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Km 날아온 진객, 밥상이 '잿빛' 윤순영의 시선

 

크기변환_1SY_3603.jpg » 장항습지에서 잠을 자고 홍도평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25년전그때가생생하다

홍도평야에 온 두루미 7마리

꾸준히 먹이를 줘 10년뒤 120마리까지

도로가 생기고 농경지가 줄고

이제는 서너 마리, 기쁨이 안타까움으로

그나마 건너편 장항습지에 명맥

어느덧 25년이 지났다. 김포시 홍도평야에서 재두루미 7마리를 발견한지가. 처음 재두루미와 마주했던 순간은 시간이 흘렀지만 생생하다. 반갑고, 정겨웠다. 그때부터 꾸준하게 먹이를 주었고, 관찰을 했다. 10년 뒤인 2001년에는 개체수가 120마리로 늘어났다. 기뻤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000053.jpg » 2001년 재두루미 120여 마리가 월동하던 시절은 추억 속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홍도평야를 가로지르는 우회도로가 생기며 농경지는 두 동강이 났고, 그나마 있던 농경지마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농경지에 영농창고의 이름을 달고 물류창고로 이용되는 불법창고가 즐비하게 들어섰다.

크기변환_DSC_1425.jpg » 재두루미 뒤로 보이는 홍도평엔 불법창고들이 즐비하게 보인다.

크기변환_DSC_1184.jpg » 농경지매립이 지속되고 있지만 홍도평야를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크기변환_DSC_3268.jpg » 홍도평에 들어선 전봇대와 전깃줄이 재두루미가 이동하는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두루미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2급으로 지정된 새다. 시베리아 우수리, 몽골, 중국 남동북부에서 겨울을 난다. 조급함이 없고 가족 사랑이 지극하며 동물 중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소통하는 새다.

크기변환_DSC_3780.jpg » 매립되지 않은 농경지를 찾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DSC_4150.jpg » 몸을 슬쩍 숨기고 비상시 빨리 피할 수 있는 온전한 농경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크기변환_YSJ_1675.jpg » 한참동안 홍도평을 선회하다 어렵사리 내려앉는 재두루미가족.

크기변환_DSC_3248.jpg » 재두루미가 홍도평에서 겨울나기는 옛날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먹이 터가 훼손되며 재두루미 개체 수는 줄고 있다. 올해 36마리가 장항습지에 잠자리를 잡고 월동을 하며, 농경지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눈칫밥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크기변환_DSC_2301.jpg » 먹이는 부족한데 볏짚마저 곤포 사일로에 포장되어 재두루미 옆에 서있다.

이제 주된 먹이 터였던 홍도평야에는 서너 마리의 재두루미만이 찾아온다. 재두루미가 한 번 떠나면 그 자리를 다시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재두루미는 그 자리를 필사적으로 지키려하지만, 사람들의 욕심과 어리석음이 가로막는다.

크기변환_YS1_7589.jpg » 농경지를 매립하는 공사 차량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크기변환_DSC_3191.jpg » 매립된 농경지 위에 내려앉는 재두루미 이곳은 재두루미가 좋아하는 자리였다.

세계적으로도 아파트 근처를 나는 재두루미를 볼 수 있는 곳은 홍도평야 뿐이다. 홍도평야에서 아파트단지 옆을 날아가는 재두루미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아파트에서 재두루미를 내려다보고, 관찰하고, 사진촬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크기변환_L7940693.jpg » 아파트를 울타리 삼아 평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YS2_6326.jpg » 재두루미에게 아파트와 도심풍경은 낯익은 풍경이다.

6년 전에 바로 그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어떻게 이 자리를 내가 차지 할 수 있게 되었나 묘한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는 한강을 마주하고 있어, 장항습지에서 잠을 자고 홍도평야로 날아드는 재두루미의 생활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됐다.

크기변환_YS2_2915.jpg » 세계적으로도 도심에 날아드는 재두루미는 홍도평 한 곳이다.

크기변환_YS2_0140.jpg » 재두루미 가족이 주변을 살펴본다. 예민하고 조심성 있는 본능을 감출 수 없어 늘상 있는 일이다.

크기변환_YS3_6381.jpg » 김포시 북변동 홍도평 전경, 저 멀리 재두루미 부부가 우두커니 서있다.

하지만 씨가 남아있어야 싹이 트고 번성하듯, 씨가 사라지면 현재 남아있는 재두루미를 다시 불러들일 수 없게 된다. 우리는 그 흔적을 그저 역사 속의 이야기로만 만나게 된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며 사진을 촬영하고 관찰하는 일들은 과거로 묻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크기변환_DSC_3343.jpg » 위에서 내려다본 재두루미의 비상모습.

크기변환_DSC_4201.jpg » 재두루미의 먹이 터였던 농경지는 매립되어 빛바랜 잡풀들이 수북하게 보인다.

크기변환_YS2_2459.jpg » 재두루미 뒤로 마을의 정겨운 모습이 보인다. 보호하지 못하면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재두루미 매일 3~6마리가 홍도평야로 꾸준히 날아든다. 지난 24일에는 15마리가 날아들었다. 넓은 평야를 재두루미가 꽉 채운 듯 했다.

크기변환_YSJ_1967.jpg » 서리가 내린 이른 아침 홍도평 보리밭 위를 날고 있는 재두루미.

크기변환_YSJ_1862.jpg » 아침마다 사라진 농경지 때문에 재두루미가 먹이 터를 찾기 위해 선회하는 일이 반복된다.

크기변환_DSC_5709.jpg » 어렵사리 먹이 터를 찾아 내려앉는 재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YSY_0490.jpg » 홍도평의 재두루미는 이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재두루미는 아직 홍도평야를 버리지 않았다.이곳을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우리가 외면하고 있다. 2000km 머나먼 길을 날아와 해마다 변해가는 터전에서 이리저리 쫓기는 그들의 모습이 가련하기만 하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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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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