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얼음판에 메기, 동태, 돼지고기…비뚤어진 자연 사진가 윤순영의 시선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 사진 찍으려고 자연에 없는 먹이 던져 생태계 교란

한강 상수원, 먹이 투기는 오염이나 쓰레기 투기와 마찬가지로 불법행위

크기변환_포맷변환_-8.jpg » 팔당의 겨울철 진객인 참수리. 크고 노란 부리가 두드러지는 국제 보호조로 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팔당대교와 팔당댐 사이 한강은 수도권의 상수원이자 자연이 잘 보전돼 생태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참수리와 흰꼬리수리를 비롯해 다양한 조류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많은 사진인들이 이곳을 찾아와 새를 촬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진가 말고도 생태교육, 탐조, 생태연구, 생태 관찰 변화, 모니터링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강변은 팔당댐 상류처럼 상수원보호구역은 아니지만 한강수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과 동일한 규제와 관리를 받는 곳이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낚시 등 어로행위는 엄격히 규제된다. 강북 취수장 등 주요한 취수장이 바로 하류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DSC_3623.jpg » 대표적 겨울철 맹금류인 흰꼬리수리. 멸종위기종 1급이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사진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얼음 위에 민물고기를 뿌려놓는 등의 행위를 해 팔당을 찾는 내·외국인을 비롯한 조류전문가, 탐조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위적인 간섭으로 안정된 생태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이고 버젓이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다.

크기변환_DSC_3432.jpg » 사진을 찍기 위해 메기를 상수원에 투기하고 있는 사진인.

사진을 찍기 위해 얼음판 위에 민물고기를 던져 놓는 것은 불법쓰레기 투기에 해당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은 수도법에 근거해 상수원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변을 지정하여 상수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에서의 금지된 행위는 쓰레기나 동물의 사체를 버리는 행위, 가축의 방사어렵 또는 조류를 포획하는 행위, 유영목욕이나 세탁, 기타 수질을 오손하는 행위이다.

크기변환_DSC_3438.jpg » 얼음판 위로 살아있는 메기를 내던지고 있다. 메기는 곧 얼어 죽고, 얼음에 들러붙은 메기는 나중에 떼어내기도 한다. 

크기변환_DSC_3440.jpg » 20여 마리의 메기가 얼음 위에 나동그라져있다.

크기변환_DSC_3442.jpg » 메기를 담았던 비닐봉지를 들고 올라가는 사진인.

지난해 시화호에서 수리부엉이 둥지를 훼손하면서 사진을 촬영해 사회적 문제가 되어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진촬영이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크기변환_2015_06_13.JPG » 잘려진 나뭇가지 사이로 둥지가 훤히 드러난 어린 백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행위든 하는 이런 일부 사진인들의 몰지각한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자연을 망가뜨리면서 자연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는 생태교란을 우려해 지난달 하순부터 이들에게 여러 번 자제를 촉구했지만 보란 듯이 자리를 바꿔가며 먹이 불법투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팔당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민물고기, 토막 낸 동태, 돼지고기 등을 마구잡이로 한강에 투기하고 있다.

크기변환_DSC_3489.jpg » 먹이를 얼음 위에 던져 놓고 참수리와 흰꼬리수리를 기다리는 사진인들.

크기변환_DSC_1814.jpg » 팔당 얼음판 위에 널브러져 있는 메기들.

누구든지 멋진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둥지를 훼손하고 서식지 생태를 교란하면서까지 촬영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이다. 그들은 먹이를 주며 사진촬영을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관공서에서도 주지 않느냐고.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의 의견과 행정적 절차에 따라 필요한 곳에만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고 있다. 이 겨울 메기는 강 바닥에서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메기를 사냥하는 새는 없다. 흰꼬리수리 등이 노리는 제철 먹이는 누치, 강준치, 배스, 블루길 등 물고기와 물닭, 논병아리 같은 새이지 뜬금없는 메기나 돼지고기가 아니다.

크기변환_DSC_8353.jpg » 돼지고기를 비닐에 담아 얼음 위로 걸어 들어가는 사진인.

현재 팔당에 불법으로 물고기를 투기하고 연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은 새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를 운영한다고 한다. 연출 사진도 사진기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나친 연출로 생태를 교란하고 방해하는 것은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상식을 벗어나 사진을 위해 자연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크기변환_DSC_8357.jpg » 얼음 위에 놓여있는 돼지고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야생생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함으로써 야생생물의 멸종을 예방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건전한 자연환경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6F7P1761.jpg » 쓰레기가 방치 되어 몸살을 앓는 수도권 상수원. 시민의식이 아쉽다.

그러나 이렇게 불법투기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버젓이 벌어지는데, 법률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남양주시와 하남시, 한강유역환경청은 상수원 보호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에 좀 더 적극적인 감시와 계도를 해야 한다. 불법행위를 보고 너도나도 따라 한다면 우수한 생태 질서가 유지되는 팔당은 어떻게 되겠는가. 

·사진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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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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