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주저앉혔나, 붉은 눈의 ‘나그네 매'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아열대 맹금류…2013년부터 출현, 올해 김포 하성면서 월동 검은어깨매는 영어로는 ‘검은날개매’이다. 앉아있을 때는 어깨가 검은 것 같지만 날 때 보면 날개가 검다. 또 날개가 길어 매처럼 보이지만 매과가 아닌 수리과에 속한다. 눈이 정면을 향하고 다리에도 깃털이 나 있는 등 올빼미와 비슷하게 생기기도 한 낯선 맹금류이다. 검은어깨매는 이제까지 나그네새였다. 어쩌다 길을 잃고 찾아오던 새였다. 미기록종인 검은어깨매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3년 2월 서울 강서습지에서였다. 그 이후 2014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경기도...
산사, 팥배 열매 ‘꿀꺽’ 홍여새의 겨울나기
겨우내 달린 비상식량, 직박구리 텃새 이기며 포식 지난 1월 10일 지인으로부터 인천 송도 미추홀공원에 황여새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공원에 들렀다. 높은 나무 꼭대기에 새들이 마치 나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렸다. 겨우내 달려있는 이 열매는 새들의 요긴한 겨울나기 식량이다. 열매를 따먹을 나무가 지정되면 가까운 곳에서 열매에 손쉽게 접근할 키큰 나무를 선정해 전망대 겸 휴식 횃대로 사용하며 두 나무를오가면서 열매가 다 없어질 때까지 포식을 한다. 물을 먹으러 갈 때도 물가 근처에 높은 나무를 정해 놓고 사용하는 습성이 있다. 황...
첨벙첨벙…참매와 청둥오리의 물 튀는 추격전
한탄강서 목격한 참매의 진귀한 사냥 장면 몇 년 전 일이다. 한탄강에서 참매를 만났다. 갑자기 청둥오리들이 기겁하여 물을 박차고 솟아오른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다. 거리도 멀고 촬영하기엔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기 힘든 기회이기에 셔터를 눌렀다. 참매가 사냥을 시작했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청둥오리는 급한 김에 물속으로 몸을 처박았다. 그러나 잠수한 청둥오리는 참매의 표적이 되었다. 참매 사냥 연속 동작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생태 보고 한강 하구엔 '독도'도 있다
김포시 걸포동 앞 섬, 일제 때 파괴된 철새들의 낙원 김포에서 태어나 어릴적 한강을 벗삼아 자랐다. 재첩과 물고기를 삼던 기억이 생생하다. 1992년 김포시 북변동 홍도평야에서 재두루미와 인연을 맺으며 환경에 눈을 떴다. 필자가 가는 길의 방향이 바뀌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27년 전 일이다. 그동안 한강을 관찰하고 새를 촬영하며 한강하구가 무궁한 역동성을 지닌 천혜적 생명의 보고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강하구의 생태적 훼손이 크다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김포시 고촌읍 신곡수중보가 1987년에 준공되었다. 1007m 길이로 고촌읍 신곡리와 고양...
원앙 가을에 물들이다
화사한 깃털 뽐내며 암컷에 곁눈질 , 붉은 단풍처럼 달아올라 지난 10월 어김없이 김포 장릉 저수지에 원앙이 찾아왔다. 2009년 12마리 관찰 이후 꾸준히 먹이 주기와 보호활동을 해온 덕분에 이제 300여 마리로 늘어났다. 중간 기착지로 자리매김을 한 셈이다. 붉게 물드는 저수지에서 원앙 수컷이 내년 봄의 짝짓기를 앞두고 혼인색으로 바뀐 깃털을 화려하게 드러냈다. 아직 털갈이를 못 한 수컷들도 눈에 띈다. 원앙이 단풍잎으로 물들었는지 단풍이 원앙을 닮았는지 모를 만큼 둘은 함께 어우러져 저수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원앙은 경쟁자와 힘으로 경쟁...
올 가을에도 한강 찾은 ‘잠자리 사냥꾼’ 비둘기조롱이
한강 하구 들른 나그네새…잠자리·땅강아지 배 채우고 아프리카로 비둘기조롱이는 시베리아 남동부, 중국 동북부 그리고 북한의 고산지대에서는 적은 수가 번식을 한다. 올해도 번식을 마치고 먼 길을 떠나는 비둘기조롱이가 지난 9월 19일 한강하구 논 습지에서 관찰했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 나그네새 비둘기조롱이는 한강하구를 잊지 않고 찾는다. 벼가 황금색으로 물들 무렵인 9월 중순과 10월 중순 사이, 비둘기조롱이가 김포와 파주 평야에서 무리지어 관찰된다. 중부 서북지역이 이들의 이동 길목인 데다. 먼 길을 떠나는 비둘기조롱이에 필요한 단백...
한강하구 큰기러기 날다
겨울철새들 월동을 알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큰기러기가 지난 9월 19일 한강 하구 도착했다. 작년보다 5일 정도 빠르다. 가을의 전령사 큰기러기가 월동을 위해 먼 길 왔지만 농경지는 지속적으로 매립돼 갈수록 터전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벼 이삭에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계절은 이른 감이 있다. 큰기러기는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알리는 철새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풍요를 채워 주는 가을맞이 전령사 구실을 한다. 큰기러기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한강하구를 찾는 겨울철새 중 가장 먼저 찾아오는 종으로 한번 짝을 맺으면 ...
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
육상 구간 논 습지 훼손 불보듯, 저감방안 대책 선행되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애초 계획된 교량 설치 대신 지하터널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교량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 현상변경 허가를 부결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교량 건설)이 철새 서식지인 농경지, 갯벌 습지를 분단시켜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물의 흐름 변화에 따른 갯벌 및 초습지 환경의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대안으로 추진되는 지하터널 공사도 이곳 생태계에 적지 않은 위협을 주고...
쓰름매미가 운다, 가을이 온다
기후변화, 빛 공해, 길고양이…매미는 올여름 더위도 이겨냈다 이른 아침은 제법 서늘하다. 새벽부터 방충망에 붙어 잠을 깨우던 참매미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해가 떠올라야 참매미가 합창하고, 한낮엔 말매미의 파도 치기 울음소리가 여전히 요란하다. 길바닥에 죽어 떨어진 매미와 쓰름매미의 울음에서 여름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해 만큼은 아니었지만 올해 여름도 무척 더웠다. 매미는 더워진 여름을 가장 반기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밤낮으로 울어댄다. 전에는 매미가 밤에 울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밤에도...
노랑할미새는 왜 쉬지 않고 꼬리를 깝죽거릴까
수련 연못 독차지한 여름 철새…곤충 내몰기, 포식자에 과시 등 논란 지난 7월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국립수목원)연못이 수련이 뒤덮였다. 이곳에는 해마다 찾아오는 터줏대감 노랑할미새가 있다. 오늘도 쉬지 않고 사냥에 열중한다. 번식시기다. 이미 이소를 한 새끼들까지 모두 모여 무리들이 분주 하게 보인다. 노랑할미새를 위한 환경이 연못에 잘 조성돼있다. 물가를 좋아하는 노랑할미새가 수련 잎을 발판으로 삼아 날고 걸으며 수련 잎에 붙은 애벌레와 곤충들을 사냥을 한다. 빈번하게 오가는 관람객들 때문에 방해가 있으면 눈치를 살피며 다른 곳으로 재빨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