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제비 80여쌍 모여사는 `호리병 아파트' 윤순영의 시선
2016.05.30 15:39 윤순영 Edit
귀제비 집단 둥지 국내에서 보기 힘들어 최대 집단번식지일 수도
충주 동량초등학교에 '귀제비 아파트', 학교가 철거 포기해 늘어나
» 귀제비.
1931년에 개교하여 85년의 역사를 지닌 충주시 동량 초등학교는 귀제비 아파트가 있다. 동량초등학교 이층 건물은 1980년대에 개축했다.
그 이후 귀제비가 한두 마리씩 날아들어 번식하더니 2000년 대 초반에는 번식숫자가 너무 많아 애물단지로 여겨질 정도였다. 귀제비의 둥지를 철거 했지만 그래도 귀제비는 그 이후 지속적으로 귀제비는 찾아와왔다. 귀제비가 그렇게 미웠을까. 3년 전 다시 귀제비 둥지를 헐어버렸지만 현재 80여개가 넘는 귀제비가 1층과 2층 슬라브 처마 밑을 돌아가면서 앞뒤로 둥지를 틀어 귀제비 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 충주시 동량초등학교 전경.
일반적으로 콘그리트 고층 건물엔 층간사이에 처마를 만들지 않지만 이곳 동량초등학교 건물은 층간에 처마가 있어 귀제비가 둥지를 만드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유리창틀은 귀제비의 횃대로 사용이 된다. 결국 이 학교는 귀제비의 둥지 철거를 포기하고 학생들과 동거하는 길을 택했다. 앞으로도 귀제비의 둥지를 철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동량초등학교 교사는 말했다.
» 동량초등학교 건물을 사방으로 돌아가며 귀제비 둥지가 있다.
» 다양한 형태의 귀제비 둥지.
» 창틀을 횃대로 이용하는 귀제비.
일반적으로 지방에서는 앵매기 혹은 맥맥기로 불리는 제비처럼 대접을 받지 못하고 둥지를 만들 틈도 없이 철거 신세를 면치 못한다. 어떤 이유에서 재수 없는 새로 여겨졌던 것이다, 제비와 달리 사교성이 있어 집단 번식을 한다. 긴 꼬리와 날개깃이 제비보다 더 길어 세련된 모습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귀제비는 서해안 바닷가 어촌에서 특히 흔히 볼 수 있었다.
» 제비는 사람들과 친숙하게 살아가는 동물로 사랑 받고 있다.
» 귀제비의 비행.
귀제비는 제비와 함께 70~80년대 농약 남용과 새마을운동으로 개량되는 가옥의 변화로 그 수가 점차 줄어 제비와 귀제비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근래 들어 제비와 귀제비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논농사 농약 살포를 자제하고 자연친화적인 살충제를 사용하는 까닭이 아닌가 싶다.
» 귀제비를 촬영하는 동안 이곳 동량초등학생들이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귀제비는 이동할 때나 번식 초기에는 암수 함께 또는 혼자서 생활하고, 번식 후에는 가족 군을 형성하게 된다. 둥지 재료인 흙을 얻기 위하였을 때 이외에는 땅 위에 내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 둥지를 짓는 귀제비.
» 귀제비 부부가 합동으로 둥지를 만들고 있다.
둥지는 건물의 지붕 밑에 진흙과 짚을 이용해서 목이 긴 호리병을 옆으로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만든다. 이곳 동양초등학교엔 목이 긴 호리병을 닮은 여러 가지의 모양들의 둥지가 있다. 귀제비가 이리 저리 날아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5월초엔 둥지 짓기와 둥지수리가 한창이다. 귀제비가 사용했던 둥지는 이미 텃새인 참새가 차지해 번식 둥지로 사용하고 있다.
» 귀제비 둥지를 빌려 새끼를 부화한 참새가 먹이를 물고 있다.
» 호리병 모양의 귀제비 둥지.
알을 낳는 시기는 5월 중순과 7월이 알은 흰색으로 4~5개 낳아 19~20일 동안 품고 먹이는 주로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몸길이 약 19cm이다. 머리꼭대기, 뒷목과 윗면은 광택이 있는 자색을 띤 검은 푸른색이다.
» 쌍으로 만든 귀제비 둥지.
허리는 적갈색으로 각 깃에는 가는 검은색의 얼룩무늬가 있다. 눈썹 선에서 목옆까지는 적갈색이다. 뺨과 귀깃은 갈색을 띤 황갈색으로 어두운 갈색의 세로무늬가 있다. 아랫면은 엷은 적갈색 바탕에 어두운 갈색 세로무늬가 있다.
» 귀제비 둥지 들머리도 다양한 형태다.
아래꼬리덮깃은 푸른색 광택 있는 갈색을 띤 검은색이다. 날개깃과 날개덮깃은 조금 푸른색 광택이 나는 검은 갈색이다. 부리는 뿔빛 검은색이고, 홍채와 다리는 어두운 갈색이다.한국·일본·중국·우수리 등지에서 번식하고 중국(남부)·인도차이나반도·인도 호주 북부까지 월동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물바람숲> 필자
상헌이 이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