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속에 달아오른 원앙의 짝짓기 열기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화려한 쪽이 이긴다, 필사적인 깃털 다듬기 전쟁 짝 지키랴, 한눈 팔랴…절정의 순간은 물에 잠겨 해마다 김포장릉 연못에 봄·가을 이동 중에 머무르는 원앙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원앙 이동 중간 기착지가 된지 오래다. 가을부터 변하기 시작한 수컷 원앙의 혼인깃이 봄을 맞아 더욱 더 아름답게 빛난다. 원앙 수컷들은 혼인 색을 마음껏 뽐내며 암컷 원앙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쓴다. 수컷 원앙은 겨울 내내 깃털을 관리하고 암컷 원앙이 변심하지 않기를 바라며 부부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제 봄기운이 감돌자 아름다운 깃털을...
물 싫은 삵이 갯골을 뛰어넘는 법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천수만 삵, 무슨 일인지 갯골 건너 대낮 이동 폭이 좁은 곳을 신중히 골라 ‘훌쩍’ 그러나… 지난해 천수만에서 우연히 삵을 만났다. 야행성이지만 낮에 나름대로 급히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나보다. 물론 먹이활동을 위해 이동 할 수도 있다. 삵이 낮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삵을 추적하며 따라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삵의 매우 신중하게 은폐를 해가며 소리 없이 시야에서 몇 번식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숨을 죽이고 추적하는 긴장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생태변화로 우리나라에 ...
나무 타는 꿩, 들꿩을 아십니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이른봄 귀룽나무 새싹 뜯으러 나무 오른 ‘숲 속의 은둔자’ 암·수 모두 머리 깃 나고 다리에 깃털 돋은 ‘원시적’ 모습 지난3월16일 남양주시 예봉산 중턱에서 들꿩이 관찰되었다. 꿩과의 비교적 몸집이 큰 편이지만 깊은 숲에 은둔해 사는 데다 보호색이 뛰어나 좀처럼 보기 힘든 새다. 다른 나무들이 새싹을 틔우기 전 일찌감치 계곡 주변의 귀룽나무 새싹이 돋아났다. 오후 5시 30분이면 하루 종일 땅에서 생활하던 들꿩이 귀룽나무 가지에 올라 앉아 새싹을 뜯어 먹는다. 등산객들이 산에서 내려가 번잡했던 주변이 조용해질 시간...
귀여운 얼굴, 잔인한 야생성…예봉산 족제비를 만났다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황금빛 혼인색, 물 흐르듯 매끄럽고 빠르게 이동 안마당 출몰해 쥐 없애던 ‘복덩이' 이젠 드물어 지난 3월 17일, 남양주시 예봉산에서 20여년 만에 족제비를 만났다. 족제비는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사이를 오가며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곤 한다.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숨을 죽이고 족제비가 다시 나타나기를 수차례 기다렸다. 필자가 어릴 적에는 울타리 안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족제비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족제비가 있으면 집주변의 쥐들이 사라지고 뜰 안에 들어온 족제비를 사람들은 ‘복 족제비...
완벽한 위장의 외톨이 사냥꾼, 청도요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덩치 크지만 정지하면 배경속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어 캐나다 탐조인 “귀한 새 반갑다”, 국내 실태 안 알려져 지난 1월, 지인으로부터 청도요가 광릉국립수목원에서 월동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청도요는 보기 드문 새로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에서 적은 수가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자 나그네새이다. 해마다 지속적으로 광릉국립수목원을 찾아오는 청도요를 2016년에는 볼 수 없었다. 매서운 추위에 광릉국립수목원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대부분 얼었지만 얼지 않고 물이 흐르는 여울목 구간이 있다. 청도요는 이곳을 선택했다. 청도요는 진...
마음은 벌써 번식지에, 화사한 깃털 뽐내는 황여새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산수유 마을 '잔칫상'에 몰려들어 열매 포식 참빗으로 빗은 몸매에 형광빛 꼬리 깃털 눈길 입춘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를 찾아와 월동을 하던 겨울철새들의 생활과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겨울철새들은 혼인 색을 띤 채 번식지로 돌아갈 준비로 분주하다. 북상하며 먹이가 풍부한 곳으로 찾아든다.힘든 번식을 앞두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지난 2월 초순 양평군 개군면 상자포리 향리천 주변의 산수유나무에 황여새 무리가 몰려들었다. 개군면은 산수유 마을로 새들에게는 잔...
붉은 가슴, 두툼한 부리…멋쟁이새를 아시나요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통통한 몸매에 깔끔함한 무늬 의상 걸친 '겨울 신사' 몸에 좋다는 노박덩굴 열매 즐겨 먹는 미식가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 멋쟁이는 불규칙적으로 흔하지 않게 찾아오는 새다. 양진이와 함께 아름다운 새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멋쟁이를 만난다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필자는 멋쟁이를 4년 전에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포천 광릉국립수목원에서 관찰하였고 지난 1월 남양주 길섶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사람과 차량이 많이 오가는 곳이지만 멋쟁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비교적 사람에게 경계심이 적어...
눈밭에 핀 분홍빛 '열꽃' 양진이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황진이 울고 갈 예쁜 겨울철새 무리지어 풀씨 사냥, 경계심 강해 국내에서 관찰되는 새들은 400여 종에 이른다. 이 중에 가장 아름다운 새를 찾으라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새가 양진이다. 해마다 광릉수목원에 찾아온다. 분홍빛의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로 모습이 귀여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친숙한 새다. 양진이는 11월 초순부터 도래하여 겨울을 나고, 3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양진이란 이름은 황진이를 떠오르게 한다. 조선 중기의 기생인 황진이는 용모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시적 재능과 자유분방한 ...
드론 날리기 새 취미, 겨울철새 쉴 곳 잃을라
몸 무거운 큰고니 한 번 나는데 반나절 먹이 사라져 강 복판 피신한 고니를 드론으로 괴롭혀, 규제 시급 드론이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뜻한다. 드론은 고공영상·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 1월 1일 팔당에 드론 1대가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참수리 ,흰꼬리수리, 참매, 호사비오리, 원앙, 말똥가리를 비롯해 다양한 새들의 월동지이다. 처음 보는 물체에 ...
집요한 부부 사냥꾼, 지옥 문앞서 탈출한 흰죽지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잠수 전문 흰죽지, 날면 살고 잠수하면 ‘밥’ 돼 물속서 기진맥진한 흰죽지를 간신히 끌어냈지만… 해마다 팔당을 찾아오는 터줏대감 흰꼬리수리 부부가 있다. 흰꼬리수리는 팔당의 환경과 기후변화 등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자연의 순리와 현상을 이해하고 날카로운 발톱만이 삶의 방편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내려간 팔당의 아침이다. 흰꼬리수리는 잠수성 오리인 흰죽지, 흰비오리, 흰뺨오리, 댕기흰죽지와 수면성 오리인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알락오리 등을 사냥하고 물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