개 동 지역(아파트 단지 2174곳), 평균 전기, 수도 사용료 제곱미터당 942원.
부산: 162개 읍면동 지역(아파트 단지 874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782원.
대구: 107개 읍면동 지역(아파트 단지 725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745원.
인천: 87개 읍면동 지역(아파트 단지 616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826원.
광주: 73개 동 지역(아파트 단지 621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680원.
대전: 71개 동 지역(아파트 단지 392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731원.
울산: 47개 읍면동 지역(아파트 단지 337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710원.
경기: 407개 읍면동 지역(아파트 단지 3453곳), 평균 사용료 제곱미터당 807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각 아파트의 옛 주소를 기준으로 읍면동을 분류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법정동과 행정동이 마구 뒤섞이게 된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전체가 하나의 법정동이며 행정동은 대치1동, 2동(옛 3동 포함), 4동으로 나뉘지만 이 시스템은 대치동, 대치1, 2, 3, 4동으로 나눠서 통계를 낸다. 엉터리 지역별 통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지역별 통계를 내기 위해 전체 아파트를 행정동에 따라 재분류했다.)

결과에서 보듯 지역별 격차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동네별 격차가 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각 시도별 사용료 상위 10개 동네와 하위 10개 동네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이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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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는 점은 요금 부담 하위 읍면동의 경우 시도별 격차가 크지 않은 반면 상위 읍면동은 시도별 격차가 꽤 난다는 점이다. 서울, 경기, 부산 일부 동네가 유독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양상은 에너지 소비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볼 때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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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 양극화 현상은 실제 가구별 월 부담액으로 환산해보면 더 실감있게 느낄 수 있다. 82.6제곱미터(25평) 아파트에 사는 한 가구의 월 에너지·물 사용 요금을 계산해 보면, 서울 상위 10개 동네는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하위 10개 동네의 경우 모두 5만원 이하로 나타난다. 같은 넓이의 아파트에 살더라도 요금 부담액이 거의 2-3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차이가 두드러진 항목은 역시 전기다. 이는 에어컨 같은 냉방 시설 이용에 따른 차이로 추정된다.

시도별로는 서울의 전기, 수도 요금이 다른 지역보다 확연히 많다. 인천, 부산, 경기 일부 지역 정도만 서울 주요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고, 나머지 지역은 훨씬 적다. 아래 지역별 전기, 수도 사용료 지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도는 아파트단지가 한곳 또는 두곳밖에 없는 읍면동도 포함한 것이어서, 위의 지역별 평균치보다는 오차가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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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에는 지난해 여름 에너지 소비 양상을 몇몇 아파트의 변화를 통해 단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 글 주소: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987565
■ 원 통계 찾기: 공동주택관리시스템 관리비 통계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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