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일본으로 내쫓나 윤순영의 시선

들판엔 낙곡 대신 곤포사일로가 가득 

관광개발만 늘어, 중간 기착지로 전락할 수 있어

 

크기변환_DSC_4730.jpg » 겨울나기를 위해 철원평야를 찾아온 재두루미.

해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순이면 재두루미들은 이 땅을 찾는다. 조류들은  한반도에서 긴 겨울을 나거나 한반도를 일본의 월동지로 가기 위한 중간기착지로 삼는다. 지난 25일 철원평야를 둘러보았다.

크기변환_DSC_1738.jpg » 새끼를 데리고 온 재두루미 부부가 무리와 합류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서 머물고 있다.

크기변환_DSC_1494.jpg » 다시 철원평야를 찾은 재두루미 부부는 주변이 낯설어 여기저기 살펴본다.

크기변환_DSC_1482.jpg » 논둑 위에 재두루미 무리가 모여있지만 자리 다툼이 심하다.

2천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어김없이 철원평야를 찾아왔다. 일부는 철원에서 월동을 하고 나머지들은 일주일 내에 월동을 위해 일본 이즈미로 날아갈 것이다.

크기변환_DSC_1768.jpg » 벼를 베고 난 후 새싹이 파랗게 올라왔다. 이색적으로 보이지만 볏짚을 모조리 걷어 간 상징적 풍경이다.

크기변환_DSC_1801.jpg » 재두루미가 앉은 논마다 볏짚을 찾아볼 수 없다.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서 볏잎이 파릇파릇하게 올라와 가을의 정취가 새롭게 다가온다. 재두루미의 낙원으로 손색이 없지만 볏짚을 거두어 모아놓은 곤포 사일로가 여기저기 쌓여있다.

크기변환_DSC_1834.jpg » 볏짚을 수거한 곤포사일로 앞에 재두루미가 서있다.

해마다 그렇듯이 올해도 볏짚은 찾아볼 수 없다. 철원평야에 볏짚이 남아있다면 재두루미는 결코 먼 길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크기변환_DSC_1666.jpg » 평야를 오가는 재두루미무리.

크기변환_DSC_1774.jpg » 처음 철원평야에 도착한 재두루미나 철원평야를 떠날 재두루미들은 안정감이 없는 행동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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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DSC_1704.jpg »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선회하는 재두루미 무리.

 

탐조대를 만들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은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할까.

두루미가 논바닥에 떨어진 낱알을 먹을 수 있도록 볏짚을 남겨놓는 약간의 배려 만으로도 일본 이즈미로 향할 상당수의 재두루미는 다시 철원에서 겨울을 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 땅에 머물던 재두루미마저 떠나 한반도는 그저 중간 기착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철원군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진정 무엇인지를 되묻고 싶다. 철원평야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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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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