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조의 상징 흰 제비 윤순영의 시선

봄의 전령사  제비, '복덩이' 화목 물고왔네   제비 동해시 송정동서 태어난 흰 제비

주민들 길조라며 막걸리 찬치

 

삼월 삼짇날(음력3월3일)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했다.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옛집을 수리해 번식을 하는 때고 삼짇날 무렵이면 날씨도 온화하고 산과 들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미끈하게 빠진 18센티미터 작은 몸은 멋진 자태를 갖고 있다.

윗면은 푸른빛이 도는 검정색이고 이마와 멱은 어두운 붉은 갈색이며, 아랫면은 크림색을 띤 흰색이다. 검은 정장 복을 입은 신사를 연상케 한다.

꼬리 깃에는 흰색 얼룩무늬가 있다. 어린 새는 긴 꼬리는 어른 새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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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수컷 바깥 꼬리깃길이가 더길다.

 

 70년대 무분별한 농약살포와 4월의 논갈이 전통 농사기법이 5월로 늦춰지고 건물의 구조가 처마 없이 변해 흔한 여름철새였지만 최근 도심에서는 거의 볼 수 없어 추억 속의 기억으로 남겨진다.
둥지는 벌흙으로 짓기 위해 땅에 내려앉는 것 외에는 거의 땅에 내리지 않고 먹이도 날면서 잡아먹는다. 새끼한데 먹이를 줄때도 둥지 앞에서 날면서 준다.

공중에서 높이 날다가 땅과 위를 스치듯이 날기도 하고 제비가 물위를 날 으며 아래로 쏜살같이 내려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물을 발로 힘껏 뒤로 젖히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물 찬 제비'라 한다.

급강하와 급선회를 반복하면서 원을 그리듯이 날아오를 때도 있다. 번식이 끝난 6월부터 10월 상순까지 평지 갈대밭에서 잠을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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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암컷 바깥 꼬리깃길이가 짧다.

 

건물 처마 밑에 한 집에 1개의 둥지를 짓거나 매년 같은 둥지를 고쳐서 사용한다. 귀소성이 강해서 여러 해 동안 같은 지방에 돌아온다.

4월 하순~7월 하순에 3∼5개의 알을 낳아 13∼15일 동안 품고 부화한 지 20∼23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먹이는 벌, 잠자리, 파리·딱정벌레, 매미, 딱정벌레 등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전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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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동 골목길 우측 감나무 옆 처마 밑에 제비 둥지가있다.

 

지난6월14일 SBS 동물농장 촬영제작자로 부터 전화가 왔다.
강원도 동해시 송정동 854-70번지 박희원씨 댁에 제비가 새끼를 낳았는데 흰 제비 새끼가1마리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인터뷰 요청이었다.
그동안 조류를 탐조하였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흰 제비기에 흔 쾌히 승낙하고 6월17일 동해시로 향했다.
초행길이어선지 흰 제비를 빨리 보고 싶어서인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4시간 걸려 동해시 송정동에 오후1시30분에 도착을 했다.
단독주택들이 정감 있게 다가왔다. 주변엔 동해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다.

1960년대 이곳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고 길이 3km의 북평 해수욕장이 있던 곳이지만 동해항 개발로 그 자취는 사라지고 소나무(송) 정자(정) 송정동이라는 이름이 그때를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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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이 흰 제비새끼가 귀여운지 정신없이 살펴보고있다.

 

골목길로 접어들자 흰 제비가 있는 집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골목길에서 담 너머로 흰 제비를 구경하는 동네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설렌다. 고속도로를 달려온 피곤함이 확 사라진다.
작년9월에 집만 짓고 떠나 올4월에 다시 찾아와 5월15일 알을 낳고 5월31일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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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꽉메운 다섯마리 새끼들

 

6월5일 태어 난지 6일 만에 5마리 새끼 중에 1마리가 흰 색인 것을 집주인 박희원 씨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동물의 조직에 있는 검은색이나 흑갈색의 색소. 양에 따라 피부나 머리카락, 망막의 색깔이 결정된다.
색소가 없거나 부족해서 생기는 백화현상의 돌연변이로, 과거 참새나 까치 등의 조류에서 간혹 흰색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자연 상태에서 생존율이 높지 않아 사람의 눈에 쉽게 발견되지 않는 희귀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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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서로 먼저 먹으려고 버채는 제비새끼들 합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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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색의 흰 제비새끼 둥지밖에 호기심이 많다.

 

도착한 날은 태어난지 19일째 되는 날이다.
내일 아니면 모레 둥지 밖으로 날아갈 확률이 높다.
제비는 태어 난지20일~23일 정도 되면 둥지 밖으로 날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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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깃을 다듬는 흰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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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박희원씨 부부가 어린애를 보살피듯고  지키고있다.

 

집주인 박희원 씨가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안내로 집에 들어서자 처마 밑에 검은 새끼 제비 속에 석여 흰 제비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댔다.
5마리 중 1마리가 흰 제비 새끼다. 행동도 다른 제비들 보다 활발하고 호기심도 많아 사람의 행동을 주시하며 살피고 눈빛도 마주친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나름대로 애교도 부린다. 정말로 깜찍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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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가지 사이로 먹이를 물고오는 어미 제비

 

제비집 앞에 감나무 한그루가 은폐 역할을 하고 남향으로 적당한 볕이 들어 새끼를 키우기에 좋은 조건이다.

집주인 박희원씨의 관심과 보살핌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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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제비의 날개 운동, 둥지 밖으로 나갈려면 필수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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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검은색의 제비 새끼의 날개운동

 

대장 노릇을 한다. 대체적으로 흰색으로 태어나면 눈이 붉은 색갈이지만 육안으로 봐서는 색소 부족이 아주 심하지 않아 검은 눈동자로 보여 더욱 귀여움을 더한다. 
새끼들은 둥지에 붙어 날개 짓을 자꾸만 반복하곤 둥지로 들어간다.
둥지를 떠날 사전연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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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집주인 박희원씨, 동네주민 김영상씨 ,최준천씨

 

동네사람들이 아예 의자를 놓고 관찰을 한다. 고향을 다니러온 김영상 씨는 오늘 내 생일이라며 집주인이 복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복을 받는 다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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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제비 탄생을 막걸리로 축하주를 받는 집주인 박희원씨

 

동네 분들이 또 모여든다. 잠시 후 축하 하는 마음으로 김치 안주 하나에 막걸리 술자리가 벌어 졌다.
모두들 즐거워한다.
우리민족은 흰색과 흰 옷을 좋아해 백의민족 이라 했던가?
선조들은 옛 부터 흰 새를 길조라 여겨 복을 받고 평안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좋은 일이 생긴 것은  틀림없다. 동네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아와 흰 제비 구경하랴 떠들썩하다. 이 동네서 이렇게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인적은 처음 이라고 한다.

주민자치 쎈터에서 방송을 한다. "우리 동네 박희원 씨 댁에 흰 제비가 태어났습니다."

"복을  갖다 주는 길조이니 모두 축하 합시다."

이어 "둥지에 가까이 접근하지 마시고 큰 소리도 내지마시고 근처에서 경적은 울리지 마십시오" 당부를 덧붙인다. 흰 제비가 태어나 동내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동네에 경사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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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서 날으며 먹이를 주는 어미제비 제비의 특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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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떠날 때가되자 어미 애비는 정신없이 먹이를 주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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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애타게 기다리고있는 제비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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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8일 제비가 태어난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6시30분에 제비 둥지에서 다시 관찰이 시작 되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어제 보다 새끼들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활기차다. 금방이라도 둥지를 박차고 나올 기세다.
8시경 한 마리가 둥지를 박차고 나왔다. 어미가 안정된 자리로 유도하려 유난히 '지지 배배' '지지 배배' 울어 댄다.
9시가 되자 또 한마리가 밖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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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둥지를 나와 어리둥절한 새끼제비 몸에 솜털이 아직 남아있다.

 

밖과 둥지안의 새끼들의 소리가 요란하고 어미도 허둥거린다.
2마리의 새끼는 옆집 마당 빨래 줄에 가서도 앉고 어미를 불안케 한다.
어미가 불러 댄다. 둥지 가까이 날아든다.
다시 둥지로 들어간다. 둥지를 들락 거린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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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모이주기는 신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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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제비가 먹이를 받아먹다 바닥에 떨어뜨린 먹이감 꿀벌

 

이젠 둥지에서 새끼들의 활기찬 날개 짓이 계속된다. 어미가 열심히 먹이를 나른다.
벌과 파리가 주로 먹이로 이용되고 있다. 먹이로 이용되는 잠자리와 매미류는 계절상 이른 시기이기 때문에 보이 질 않는다.
흰 제비새끼와 한 마리에 제비새끼는 둥지에서 한 번도 떠나 보지 못하고 날개 짓 연습만 하루 종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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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경고소리에 둥지속으로 숨어버린 새끼 제비들

 

다른 종류의 새들이 나타나거나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자기방어를 위해 숨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미 신호가 있자 떠들어 대던 새끼들이 둥지 속으로 몸을 바짝 엎드려 숨죽이고 꼼짝하지 않고 있다.

황조롱이가 상공에서 날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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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너머에서 휴대폰으로 흰 제비새끼를 촬영하는 주민들

 

80세를 훌쩍 넘긴 듯한 노인이 평생 흰 제비는 처음 본다며 담 밖에서 즐거워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예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신기해 하신다.

자리를 뜨지않고 계속 지켜보신다.

할머니. 흰 제비 보니까 어떠세요?  물었다. "기분좋지 흰제비가 태아나면 옛날 사람들은 좋은일이 생긴다고 했어" 라고하신다.

나이를 여쭈어 보았다.  88세란다. 정말 보기 힘든 희귀조임이 틀림없다.

담 너머에서 휴대폰을 들고 너도 나도 촬영을 한다.오후4시경 둥지 밖으로 떠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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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흰 제비새끼

 

오늘은 둥지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고 판단되어 관찰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5시에 둥지에 도착했다.
5시15분 쯤 새끼 제비가 갑자기 둥지 밖으로 날아 나온다. 왠지 둥지가 분주하고 요란스럽다.
5시20분경 두 번째 제비가 둥지 밖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이젠 미련 없이 둥지를 버리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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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5분경 관심에 대상이었던 주인공  흰 제비새끼가 날개짓을 유난히 졌고있다. 세 번째로 외출을 시작했다.

 

안절부절 뜸을 드리던 새끼 제비가 8시에 네 번째로, 9시 혼자 남은 다섯 번째 새끼가 둥지가 썰렁했는지 용기를 내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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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떠난 새끼제비 모든것이 낮설다.

 

4시간에 걸쳐 둥지 떠남이 마무리하면서 그렇게 미련을 두었던 둥지, 미련 없이 떠난 처마 밑엔 빈 둥지만 덩그렁 걸려있다.

새끼들은 뿔뿔이 흩어져 보이질 않는다. 어미는 이들을 다시 모여들게 하여 생존의 지혜를 가르쳐 머나먼 여정의 길을 안내할 것이다.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http://www.kwildbi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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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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