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위해서라면 거센 물살 ‘풍덩’ 물까마귀 윤순영의 시선

지느러미도 없지만 급류 속을 날쌔게 헤엄치며 돌틈의 물벌레 사냥

새끼 목에 걸릴라 잡은 물고기는 바위 때려 다듬은 뒤 먹이기도

 

크기변환_dnsYSJ_7628.jpg » 물속에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은 물까마귀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계곡에 물까마귀가 새끼를 쳤다며 찾기 어려운 길을 상세히 알려주어 바로 출발을 하였다. 연휴로 인해 도로 정체가 이어져 2시간 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4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

크기변환_dnsYS3_1016.jpg » 큰 바위 중간 오른쪽에 갈색으로 보이는 것이 물까마귀의 둥지이다. 바위 이끼와 어우러져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물까마귀 둥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일반적으로 물까마귀는 바위 틈새나 작은 폭포 뒤에 둥지를 지어 천적을 피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바위 위에 버젓이 대놓고 둥지를 틀었다.

 

크기변환_dnsYSJ_7508.jpg »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새끼들 때문에 어미 물까마귀는 늘 마음이 바쁘다.

 

아마 물까마귀 어미는 부근에 천적이 없는데다 인적이 드물고 바위에 난 이끼로 위장이 충분하다고 나름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까마귀 둥지로는 뜻밖의 위치였다.

 

크기변환_dnsYSJ_7411.jpg » 먹이를 듬뿍 물고와 차례로 먹이를 주는 물까마귀 어미. 새끼 때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

 

5마리의 새끼를 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까마귀 부부는 대략 3~5분 간격으로 먹이를 잡아오느라 무척이나 바쁘다. 이틀 뒤면 둥지를 떠날 정도로 많이 자라 먹이도 많이 필요하다.

 

물까마귀는 물위를 스치듯 낮게 날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바위를 이리저리 매우  빠르게 옮겨 가기 때문에 움직임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둥지에 접근했다.

크기변환_dnsYSJ_8444.jpg » 먹이를 물고 직접 둥지로 가지 않고 주변 바위에 잠깐 내려앉는 물까마귀.

 

크기변환_dnsYSJ_8626.jpg » 물까마귀는 물위를 항상 스치는 낮게 날아다닌다.

 

개울의 물길을 따라 먹이를 물고 둥지로 들어가는 길목과 나가는 길목이 정해져 있다. 또 천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어린 새의 배설물은 입에 물고 잠수한 뒤 버리는 지혜도 있다.

 

 크기변환_dnsYSY_2616.jpg » 개울을 건너기 위해 힘차게 낼갯짓을 하는 물까마귀.

 

크기변환_dnsYSY_1888.jpg » 물까마귀가 먹이를 찾는 곳은 물살이 흰 포말을 일으키는 급류이다. 물까마귀가 개울 바닥의 돌틈에서 잡은 물벌레를 입에 문 채 물을 박차고 나오고 있다.

 

크기변환_dnsYSY_2864.jpg » 둥지까지 가기 위해 바위를 징검다리 삼아 이동하고 있다.

 

먹이를 물고 와서는 이러 저리 종종걸음으로 다니며 먹이를 바위에 때린 뒤 물에 씻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새끼가 편하게 먹이를 먹도록 '조리'를 하는 것이다.

크기변환_dnsYSJ_9107.jpg » 하루살이 애벌레 등 다양한 물속벌레의 유충을 부리에 한가득 물고 있는 물까마귀.

 

크기변환_dnsYSJ_8892.jpg »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물까마귀. 흔하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크기변환_dnsYSJ_7654.jpg » 물고기를 잡은 물까마귀. 바위에 짓이겨 부드럽게 하여 새끼에게 먹인다.

 

크기변환_dnsYSJ_8481.jpg » 몸을 위 아래로 멈짓거리며 날개를 짧게 펼치는 독특한 행동을 자주 한다.

 

물까마귀가 잠수하여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솜씨는 물고기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그렇게 세찬 물살에서는 사람도 걷기 힘들다.

 

물 밖에서 물까마귀는 몸을 자주 멈칫거리며, 걸을 때는 종종걸음으로 재빠르게 걷는다.

  크기변환_YSY_1489.jpg » 수서곤충 유충을 사냥한 뒤 물 밖으로 나오는 물까마귀. 마치 잠수부 같다.

 

물까마귀의 사냥은 매우 적극적이다. 물 밖에서 먹이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물속으로 직접 뛰어든다. 물갈퀴는 없지만 물속에서 헤엄치는데 문제가 없다. 날개가 지느러미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또 꽁지 깃털에서 나오는 기름을 온몸에 발라 깃털이 물에 젖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1491.jpg » 사냥을 마친 물까마귀가 물 밖으로 나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30초 정도 잠수하여 돌틈에 숨어있는 하루살이, 날도래, 강도래 등의 애벌레와 작은 물고기를 잡는다. 날도래 유충은 가는 모래를 이용해 관 모양의 집을 만든 뒤 그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부리로 문 채 돌에 쳐 깨뜨려 애벌레를 빼낸다.

크기변환_dnsYSY_2371.jpg » 물까마귀는 가파른 장애물이 있으면 물살 위를 재빠르게 날아서 올라 가기도 한다.

 

크기변환_dnsYSY_2886.jpg » 물길을 날아오르는 물까마귀.

 

크기변환_dnsYSY_2243.jpg » 물살을 가르며 뛰어 올라 다시 잠수하는 물까마귀.

 

어미 물까마귀는 새끼를 돌보는 짬짬이 먹이도 먹고 몸 단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어미가 온 힘을 기울이는 것은 새끼를 보살피는 일이다. 물까마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관심 대상종으로 등록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dnsYSY_3158.jpg » 물보라를 헤치며 날아가는 물까마귀.

 

물까마귀란 어떤 새?

 

계곡의 냇가 상류에서 혼자 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하는 텃새이다. 몸길이 22㎝로 참새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온몸이 항아리처럼 매끈한 질감의 검은 갈색이다. 꽁지는 짧고 위로 약간 올라갔다. 날 때는 낮고 아주 빠르게 날며 물가까지 걸어가 잠수한다.

 

한국 전역에 분포하고 주로 낮은 산지 계곡 물가에 살고 겨울에는 물이 얼지 않는 계곡 하류로 옮긴다.

 

물속에서 먹이를 잡을 때는 헤엄을 치거나 물속을 걸어다니며 잡는다.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물살에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몸을 지탱하면서 수서곤충 유충을 찾는다.

 

먹이는 물벌레가 주식이며 새끼에게는 애벌레와 작은 물고기를 먹인다. 둥지는 암석 사이, 폭포 뒤의 암석 벼랑이나 쓰러진 나무 그늘 등 가려진 곳에 이끼를 재료로 하여 만들고 3∼6월에 한 배에 4∼5개의 흰색 알을 낳는다.

 

아프가니스탄·히말라야·동남아시아·중국·한국·일본에 분포한다.



글·사진 윤순영/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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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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