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한껏 멋 부린 ‘진객’ 흰눈썹울새 윤순영의 시선

극히 드물게 찾아오는 나그네새, 날쌘 땅 위의 사냥꾼

크기변환_YSY_2326.jpg » 푸른 멱이 도드라지는 흰눈썹울새.

우리나라가 애초 번식지나 월동지가 아닌 새가 어쩌다 들르는 일이 있다. 반가운 이런 손님을 나그네새라고 부른다. 흰눈썹울새는 나그네새 가운데도 극히 만나기 힘든 새인데, 운 좋게 관찰 기회가 왔다. 지난달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흰눈썹울새를 만났다. 

수컷의 멱과 가슴은 푸른색이며, 가운데는 진한 주홍색 깃털이 있다. 자세히 보면, 푸른 가슴 아래 검은색, 그 밑에 흰색, 진한 주홍색의 깃털이 차례로 나 있다. 가슴과 멱까지 울타리를 쳐놓은 것 같은 무늬의 깃털이 특이하다. 인디언 추장이 목걸이를 한 것 같다.

크기변환_YSY_2396.jpg » 흰눈썹울새의 자세가 당당하다.

크기변환_YSY_0484.jpg » 꼬리를 바짝 올린 채 풀밭 위에서 먹이를 찾는 흰눈썹울새.

흰눈썹울새는 땅 위를 걸어 다니기를 좋아한다. 하천과 습지 주변의 갈대밭, 풀밭에서 서식하며 땅 위에서 곤충이나 거미를 잡아먹는다.가슴을 활짝 펴고 꼬리를 위로 바짝 치켜올리고 덤불숲을 바쁘게 돌아다니거나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처음 만난 흰눈썹울새는 절대 곁을 주지 않고 얼굴만 내밀었다. 마주치면 숨어버리기 일쑤다. 돌아다니는 동선이 매우 정확하다. 매우 가까이 곁을 주는 듯하다가 멀리 가고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 멀리 떠나는,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흰눈썹울새다.

크기변환_YSY_2152.jpg » 몸을 숨긴 흰눈썹울새.

크기변환_YSY_1700.jpg » 꼬리를 치켜세워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땅을 좋아하는 새들은 매우 빠른 발걸음을 가지고 있고 위협을 느끼면 재빨리 풀숲으로 몸을 숨긴다. 예민하고 경계심과 조심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을 바짝 세워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어대며 위급한 상황에 대처는 물론 사냥하기 위해 항시 준비된 행동습성은 본능에 가깝다.

크기변환_YSY_0819.jpg » 달음질치는 흰눈썹울새.

크기변환_YSY_1804.jpg » 먹이를 사냥하는 흰눈썹울새.

빠른 걸음으로 갑자기 ‘휙’ 지나가면 뭐가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먹잇감은 영문도 모른 체 흰눈썹울새에게 순식간에 사냥을 당한다.  흰눈썹울새는 땅 위의 '진정한 사냥꾼'이다.

크기변환_YSY_1940.jpg »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있나보다 뻗대고 있다.

크기변환_YSY_2261.jpg » 돌 위에 올라서서 가슴을 맘껏 내밀고 자신감을 과시하는 흰눈썹울새.

크기변환_YSY_1805.jpg » 쩍 벌리고 선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빠른 행동이 다소 방정맞게 보일 수 있지만 14~15cm의 작은 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잠시 멈춰 주변을 살필 땐 이 작은 새가 천하를 호령하듯 가슴을 내밀고 꼬리를 맘껏 위로 치켜든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작은놈이 대범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가 다가와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크기변환_YSY_1676.jpg » 경계를 심하게 하는 만큼 호기심도 많다.

크기변환_YSY_0539.jpg » 높은 곳에 올라서 주변 경계를 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2020.jpg » 흰눈썹울새는 사냥을 시작하거나 사냥감을 발견하면 꼬리를 바짝 치켜세운다.

나는 새가 나무보다 땅을 좋아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할지라도 먹을거리가 당장 눈앞에 널려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땅 위를 선택한 흰눈썹울새는 자신감에 찬 분명한 행동을 한다. 겨울에는 단독으로 살다가 번식기에는 암수가 함께 땅 위에서 산다. 땅바닥 작은 구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는 시기는 5∼7월이고 5∼7개의 알을 낳아 약 13~14일 동안 품는다.

크기변환_YSY_9185.jpg » 바닷가를 찾은 흰눈썹울새.

곤충류나 거미 등을 좋아하는 새다. 각종 식물의 열매도 먹는다. 수풀 규모가 작거나 늪지, 단일종의 나무숲 산림지대를 좋아한다. 수컷은 다양하고 매우 모방적인 노래를 부른다. 전형적인 채팅 방법을 동원하여 수다를 떨듯이 울어댄다.

크기변환_YSY_0497.jpg » 바위에 올라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는 흰눈썹울새.

크기변환_YSY_2410.jpg » 새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긴장의 연속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오호츠크해 연안, 캄차카, 알래스카 서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아프리카 북부, 인도,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봄철에는 4월 초순부터 5월 중순까지, 가을에는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통과한다. 귀하고 흔하지 않은 새다. 매우 적은 수가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월동을 하기도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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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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