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논 매립, 한강 하구 습지가 위험하다 윤순영의 시선

 불법 물류창고, 아파트, 도로 짓느라 논 급속히 매립해 습지 생태계 단절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 지정하고 손 놔, 후속 관리대책 시급

 

크기변환_dnsYS3_5017.jpg » 아파트와 도로 건설로 매립되고 있는 한강 하구 습지. 정부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했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강 하구가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 7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17일 김포대교에서 강화군 송해면에 이르는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강화군의 60.668㎢(1835만평)가 습지로 지정된 것이다.

당시 지정 주체인 환경부는 한강 하구의 일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비무장지대와 연계해 한강하구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수도권에 인접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서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복안도 밝혔다.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자연이 잘 보전될 것으로 누구나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했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크기변환_dnsCRE_7612.jpg » 시암리 습지가 시작되는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주변의 모습.

크기변환_dnsCRE_7607.jpg » 한강하구 전류리의 어로 작업 한계선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고기잡이가 한강 하구에서 유일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뒤에 보이는 것이 산남습지이다.

무엇보다 한강 하구 주변의 논이 무차별적으로 매립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습지와 논은 얼핏 아무 상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논은 새들은 물론 어류, 양서류, 곤충의 서식지이자 홍수 조절, 토양 유실 방지, 수질정화, 온도조절 등 생태계가 유지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실 논은 다양한 습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논이 물새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 하구의 특성상 논은 홍수예방 효과도 있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도 한다. 농업 중에서도 논농사는 자연을 닮은 최고의 생태적인 농업 행위이다.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1032386.jpg »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저어새. 논은 저어새가 새끼를 키우는 데 필수적인 물고기 잡이 터이다.

크기변환_dnsDSC_4281.jpg » 논의 낱알은 겨울 철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재두루미의 월동을 위한 중요한 먹이가 된다.

그나마 현재 한강 하구의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후평리, 석탄리 농경지가 훼손되지 않아 한강하구 습지의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곳 농경지도 언제 훼손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버드나무 군락이 70%를 차지하여 육지로 바뀌고 있는 장항습지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관리가 수월해, 한강 하구의 상징적 습지 구실을 한다. 그러나 장항습지를 잘 지킨다고 한강 하구의 습지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크기변환_dnsL1030199.JPG » 장항습지 안의 물길.

한강 하구의 시암리 습지, 산남 습지를 아우르는 관리방안은 계획된 바 없다. 시암리 습지는 한강 하구 습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수지역의 관문이다. 서해 바다와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이 만나는 역동적인 환경을 지니고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어 한강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곳이지만 정밀한 생태조사 및 관리 계획은 전무하다.

크기변환_dns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1020004.jpg » 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류하는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습지의 모습. 왼쪽 산은 북한의 개풍군이다.

지금이라도 시암리 습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등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이 습지 보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습지 보전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농경지를 이용하도록 하고 지역 농민의 소득을 증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핵심 습지의 보전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크기변환_dnsYS3_5032.jpg » 김포시 하성면 후평리와 시암리 평야에는 아직 매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크기변환_dnsYS3_5051.jpg »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는 김포시 하성면 석탄리 평야. 후평리, 시암리로 이어진다.

그동안 한강하구는 군사보호지역으로 생태 조사가 미흡하였고 왜곡된 유속과 생태변화를 유발하는 신곡수중보. 한강하구 지류의 오염, 재두루미 취식지, 한강하구 농지매립방지, 생물다양성관리계약 등 한강하구 습지의 건강성을 위해 한강하구 습지 전체에 다양하고 실질적인 보전계획 검토가 필요하다.

요즘 한강하구 람사르 습지 지정이 거론되고 있다. 람사르 습지 지정이 급한 일이 아니다. 먼저 한강하구 람사르 습지 지정 이전에 한강하구의 건강한 습지를 어떻게 확보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다.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신곡수중보L1063531.jpg » 김포대교 아래 포말이 일고 있는곳이 신곡수중보이다. 높이 4m 총 연장 1007m인데 고양시 쪽 883m에 고정보가 있고 김포시 쪽에 5개의 수문이 달린 가동보가 설치돼 있다. 상수원 수량 확보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1988년 6월 완공했으나 한강 하구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크기변환_dnsDSC_4793.jpg »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매립되는 한강하구 습지 주변의 농경지.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1064461.jpg » 한강하구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 재두루미 무리.

람사르 습지의 가치 보다  한강하구 습지만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생태 보전 가치가 세계적인 가치가 된다. 원천적으로  람사르 습지와 관계없는 한강하구습지 생태의 중요성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습지 관리 실행을 통해 한강하구습지가 당면한 농경지의 무분별한 매립 중단 조치와 한강하구 지천의 회복 더 나가 논 습지지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논 습지의 지정은 전무한 상태이다. 그러나 논은 개인 재산이기에 계약습지 운영 방안을 검토해 5년, 10년 단위로 제도를 만들어 재산상의 손해나 부당함이 없는 당사자의 소득증대 방 계약으로 논 습지를 운영 할 수 있는 대안도 있다.

크기변환_dnsCRE_7770.jpg » 농경지 매립 후 불법 공장, 물류 창고로 이용 되는 건물들.

현재 농지는 농민보다 외지인이 소유한 곳이 훨씬 많고, 농경지를 매립할 때도 신고 제도가 없어져 매립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폐기물을 묻지 않는 한 단속할 명분도 없다.

외지인 논은 어김없이 매립되고 영농창고라는 명분으로 공장, 물류창고로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단속은 보기 힘들다. 이를 뻔히 보면서 어느 농지 주인이 돈 되는 매립을 망설일까.

크기변환_dns포맷변환_L8074399.jpg » 농경지 매립 차량 갈 곳 잃어 가는 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재두루미는 눈치를 보며 불안한 월동을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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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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