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의 화려한 '짝짓기 옷', 가을이 발그레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원앙, 가을을 물들이다

금실 좋은 부부관계의 비결

 

크기변환_포맷변환_DSC_5021.jpg » 금슬 좋은 원앙 부부.

 원앙은 텃새이기도 철새이기도 하다. 경기도 김포 장릉 저수지는 철새 원앙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러시아 번식지로 떠나거나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는 이동 시기에 약 두 달 동안 머무는 곳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아예 저수지에 자리 잡고 머물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1271.jpg » 수면위에 단풍잎이 떨어진 듯 착각을 일으키는 원앙무리들.

크기변환_DSC_4866.jpg » 저수지 주변에 드리워진 나뭇가지는 원앙들의 명당자리로 다툼이 심한 곳이다.

크기변환_DSC_2160.jpg » 가을에 물든 수면 위에 원앙이 가을의 색채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2009년 장릉 저수지에서 원앙 12마리를 발견했다. 이 저수지에는 원앙이 주변에 노출되지 않고 마음껏 노닐 수 있는 수면이 있고 주변에는 쉼터와 잠자리가 있다하지만 딱 하나 부족한 것이 먹이였다. 

크기변환_DSC_5058.jpg » 다정한 원앙 부부들.

크기변환_DSC_5049.jpg » 떨어진 낙엽처럼 외로워 보이는 원앙 수컷.

크기변환_DSC_1095.jpg » 휴식을 끝마치고 자리에서 벗어나는 모습.

야생에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게 옳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원앙의 먹이터를 모두 없앴으니. 원앙이 좋아하는 볍씨를 먹이로 주기 시작했다. 그 후 7년 만에 원앙의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300마리가 넘는 원앙이 이곳을 찾아온다. 늘어난 원앙 덕분에 지난해와 올해 3회에 걸쳐 김포 장릉에서 만나는 우리 철새행사를 열기도 했다.

크기변환_DSC_9646.jpg » 원앙을 위해 먹이를 주는 사람들.

크기변환_DSC_4993.jpg

크기변환_DSC_5113.jpg »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암컷을 유혹하는 원앙 수컷들.

1028일 장릉 저수지에 갔다. 푸른 잎이 붉게 물드는 저수지에서 원앙 수컷이 짝짓기 철을 앞두고 혼인색으로 바뀐 깃털을 화려하게 드러냈다. 원앙이 단풍잎으로 물들었는지 단풍이 원앙을 닮았는지 모를 만큼 둘은 함께 어우러져 저수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크기변환_DSC_0358.jpg » 단풍 속에 숨어 휴식하는 원앙들.

크기변환_DSC_4979.jpg » 단풍과 잘 어울리는 원앙의 모습.

크기변환_DSC_1112.jpg » 온통 가을빛으로 물든 저수지.

아직 변환이 다 끝나지 않은 수컷도 더러 보인다. 원앙 수컷은 1년에 3개월 정도는 암컷과 같은 색을 띠고 나머지 기간은 화려한 깃털로 지낸다.

크기변환_DSC_4930.jpg » 아직 혼인색으로 변환 중인 수컷. (사진 왼쪽)

크기변환_DSC_0827.jpg » 저마다의 자리를 꿰찬 원앙들.

크기변환_DSC_5095.jpg » 물 위에 떨어진 낙엽과 함께하는 원앙.

원앙은 경쟁자와 힘으로 경쟁하기보다 가장 멋스럽고 화려한 깃털을 내세워 힘의 상징으로 과시한다. 화려한 깃털은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암컷을 유혹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깃털 치장은 짝을 맺는 경쟁력이다.

크기변환_DSC_4960.jpg » 아내를 지키기 위해 경쟁자를 매섭게 쫓아내는 원앙 수컷.

크기변환_DSC_1164.jpg » 암컷이 물 위로 뛰어내리자 수컷들도 덩달아 뛰어내린다.

크기변환_DSC_4915.jpg » 다채로운 빛깔의 원앙 수컷.

원앙이 금실 좋은 부부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은 깃털 관리를 철저히 하는 원앙 수컷에게 달려 있다. 암컷은 화려하진 않지만 무척 단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저수지엔 암컷 원앙보다 수컷 원앙이 더 많아 보였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생태환경 전문웹진 <물바람숲> 필자

 

TAG

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