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이어 DMZ까지 눈물 흘릴 수는 없다 윤순영의 시선

 박 대통령 세계평화공원 공식 제안 이후 인접 지자체들 개발논의 봇물

비무장지대 가치 알고 보전전략 짤 남북공동 생태환경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크기변환_dns강원도 건봉산에서바라본 비무장지대SY1_8368.jpg » 태고에 원시림을 간직한 강원도 고성군 건봉산에서 바라 본 비무장지대

민족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는 길이가 동·서로 248㎞, 폭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각 2㎞인 한반도를 허리띠처럼 가로지르는 약 907.3㎢(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0.4%)인 '금기의 땅'이다.

비무장지대는 온대지역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반세기 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면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연이 스스로 복원된 경이로운 땅이기도 하다. 민족분단의 아픈 상처로 기억되었던 이곳은 통일이 된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자연생태환경의 보고로서, 환경적 가치와 더불어 경제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크기변환_dns강원도 고성SY3_8412.jpg » 고성군 비무장지대에서 발견 된 살아 있는 화석인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산양.

크기변환_dnsSY3_5465.jpg » 철원군 비무장지대에서 관찰 된 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삵.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북한에 공식 제안한데 이어 최근 통일부는 비무장지대 중부의 철원, 동부의 고성, 서부의 파주를 세계평화공원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비무장지대 개발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DMZ 생태공원'을 경기 북부 공약에 포함시켰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태관광을 진작하겠다는 지역개발 차원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이제 통일 정책의 핵심 사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무장지대 일대의 개발 가능성에 들뜨기 앞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비무장지대 일원에 대한 생태환경조사와 장기적인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미흡하게 학계와 지역전문가, 환경단체 등에서 한정된 지역만을 조사했기에 비무장지대의 생물다양성과 가치가 얼마나 큰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던 비무장지대 내부의 환경조사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동부 지역에서는 이뤄지지 못했다.

크기변환_dns철원 이길리 에서 바라본 북한의 오성산  아래로 두루미가날고있다SY2_8137.jpg »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에서 바라 본 북한의 오성산 아래로 두루미가 국경을 무시한 채 자유롭게 날고 있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생태보전계획이 수립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생태와 환경을 살리는 자연친화적 공원을 만든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세계평화공원 계획이 발표되자 해당 지자체인 강화, 파주, 연천군, 포천군, 철원, 고성 등에서는 서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고 개발 주장이 우후죽순처럼 시민들에게 퍼져나가고 있다.

크기변환_dns열차의 총알구멍DSC_0967~1.jpg » 철원군 월정역에 반세기가 넘도록 총알이 박힌 흔적을 간직한 채 남아 있는 기차의 일부 모습.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계기로 남북교류 확대와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화해협력 분위기를 성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비무장지대 인접한 지자체는 물론 통일부와 환경부 그리고 일부 정치가들까지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방향과 관련해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우수한 생태자원을 활용하여 생태, 역사, 교육과 관광이 이뤄지고 다양한 트레킹 코스와 자전거 길 등을 개발해 동북아 환경·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기변환_dns강화도도 서해 비무장지대 저어새포맷변환_L1065226.jpg » 강화도 서해 비무장지대의 무인도에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번식하는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저어새.

환경부 관계자는 “비무장지대 정책과 관련해 가장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곳은 독일 사례”라며 동·서독 국경지역은 분단된 30년 동안 인간 이용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우수한 생태계가 유지돼 환경·생태 교육·관광의 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독일이고 한국은 한국이다. 조사를 하지 않는 한 우리의 비무장지대가 독일의 비무장지대와 같을 수 없다.

크기변환_dnsDSC_0389.jpg » 사람에겐 분단의 아픔이 있지만 저어새는 평화의 땅으로 자유롭게 날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빌어 국적 없는 환경을 조성해 합법화시키는 일이 일반화돼,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생태를 훼손 왜곡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비무장지대의 생물다양성 조사를 통해 그 특징과 보전전략을 마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발 방안을 제시하며 훼손을 시도하는 것은 오만스런 발상이며, 통일 이후 비무장지대가 지닐 무한한 환경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근시안적 개발계획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크기변환_dns비무장지대철책선SY1_8389.jpg » 비무장지대의 철책선.

'4대강의 눈물'처럼 분단의 아픔과 슬픔이 서려 있는 비무장지대가 또 한 번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뻔히 보이는 부작용과 자연파괴에도 막무가내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것처럼 원칙이 없는 정부 부처가 권력의 논리에 따라 성급한 개발에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을 훼손한 사람들은 분명히 있지만 죄라고 생각지도 않고 훼손된 자연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그럴까?

크기변환_dns연천 빙애여울DSC_8894.jpg » 연천군 임진강 빙애여울을 날고 있는 멸종위기야생동물2급 재두루미.

비무장지대는 백두대간과 함께 한반도의 주요 생태축이다. 이곳을 훼손하면 한반도 생태계 허리가 단절되는 셈이다.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무엇보다도 비무장지대 일원에 대한 과학적인 생태환경 정밀조사가 선행되고 통일 뒤 생태환경 관리계획이 장기적으로 수립되어 국토자원으로 보전해야 한다.

크기변환_dnsSY3_8744.jpg » 임진강의 지류인 한탄강이 북한 오성산에서 발원한다. 철원군 한탄강 잠자리에서 먹이를 찾는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두루미.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은 남과 북의 교류 확대와 그 동안의 대립을 뛰어넘어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환경 남북공동조사를 추진하고, 동시에 경제적 교류와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 이후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환경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는 그동안 분단되었던 민족과 국토의 혈맥을 잇고, 남북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여 민족번영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크기변환_dns김포시 보구곶리 유도섬전체.jpg » 한강 수계가 끝나는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의 비무장지대 안 유도, 철새들에 낙원이다.

크기변환_dnsDSC_0277.jpg » 분단의 철책선에 무심히 앉은 멧비둘기.

비무장지대가 특별한 이유는 반세기 동안 인간의 이용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함을 무분별하게 훼손한다면 우리는 비무장지대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자연의 연속성이 유지되어야만 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의 상징적 의미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사장

http://윤순영자연의벗.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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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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