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주저앉혔나, 붉은 눈의 ‘나그네 매'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아열대 맹금류…2013년부터 출현, 올해 김포 하성면서 월동

SY_1130.jpg » 사냥감을 노리는 검은어깨매적갈색 눈이 날카롭다.

[크기변환]YSY_3178.jpg » 불거진 짙은 눈두덩이 아래 붉은 홍채가 이채롭다.

검은어깨매는 영어로는 ‘검은날개매’이다. 앉아있을 때는 어깨가 검은 것 같지만 날 때 보면 날개가 검다. 또 날개가 길어 매처럼 보이지만 매과가 아닌 수리과에 속한다. 눈이 정면을 향하고 다리에도 깃털이 나 있는 등 올빼미와 비슷하게 생기기도 한 낯선 맹금류이다.


검은어깨매는 이제까지 나그네새였다. 어쩌다 길을 잃고 찾아오던 새였다. 미기록종인 검은어깨매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3년 2월 서울 강서습지에서였다. 그 이후 2014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경기도 여주 양촌리에서 1마리가 월동해 터를 잡고 번식할 가능성을 보였다.


 2018년 1월 세종시 장남 평야에서 1마리, 2019년 11월 옹진군 백령도에서 2마리, 2019년 12월 경기도 화성 화옹호에서 1마리, 2019년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2마리, 2020년 전라북도 완주군 만경강 고산면에서 1마리가 관찰되었다. 2019년 11월 파주시 교하읍 송촌리에서 관찰되었던 검은어깨매 1마리가 12월 이후에는 한강을 건너와 송촌리와 마주한 김포시 하성면에서 월동하고 있다


사냥에 나서는 검은어깨매 연속 동작

[크기변환]YSY_0413.jpg » 검은어깨매가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사냥 준비를 한다.

[크기변환]YSY_0414.jpg » 사냥감을 향해 몸을 날린다.

[크기변환]YSY_0417.jpg » 찰나의 동작이 사냥의 성패를 가늠한다.

[크기변환]YSY_3232.jpg » 사냥감이 사라진 것 같다.

[크기변환]YSY_3231.jpg » 주변을 살피는 검은어깨매.

[크기변환]YSY_3233.jpg » 정지비행이 시작되었다.

[크기변환]YSY_3193.jpg » 사냥감을 찾기 위한 방법이다.

[크기변환]YSY_3192.jpg » 검은어깨매는 쉽사리 사냥감을 포기하지 않는다.

[크기변환]YSY_3247.jpg » 풀숲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사냥감을 찾은 것 같다.

[크기변환]YSY_3248.jpg » 사냥감을 찾았다. 쏜살같이 내리꽂는 검은어깨매.

검은어깨매는 아열대 초원지대가 주 서식지였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중해 일대의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 남부, 파키스탄, 인도,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뉴기니에서 번식하는 텃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전역에서 검은어깨매가 해마다 관찰되고 있다.


이 새는 주 먹이인 쥐 개체군이 급증하면 서식지를 옮기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 우리나라 출현은 아무래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나그네새가 겨울 철새로 정착해가는 모습이다.


검은어깨매의 붉은 눈은 다른 새들이 눈만 마주쳐도 충분히 겁먹을만한 모습이다. 텃세가 세기로 유명한 까치조차 함부로 대적하지 못한다. 작지만 용맹스런 전사처럼 보인다. 잿빛개구리매도 검은어깨매의 공격을 받고 물러난다

[크기변환]YSY_1395.jpg » 순식간에 사냥에 성공했다.

[크기변환]DSC_7614.jpg » 큼직한 들쥐를 잡았다.

[크기변환]DSC_7698.jpg » 사냥에 성공한 검은어깨매는 날갯짓이 한결 가볍다.

[크기변환]DSC_7603.jpg » 사냥감을 먹기위해 전깃줄로 향하는 검은어깨매.

사냥을 나설 때와  휴식을 취할 때를 구분하여 행동한다. 주요 사냥터와 사냥 시도를 위한 지정석이 있어 사냥 영역을 이동하며 그 장소에서만 사냥하는 습성이 보인다.

먹이를 찾을 때 정지비행을 하지만 황조롱이보다는 못하다. 그러나 사냥 성공률이 생각보다 높다. 전깃줄이나 전봇대에 앉아 먹이를 찾고 급강하해서 사냥감을 낚아챈다.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으며 사냥에 전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검은어깨매는 들쥐를 주식으로 한다. 사냥한 먹이를 나뭇가지에 숨겨두었다 먹기도 한다.

[크기변환]YSY_5617.jpg » 사냥감 들쥐의 목 부분은 잘라내고 허겁지겁 뜯어먹는 검은어깨매.

[크기변환]YSY_5630.jpg » 날개를 내려 사냥감을 감추고 주변을 살핀다.

[변환]YSY_5706.jpg » 먹이를 먹을 때가 가장 불안하다. 다른 맹금류의 공격을 받아 먹이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자리를 뜨는 검은어깨매.

땅에서는 먹이를 뜯어 먹지 않고 시야가 잘 트인 높은 전봇대나 전깃줄에 앉아 사방을 경계하면서 날개를 늘어트려 먹잇감을 숨기며 먹는다. 먹이를 먹는 장소는 사냥터 가까이에 위치한다. 몸길이 35~37cm로 몸 윗면은 회색이고 몸 아래는 흰색이다.

황조롱이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날개덮깃은 검은색이 뚜렷하다. 꼬리는 짧은 편이고 앉아 있을 때 날개가 꼬리 뒤로 조금 돌출된다. 눈 홍채는 붉은색으로 이채롭게 보인다.

눈 위에 아이 패치를 붙인 것처럼 검은 깃털 띠가 가로로 있다. 빛 반사를 막아 사냥감의 표적을 정밀하게 낚아챌 수 있게 하는 독특한 문양이 아닌가 싶다. 맹금류들은 눈 주위에 다양한 문양을 가지고 있다.

[크기변환]YSY_5055.jpg » 나뭇가지로 자리를 옮긴 검은어깨매.

[크기변환]YSY_5121.jpg » 그래도 왠지 불안하다. 다시 자리를 뜨는 검은어깨매.

[크기변환]YSY_5123.jpg » 사냥감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이유에선지 검은어깨매가 꼬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경향이 있다. 주로 사냥 직전에 꼬리를 흔드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사냥 준비 자세를  잡는 동작이거나 사냥감을 만나 만족스런 기분의 표현일까 추측되기도 한다. 검은어깨매는 수리과에 속하지만 매과의 새들처럼 날개가 날렵하다. 11월에 도래하여 다음해 3월까지 월동을 한다. 월동 장소에서 번식지로 돌아갈 때까지 지정된 터에서 지내는 습성이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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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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