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검은머리물떼새 4천마리 장관…겨울철새 천국 유부도 윤순영의 시선
2013.01.19 22:53 윤순영 Edit
습지보호구역·람사르 습지 지정, 그러나 관리 소홀, 주민 생활여건 낙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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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서해안의 대표적인 겨울철새 도래지이자 검은머리물떼새의 천국인 금강 하구 유부도를 찾았다. 유부도에 가려면 군산항에서 잠깐이지만 배를 빌려 타야 한다.
12월16일 추민호 선장과 군산항에서 만나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 속하는 섬, 유부도에 도착했다. 5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조류 변화가 심해 섬으로 들고 나는 뱃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 군산항의 송유관 시설.
» 뱃머리 너머로 유부도가 손에 잡일 듯이 보인다.
» 유부도의 생태를 설명하는 추민호 선장.
추 선장의 얼굴은 바다와 닮아 있었다. 선착장엔 짐을 실을 경운기가 준비되어 있다. 추 선장의 안내로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검은머리물떼새가 밀물을 따라 들어 오는 광경을 촬영하기 위해 동쪽제방으로 향했다.
» 유부도 생태조사를 위해 장비를 경운기에 싣고 있다.
» 유부도 마을의 들머리.
» 배를 함께 타고 온 방문객들.
밀물로 바닷물이 갯벌에 밀려들자 먹이를 찾던 검은머리물떼새가 종종걸음으로 미끄러지듯 육지 쪽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4000여 마리가 무리를 나눠 바다위로 일제히 솓아올라 수면위를 이리저리 날았다. 숨이 막힐 듯 감동스런 장면이었다.
» 바닷물이 갯벌를 채우기 시작하자 무리를 이룬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지대가 높은 갯벌로 밀려 나오고 있다.
이미 갯벌을 차지한 검은머리물떼새 무리 일부는 아직 잠기지 않은 갯벌을 향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로마 병사들처럼 당당하게 진격하듯 앞으로 나아간다.
» 붉은 부리와 발, 흰 배, 몸의 나머지를 덮은 검은 깃털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검은머리물떼새의 모습.
» 밀물을 따라 갯벌 위로 이동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무리.
» 갯벌이 모두 물에 잠기자 날아오르지만 내려앉을 곳이 마땅치 않다.
한 조각 남은 갯벌을 차지하기 위해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치열하게 자리 다툼을 벌인다. 새들은 점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서 있던 곳에서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해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바닷물이 닿지 않은 더 나은 갯벌을 향해 날아올라 선회하다가는 다시 원래 장소로 날아가 앉기를 반복한다. 새들이 앉기에 갯벌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 더 괜찮은 곳 없나? 날아올랐다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검은머리물떼새.
» 배까지 물은 차오르고 더이상 갈곳이 없다.
» 보이지 않는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 한조각 갯벌에 검은머리물떼새가 계속 날아 든다.
» 만원 사례를 이룬 갯벌조각
검은머리물떼새는 노련한 어부처럼 유부도를 손금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6박 7일간 살펴 보니, 물때와 물높이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방식과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밀려드는 파도를 아랑곳하지 않는 검은머리물떼새.
이들의 모습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삶의 방식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 삼각형 모양으로 빼곡하게 모인 검은머리물떼새.
» 마침내 갯벌을 포기하기 시작한다.
유부도는 면적 0.77㎢, 금강 어귀에서 서쪽으로 5㎞ 떨어져 있다. 오랜 옛날부터 유배지로 알려져 왔으며 고려 때에도 많은 선비가 유배되어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고 한다. 섬 이름은, 임진왜란 때 부자가 피난을 와서 섬에 머물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살던 섬은 유부도아들이 살던 섬은 유자도 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 잠자리로 가는 검은머리물떼새.
» 저녁 무렵 비상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뒤로 군산시 해망동 공장지대에 불빛이 보인다.
» 긴부리가 특이한 마도요 대형도요새이다.
» 마도요.
» 앉아 있는 검은머리물떼새 위로 민물도요가 나르고 있다.
유부도는 갈대ㆍ천일사초ㆍ해홍나물ㆍ칠면초ㆍ갯잔디ㆍ갯쇠보리 등 다양한 염생 식물과 사구식물 44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검은머리물떼새ㆍ황조롱이ㆍ노랑부리저어새, 마도요ㆍ흑부리오리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과 같은 희귀 조류의 서식처로 보전가치가 뛰어나 2008년 1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 민물도요.
» 혹부리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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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에 내려앉은 혹부리오리.
자연 상태의 원시성이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 펄과 모래가 조화롭게 조성된 갯벌로, 다양한 저서생물과 풍부한 수산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일대에는 칠게ㆍ벗들갯지렁이ㆍ서해비단고둥과 같은 갑각류 및 연체동물 등 총 95종의 저서동물을 비롯해, 어류 125종, 기타 수산생물 및 무척추동물 60종이 살고 있다.
»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유부도 철새 도래지의 갯벌.
» 희귀 멸종위기기 검은머리물떼새와 쓰레기가 각각 양쪽 갯벌에 몰려있다.
» 폐타이어와 비닐 조각들.
» 유부도 탐조대를 올라가는 계단의 바닥과 손잡이가 썩어 위험하다.
유부도는 2009년 국내 13번째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관리 소홀로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어 철새를 비롯한 갯벌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잡한 탐조대는 관리가 되지 않아 썩고 나뭇가지에 막혀 시야를 가린다. 환경부의 습지지정, 람사르 습지 등록이 무색할 정도다.
» 무성한 대나무숲을 헤치며 올라가야하는 유부도 탐조대.
» 탐조대 관리가 소홀하여 나무와 잡초가 무성하고 바닥이 썩어 떨어질 위험이 있다.
»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되 국제적 가치를 지닌 유부도 현주소가 부끄럽다.
예전엔 제염업과 어업으로 생활하였으나 염전은 폐쇄되고 주민들은 주로 금강의 담수와 바닷물이 섞이는 천혜의 어장에서 백새우, 백합, 맛살 ,동죽, 소라, 키조개, 바지락, 주꾸미, 꽃게 숭어 등을 잡아 어업으로 생활하고 있다.
29가구에 실제 거주민은 50여명이고 어업이 시작되면 유입 인구를 합쳐 120여명으로 늘어난다. 노인이 많아 이곳에서 가장 젊은이는 48세의 송제운 씨다.
» 유부도에서 가장 젊은 송제운씨.
» 갈대밭이 있던곳이 염전으로,다시 염전이 폐쇠되자 갈대밭으로 바뀌었다.
» 폐염전 갈대밭.
» 염전이 있을 당시 유부도의 가게, 지금은 페허로 남아있다.
» 민박집 강순애 아주머니가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송림초등학교 유부도 분교에는 육지를 넘나들며 공부를 하는 강순애씨의 외손자 4학년의 윤여준 학생 혼자다. 총학생수가 1명인 셈이다.
육지와 가깝지만 유부도는 50년 뒤 떨어진 느낌이 든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의구심이 들었다. » 유부도 초등학교 전경.
» 유부도의 단 한명 뿐인 윤여준 학생.
» 토속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풍산개.
» 늦은 밤 고구마를 구워먹는유부도를 찾은 방문객.
기반시설이라곤 없다. 공판장 겸 주민쉼터를 이제 짓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유부도는 철새들의 낙원이지만 그 곳 주민들은 환경적 고통을 감수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 마을전경.
25년 전 발전기가 들어와 24시간 가동하고 있고 발전기 소모품과 고장수리를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여름철엔 1달에 두세 번 경유 4드럼, 겨울철엔 50드럼을 마을 주민들이 배로 실어와 협동하여 나르고 옮긴다
» 발전기를 이용하기위해 유류 통을 나르는 주민들.
기름은 마을에서 선 구입 후 입금하고, 군청에서 유류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6박 7일을 머무는 동안에도 몇 번씩 발전기가 고장나 추위에 떨어야 했다. 필요한 물건을 하나도 구입할 수 없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전 준비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 비좁고 열악한 선착장에서 경운기를 아슬아슬 돌리고 있다.
» 겨울 바람이 심한 유부도, 모래가 바람에 날려 쌓이는 바람에 전봇대의 높이가 짧아 졌다.
» 겨울 바람에날린 모래에 덮힌 선착장.
선착장의 폭도 좁아 경운기를 돌리고 움직이는데 보기에도 위험하다. 또 선착장이 부실하여 작년엔 배 5척이 파손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아직도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로 쓰고 변변한 우물조차 없는 상태이다.
» 발전기 연료로 쓸 기름통.
» 유부도의 자가발전소.
» 유부도 마을에 우물이 있지만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격고 있다.
유부도가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공청회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주민들은 소외감과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마을 주민들은 말한다. 외딴 섬인데도 육지의 송림리와 행정구역이 같아 의견수렴이나 소통이 단절되는 피해의식도 느끼고 있다. 유부도 송림리 주민은 수는 작지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데 말이다.
» 마을전경.
» 육지에서 사온 생활용품이 손수레에 가득히 실렸다.
» 육지를 다녀 오는 마을 주민들.
습지지정과 람사르 습지 등록이 이곳 유부도 주민들의 삶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번 생각해야 될 문제다. 소수이건 다수건 그 지역 이해 당사자들의 배려와 충분한 이해는 환경보전을 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 유부도의 건강한 갯벌이 펼쳐내는 다양한 모습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때론 자연을 위하여 사람이 살아온 생활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도 알아야 한다. 자연 보전을 입에 올리기는 쉽다. 그러나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고 어떻게 자연을 지킬 수 있을까. 그래서 유부도는 아직도 가깝고도 먼 섬처럼 느껴졌다.
» 유부도에서 바라 본 군산항.
» 바다직박구리.
» 유부도에서 바라본 석양.
주민들의 기반시설이 열악한데 과연 그곳에서 건강한 생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역 당사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환경파괴가 된다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문화생활이 좋아진다고 환경이 반드시 파괴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 유부도에 한 대뿐인 송제운씨의 차량.
옛날부터 유배지였던 유부도가 아직도 유배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유부도는 사람과 철새들에겐 천국일까? 지금도 사람에게 버림 받은 땅은 아닐까?
특히 환경보호를 중요시하는 보호론자들도 이해 당사자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 주민들도 그 지역에서 환경이며 자연의 일부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가는 길, 람사르 습지등록의 진정한 의미이자 습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한다.
■검은머리물떼새 생태
해안, 갯벌, 모래, 바위해안에서 살며 길고 뾰족한 붉은 부리를 갯벌에 깊숙하게 넣어 먹이를 잡으며, 조개를 좋아하고 부리를 조개류의 껍질 사이에 넣고 비틀어 연다. 게와 갯지렁이도 잡아먹는다.
비번식기에는 무리를 이루며 번식기에는 수컷이 암컷 앞에 서서 머리를 숙이고 부리를 땅 위에 대고 좌우로 흔들면서 구애를 한다. 둥지는 하구의 작은 섬이나 연안의 무인도의 땅 위, 암초 위의 오목한 곳에 접시 모양으로 만들고, 안에는 해안의 풀을 깐다.
알을 낳는 시기는 4월 중순~5월이다. 알은 황갈색 바탕에 검은 갈색의 큰 무늬와 회색 얼룩점이 있으며, 2~3개 낳는다.
암컷과 수컷 모두 날 때 날개 윗면에는 뚜렷한 흰색이 보인다. 아랫등, 허리, 위꼬리덮깃, 아랫가슴, 배는 흰색이며, 그 이외의 몸 깃털은 검은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이며, 부리 끝은 검은색, 어미 새의 눈은 붉은색이지만 어린 새는 적갈색이다. 어린 새는 등과 날개덮깃은 갈색을 띤 검은색이다. 몸길이 44~46cm의 대형 도요이다.
텃새이며 다른 무리는 시베리아 동북부에서 날아와 금강하구에서 대집단이 겨울을 나는 겨울새이다.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생태조사와 촬영에 협조해 주신 유부도 주민께 감사를 드립니다.
유부도 탐조 연락처: 추민호 선장 (011-428-3822) , 강순애 민박 (010-9622-2048) 송제운 (101-4160-6859)
수고하신 정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