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구멍 나란히 뚫고 수액 핥는 딱따구리 발견 윤순영의 시선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군산 어청도서 붉은배오색딱따구리 수액 섭취 첫 확인
솔 모양 혀끝으로 소나무·은행나무 구멍 고인 수액 핥아

크기변환_YSY_8654.jpg » 희귀조 붉은배오색딱다구리.

지난 428일 군산시 어청도에서 해마다 기록되지 않는 희귀한 나그네새 붉은배오색딱다구리를 만났다. ‘치르르릇하고 울음소리를 내 쇠딱다구리인 줄 알고 살펴보았는데 뜻하지 않게 붉은배오색딱다구리를 난생 처음 본 것이다. 마음이 설렜다. 몸길이 24cm의 오색딱다구리 보다 다소 작은 듯 보였다. 어찌된 일인지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고 편안하게 먹이를 찾고 있다.

크기변환_YSY_6961.jpg » 소나무에 앉아 먹이를 찾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7008.jpg »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정해둔 지정목이 있으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나무 수액을 빨아 먹기 위해서다.

크기변환_YSY_7128.jpg »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소나무에 뚫어놓은 구멍 4개가 가로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수액이 고이면 먹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나무를 쪼거나 먹이 사냥을 할 때에 번잡스럽고 요란한 일반 딱다구리의 행동과 달리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한 곳에서 부리로 나무껍질을 차분하게 쪼아댄 다음 머리를 드릴처럼 흔드는 모습이 특이했다. 나무표피를 가로로 가지런히 여러 개 뚫어 놓는 습성이 있다. 작지만 촐싹대지 않는 움직임이다.

배변을 볼 때는 화장실을 가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간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의 혀끝은 솔처럼 자잘한 가시가 나 있어 수액을 머금기 쉽게 되어 있다.  봄철에는 주로 수액을 먹으며 다른 계절에는 일반적인 딱다구리처럼 나무껍질 벌레와  곤충을 먹는다.

기변환_YSY_7831.jpg »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은행나무 줄기에 뚫은 구멍에 부리를 깊숙히 넣어 고인 나무 수액을 핥고 있다.

크기변환_YSY_7921.jpg » 오른발 옆과 아래쪽 은행나무 표피에 쪼아댄 흔적들이 적갈색으로 보인다.

크기변환_YSY_8050.jpg » 배변을 위해 한 발 아래로 물러서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의 배변 습관,

몸길이 91~23cm, 이마와 머리꼭대기의 붉은 깃털은 불타오르는 듯하고 윗부리는 검고 아랫부리는 노란색이다. 뺨과 턱은 흰색, 멱과 목, 가슴은 적갈색이다. 아래꼬리덮깃은 진한붉은색이다. 등은 검은색이고 흰색의 가로줄이 조밀하게 흩어져 있다. 암컷은 검은색 머리에 흰색 반점이 조밀하게 있다.

크기변환_YSY_8328.jpg » 부리를 깊숙이 박고 혀에 나무수액을 먹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7840.jpg » 나무줄기의 표피를 뜯어낸 뒤 빠른 진동으로 쪼아 구멍을 뚫는 모습.

크기변환_YSY_8330.jpg » 뚫어놓은 구멍을 살펴보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8102_02.jpg » 은행나무에 세번째 구멍을 나란히 뚫고 있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이나 월동을 하지 않고 우연히 들르는 나그네새여서 좀처럼 관찰하기 힘들며,서울, 경기도 광릉, 옹진군 소청도에서 관찰된 기록이 있다. 봄에 북상하고 가을에 남하한다. 우수리 일대에서 번식하는 집단은 중국 남부로 이동해 월동한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매우 넓은 지역에 인도 아대륙과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홍콩, 인도, 북한, 한국, 미얀마, 네팔, 태국, 베트남까지 이르는 동남아시아 산맥을 따라 발견된 기록이 있다. r그러나 붉은배오색딱다구리의 생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연구가 필요하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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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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