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 듬, 듬~' 한강하구 울리는 추억의 뜸부기 소리 윤순영의 시선





농촌 하면 떠오르던 흔한 새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논의 은둔자, 영역 지킬 땐 꼿꼿이 서 가슴으로 외쳐

크기변환_1.jpg » 뜸부기 수컷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 이마에 뿔처럼 솟은 붉은 벼슬이 우뚝하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최순애 작사 박태준 작곡의 <오빠생각>은 <고향의 봄> <반달>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동요 가운데 하나다. 최순애(1914~1998)는 13살이던 1927년 일제를 피해 고향을 떠난 오빠를 그리며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나라를 잃은 설움과 흩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지은 이 노래는 시대를 건너뛰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최씨는 '뜸부기 할머니'란 별명으로 불렸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뜸부기는 보기 힘든 새가 됐다.

 

최순애를 인터뷰한 <경향신문> 1981년 5월23일치 기사는 "특유의 울음소리로 해서 농촌의 대표적인 새로 꼽히던 뜸부기가 근래에 와서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뜸부기 할머니'는 안타까와 했다."라고 적었다. 이미 35년 전에 뜸부기는 노래로만 친숙한 새였다. 현재 뜸 부기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크기변환_DSC_6100.jpg » 논둑 위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펴보는 뜸부기.

 

크기변환_DSC_5882.jpg » 뜸부기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고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크기변환_DSC_6532.jpg » 매년 찾아오는 터전이지만 왠지 낮 설어 주변의 환경부터 살펴본다.

 

논에서 들려오는 뜸부기 소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들을 수 있던 정겹고 아주 친숙한 소리였다. 그러나 어느덧 우리 곁에서 뜸부기 소리는 사라졌다.

 

크기변환_DSC_6145.jpg » 논 뚝 위에서 날아오르는 뜸부기.

 

크기변환_DSC_6146.jpg »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뜸부기를 닭하고 비슷하여 '뜸부기 닭'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수컷의 붉은 이마판을 보면 작은 익룡이 떠오르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6493.jpg » 암컷보다 먼저 도착해 영역을 소리로 표시하고 암컷을 부르는 수컷 뜸부기.

 

크기변환_DSC_6334.jpg » 몸을 부풀렸다 숨을 내 쉬듯 울어대는 뜸부기.

 

크기변환_DSC_6343.jpg » 목에서 나는 가벼운 소리가 아니고 가슴으로 울어대는 뜸부기.

 

번식기 때 뜸부기 수컷은 논둑에서 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다 사람의 기척만 느끼면 슬며시 논고랑으로 모습을 숨긴다.


뜸북이는 '뜸북 뜸북'하고 울지 않는다. 오히려 '듬, 듬, 듬'에 가깝다. 울 때는 몸을 부풀려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끄덕이고 몸까지 들썩 들썩인다. 뜸부기 수컷은 암컷을 보면 필사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크기변환_DSC_7535.jpg » 벼 포기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크기변환_DSC_7531.jpg » 벼 포기에 숨어 빼꼼이 얼굴만 내민 뜸부기.

 

지난 65일 한강 하구의 농경지에서 뜸부기를 만났다. 반가움과 추억이 밀려왔다. 가까이 있는 듯 소리가 들려 뜸부기를 보려고 헛고생하며 논을 헤맨 기억이 있다. 뜸부기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소리로 남아 있을 것이다

 

크기변환_DSC_7564.jpg » 뜸부기는 몸을 숨기고 둥지를 틀며 생활하는데 논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터전이다.

    

크기변환_DSC_7591.jpg » 몸을 치켜세워 주변을 살펴보는 뜸부기 경계를 좀처럼 늦추지 않는다.

 

크기변환_DSC_7527.jpg » 벼 포기에 숨어 울어대는 수컷 뜸부기.  

뜸부기는 여름철새여서 중부지역에는 6월초에 수컷이 먼저 찾아오고 약 15일 후에 암컷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아직 암컷 뜸부기는 눈에 띄지 않는다. 흐린 날과 이른 아침, 늦은 저녁에 많이 울고 대낮에는 뜸부기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크기변환_DSC_6291.jpg » 가슴 깃털을 세우는 뜸부기.

크기변환_DSC_6296.jpg » 마음껏 날개를 펼쳐 기지개를 켠다.

 

크기변환_DSC_6321.jpg » 깃털을 다듬는 뜸부기.

 

6월 말이면 모를 낸 벼가 제법 자라 뜸부기 목만 보이게 된다. 7월 중순이면 뜸부기는 벼에 가려 보기 힘들고 소리를 듣고 그곳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뜸부기는 경계심이 무척 강해 벼 고랑 사이로 다니지 않고 포기에 몸을 숨기며 활동한다. 좀처럼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크기변환_DSC_6631.jpg » 논 뚝 길을 따라 자리를 옮기는 뜸부기.

 

크기변환_DSC_6632.jpg » 뜸부기 다리보다 발가락이 더 길게 보인다.

 

크기변환_DSC_6685.jpg » 곁눈질로 주변을 살핀다.

 

크기변환_DSC_6651.jpg » 논 뚝 길을 따라 멀리 자리를 옮기는 뜸부기.  

 7월초부터 9월 초순까지에 벼 포기를 모아 둥지를 만들기도 하고 논가나 평지의 풀밭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36개의 알을 낳고 논에서 살아가는 메뚜기, 우렁이, 등 곤충과 수생생물 이외에 어린 싹이나 풀씨도 잘 먹는다. 그리고 10월 초순경이 되면 대부분 남하 한다.

 

크기변환_DSC_7640.jpg » 저녁 무렵 논에 물고를 보기위해 오토바이를 탄 농부가 뜸부기 곁으로 다가선다.

 

크기변환_DSC_7606.jpg » 논에 숨어 울어대던 뜸부기가 화들짝 놀라 날아오른다.

 

크기변환_DSC_7607.jpg » 어느새 벼 잎 끝에는 저녁 이슬이 맺혀 있다.

 

크기변환_DSC_7609.jpg » 뜸부기가 옮겨 다니는 자리는 대부분 정해져있어 크게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뜸부기 수컷의 몸길이는 40내외이며 암컷은 33cm으로 수컷보다 작다. 수컷의 몸통은 회색빛이 감도는 흑색으로 배에 회색의 가로무늬가 있다. 부리는 황색, 긴 다리는 황색과 녹색이 혼합 돼 있다.

 

크기변환_DSC_6611.jpg » 뜸부기는 경계심도 강하지만 때론 논둑에 올라와 당당하게 서기도 한다.

 

암컷은 수컷의 겨울 깃과 비슷한 색깔로, 머리 꼭대기는 어두운 갈색이고, 목옆은 진한 황색이 색이며, 턱 밑과 멱은 흰색이다. 등과 날개는 황색으로 진한 갈색으로 반점 모양이 있다.

 

크기변환_YSY_4504.jpg » 암컷 뜸부기.

 

크기변환_YSY_4619.jpg » 암컷 뜸부기의 옆모습 수컷과 달리 이마 판에 벼슬이 없다.

 

크기변환_YSY_4607.jpg » 여유롭게 기지개를 펴는 뜸부기 암컷.

 

 

아시아 동부에서 번식하고 필리핀과 보르네오 섬 등지의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난다. 2005317일 천연기념물 제446호로 지정되었고, 20125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크기변환_DSC_6610.jpg » 물끄러미 드넓은 농경지를 바라보고 있는 수컷 뜸부기의 뒷모습.

 

■ 뜸부기의  비상 연속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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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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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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