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는 없느니만 못하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분석 시리즈

1 한국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분석
2. 아파트 관리비로 본 에너지 소비 양극화
3. 2012년 여름 도시 생활의 단면
4.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은 정부가 아파트 관리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한 관리비 공개는 주택법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법 규정에 따라 정부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공식적인 작업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 사이트의 통계 자료는 공신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더 늦기 전에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개선책이 시급하다. 잘못된 통계 자료는 쌓일수록 수정하기 힘들고, 잘못된 자료가 포함된 통계는 통계로서 가치가 없다.

1. 엉터리 지역 분류

현재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지역 분류부터 엉망이다. 이 시스템은 지역을 읍면동 단위까지 나누고 지역별 통계도 제공하지만, 지역 분류 기준이 없다. 법률로 지정된 기본 행정구역은 법정동이다. 하지만 정부 행정 업무의 실질적인 단위는 행정동이다. 주민센터가 설치되는 단위가 바로 행정동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행정동을 기본 단위로 삼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은 애초부터 법정동, 행정동 구분을 생각하지 않고 설계된 듯 하다. 그러다보니 행정동과 법정동이 마구 뒤섞인 지역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 시스템의 지역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 구분이다. 지역 구분을 각 아파트 관리자들이 입력한 옛 주소로 하고 있는데, 어떤 주소는 법정동, 어떤 주소는 행정동으로 표시되고 있다. 이를 거르지 않고 그냥 따르다보니 정체 불명의 읍면동 구분이 나왔다.

예를 들자면,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종로구의 공동주택은 모두 11개 동으로 나뉘어 있다. 내수동, 명륜동2가, 무악동, 사직동, 수송동, 숭인동, 익선동, 인의동, 창신1동, 창신3동, 평창동이다. 이 동들을 행정동에 따라 분류하면, 무악동, 사직동(사직동과 내수동 포함), 숭인1동, 숭인2동(숭인동), 종로1,2,3,4가동(수송동, 익선동, 인의동 포함), 창신1동, 창신3동, 평창동, 혜화동(명륜동2가 포함) 등 9곳으로 나뉘게 된다. 시스템상의 숭인동은 1,2동으로 나뉘어야 하지만 나뉘지 않았고, 종로1,2,3,4가동에 포함되어야 할 수송, 익선, 인의동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류상의 혼란을 피하자면 시급히 전체 아파트들을 행정동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 (이번 분석 과정에서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 작업이 행정동에 따른 아파트 재분류였다.)

2. 믿을 수 없는 관리비 통계

관리비 수치 또한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지난해 6월-8월 관리비 통계 분석으로 볼 때, 신뢰성이 떨어지는 수치들은 몇가지 유형이 있다.

(1) 빠진 항목들이 너무 많다. 여름철임을 고려할 때 난방, 가스, 급탕은 액수가 미미해 자료가 없더라도 문제가 덜 심각하다. 하지만 수도요금이 빠진 통계는 신뢰하기 어렵다. 수도요금이 공개되지 않는 아파트들은 특히 서울에서 많이 나타난다.
(2) 수치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다. 몇백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전체의 한달 수도 요금이 100만원에도 미달한다거나(공용 수도요금만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전기 요금이 수도 요금보다 적은 경우가 심심치 않게 확인된다.(2012년 6-8월 서울 아파트 제곱미터당 평균치는, 전기가 703원, 수도가 132원이다. 다른 지역도 전기는 평균 500원 이상이고 수도는 150-170원 수준이다.)
(3) 특정 달의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이 갑자기 몇백에서 몇천배 늘거나 줄어드는 아파트들도 꽤 있다.(입력 오류로 추정되는 경우)

이런 식으로 신뢰도가 떨어져서 분석에서 제외한 비율을 표로 정리했다.

  신뢰성이 의심스러워 분석에서 제외한 아파트 단지 비율
지역전체 단지6월 전기6월 수도7월 전기7월 수도8월 전기8월 수도
서울2183  4.3%22.5%  3.9%22.3%  4.2%23.5%
부산  88522.0%  2.9%21.7%  3.1%21.9%  3.1%
대구  72810.3%  1.1%10.2%  0.7%10.2%  1.0%
인천  69213.9%  2.3%13.4%  1.7%13.3%  1.7%
광주  62726.3%  1.6%26.3%  1.1%26.5%  1.3%
대전  39212.8%  2.6%12.5%  2.8%12.8%  2.8%
울산  34223.7%  4.4%23.4%  4.1%23.4%  4.4%
경기3463  7.7%  2.3%  7.4%  2.3%  7.4%  1.8%
전체931211.0%  7.1%10.7%  6.9%10.8%  7.1%

아래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가운데 전기와 수도 요금이 한달 사이에 적으면 몇백배, 많으면 몇천배씩 변하는 사례를 표시한 도표다. 그래프 변화를 보면 특정한 달의 요금이 잘못 입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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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통계 개선 시급

정부 책임 아래 관리되는 공동주택 관리비 통계가 이렇듯 부실해서는 곤란하다. 통계가 정확해야 관리비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관리비 절감이라는 핵심 목표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정확한 관리비 통계는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 알아야, 효율 개선을 통한 절감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부실한 통계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공동주택 관리비 통계를 제대로 내려면,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직접 자료를 입력하는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시가 시도하고 있듯이 아파트관리비 회계 프로그램과 정부의 데이터베이스를 연동하는 방식이 최선이지만, 당장 구현이 어려우면 자료 사후 검증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관리 기관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의지가 있다면 하루 속히 통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참고로 기자는 몇달전 각 아파트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검토해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사이트 관리자에게 전자우편으로 문의한 바 있으나, 자료 수정은커녕 간단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시리즈 끝

■ 글 주소 :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387808
■ 원 자료 :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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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과 중산층의 '여름나기'는 얼마나 다를까?

한국의 이산화탄소 발생량 분석 시리즈

1. 한국 대도시 읍면동별 이산화탄소 발생량 지도 분석
2. 아파트 관리비로 본 에너지 소비 양극화
3. 2012년 여름 도시 생활의 단면
4. 부실한 아파트 관리비 통계, 더 늦기 전 바로잡아야

 

seoul.jpg지난해 여름 서울 아파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도를 보면 흥미로운 지역이 하나 있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 유독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다. 행정동 기준으로 '종로1,2,3,4가동'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종로 한복판에 대체 누가 살길래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걸까?

같은 동에는 모두 세곳의 아파트가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유독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곳은 '수송동' 로얄팰리스스위트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안내문은 이렇다. “97%(425세대)가 외국인 장기임대로 운영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18층짜리 한 동으로 된 이 아파트는 지난해 6-8월 제곱미터당 평균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5.54Kg에 달한다. 전기와 수도 요금 액수로 봐도 최고 수준이다. 전기요금은 세달 평균치가 제곱미터당 1974원, 수도요금은 평균 200원이 나왔다. 한 가구 평균 면적(세대수로 관리비부과면적을 나눈 수치) 90.8제곱미터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기요금 17만9천원, 수도요금 1만8천원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아파트의 사례는 지난해 국내에 거주한 부유층 외국인들의 '한국 여름나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들의 여름나기를 한국 값비싼 아파트 주민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그래서 몇곳을 꼽아봤다. 서울에서는 부유층의 상징처럼 취급되는 타워팰리스1차(강남구 도곡2동, 1499가구 평균 면적 217제곱미터)와 요즘 주목받는 래미안퍼스티지(서초구 반포2동, 2444가구 평균 면적 146.5제곱미터)를 골랐다. 또 부산의 대우트럼프월드마린(해운대구 우1동, 454가구 평균 면적 232제곱미터), 대구의 두산위브더제니스(수성구 범어2동, 1494가구 평균 면적 203.5제곱미터), 인천의 송도더샵퍼스트월드(연수구 송도동, 1596가구 평균 164제곱미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모두 각 지역에서 값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곳들이다.

비교 기간은 2012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로 잡았다. 변화 추이가 흥미롭다. 전기 요금 변화를 보면, 외국인 아파트와 가장 유사한 곳은 역시 타워팰리스와 래미안퍼스티지다. 차이점도 재미있다. 다른 때는 요금이 어슷비슷한데, 유독 8월과 9월 타워팰리스와 래미안퍼스티지의 전기 요금이 외국인 아파트보다 확연히 높았다. 외국인 아파트는 7월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8월엔 확 줄어든 반면 강남의 두 아파트는 8월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 차이는 여름 휴가 기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래 그래프들의 세로축 간격은 보통의 그래프와 다르다. 흔히 “로그 스케일 그래프”라고 하는데, 이 방식은 증가율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전기 요금이 500원에서 1000원으로 늘어날 때와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날 때의 간격이 같게 표시된다. 보통의 그래프로 그리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날 때가 500원에서 1000원으로 늘어날 때의 두배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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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요금 변화에서는 외국인 아파트가 월등히 높다는 점 외에는 뚜렷한 경향을 찾기 어렵다. 묘한 것은 타워팰리스의 요금이 인천 송도나 부산 해운대보다도 적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수도 사용량에 있어서는 아파트별 격차가 덜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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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값비싼 아파트 거주자들은 중산층과 확연히 다른 에너지 소비 행태를 보일까? 그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서 노원구, 관악구, 마포구에서 최근 실거래가격이 비교적 높았던 아파트 세곳을 확인해봤다. 노원구의 아파트는 652가구(가구 평균 110제곱미터) 규모이고, 관악구의 아파트는 297가구(가구 평균 132제곱미터) 규모이며, 마포구의 아파트는 484가구(가구 평균 181제곱미터) 규모다.

전기 요금에 있어서는 역시 예상대로 값비싼 아파트와 중산층 아파트의 격차가 확연하다. 값비싼 아파트 주민들이 대체로 두배 정도의 전기 요금을 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 격차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값비싼 아파트나 중산층 아파트나 계절에 따른 전기 소비 변화는 엇비슷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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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요금은 역시나 뚜렷한 경향을 찾기 어렵다. 노원구와 관악구의 아파트는 계절에 상관 없이 래미안퍼스티지보다도 요금이 높게 나온 반면,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타워팰리스1차와 비슷하게 낮은 수준을 보였다.

cost-highs-water1.jpg

이 두가지로만 보면, 부유층과 중산층의 에너지 소비 수준 차이는 전기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걸로 짐작된다. 다만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전기 소비량 차이는 그래프에서 보는 것보다는 적다.

아파트 관리비 분석 마지막회에서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관리비 통계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쓸 예정이다.

■ 글 주소 : 한겨레 데이터 블로그 plug.hani.co.kr/data/1386313
■ 원 자료 :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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