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애정행각 눈앞에서 보는 느낌일까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2010.12.10 10:37 양선아 Edit
» 동생 침대에 누워 뒹굴며 좋아하는 딸 모습.
“엄마, 갑자기 목이 아파”
아침 일찍 일어나 유아용 변기에 앉아 ‘쉬’를 하던 딸 아이가 죽어가는 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서 꼼짝도 않는다.
“그래? 왜 갑자기 목이 아파? 어디에 부딪혔니?”
“아니야. 그냥 아파”
딸 아이는 뒷목이 아프다며 울어댔다. 그리고 시체처럼 누워만 있었다. 아침밥도 먹지 않더니 점심도 굶는다. 근육이 뭉쳤나 싶어 손으로 주물러주고 찜질팩으로 찜질도 해줬건만 계속 아프단다. 동생이 태어나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일이다.
어디에 부딪히지도 않았고 밖에 나간 일도 없었는데 뒷목 뼈가 아파 꼼짝도 못하는 딸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누워서 목을 요리조리 돌려보라고 하면 잘 돌리는 것이다. 분명 뼈에 이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파 보이기도 했고, 엄살 같기도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어서도 딸은 계속 아프다고 했다.
아프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는 딸이 너무 걱정돼 부랴부랴 소아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우유라도 먹이려 했지만 먹지 않았다. 소아과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진찰을 받았다. 누워만 있던 딸은 진찰실에 들어가자마자 신기하게도 의자에 똑바로 앉았다. 의사 선생님은 딸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더니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했다. 그러면서 내게 이렇게 물었다.
“최근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이 있었나요?”
스트레스라니. 세 살짜리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있다면 얼마나 있겠는가.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식사 시간에 돌아다니며 밥을 먹어 엄마 아빠에게 혼난 것과 동생이 생겨 환경의 변화가 있는 것. 이 두 가지 정도뿐이었다. 내 얘기를 들은 의사 선생님은 “동생이 태어나면 아이들은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어떤 아이들은 오줌을 바지에 계속 싸기도 한답니다. 그게 원인인 것 같아요. 엄마의 관심을 더 받기 위해서죠. 목에는 별 문제 없어보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아이 더 많이 안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진찰실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별 문제 없다”는 말을 들은 딸은 갑자기 진찰실에서 우유를 먹겠다 생떼를 부렸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밖에 환자가 많은데도 진찰실에서 우유를 다 먹고 가라고 딸에게 시간을 내주었다. 딸이 우유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사 선생님은 딸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민지야~ 우유 다 먹고 집에 가서 잠 푹 자요. 그리고 밥도 잘 먹고. 그러면 안 아플거예요. 알았죠?”
딸은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더니, 200㎖ 우유를 단숨에 다 마셨다. 진찰실을 나오면서는 의사 선생님께 정중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까지 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목이 아파 꼼짝도 못하겠다던 아이였다. 그런데 병원을 나오면서는 목을 자유자재로 돌리며 혼자서 걸어나오다니. 어이가 없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딸은 한숨 푹 잠을 자더니 “괜찮다”했다. 이 일로 난 많이 놀랬고, 큰 아이에게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난 동생이 갑자기 생겨난 아이가 받을 충격을 모르진 않았다. 출산 전 건강면에 이와 관련한 기사를 쓴 바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는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life20/406080.html 매달리는 둘째…질투하는 첫째 사랑을 나누는 ‘엄마의 기술’) 당시 한 취재원이 자신의 자녀가 동생이 생긴 뒤 ‘틱’ 증상이 생겨나 상담소 다니느라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취재를 했었다. 틱은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틱 장애까지 생겼을까 생각했었는데, 전문가들은 “첫째 아이에게 둘째의 등장은 마치 남편이 난데없이 애인을 데리고 와 자기 앞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는데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의 심정과 비슷할 수 있다”고까지 얘기했다. 그래서 동생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동생의 존재를 알려주고, 하루 15~30분 이상은 첫째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아이가 동생에게 느꼈을 복잡한 감정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했다. 첫째가 퇴행 현상이 일어나면 아기처럼 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해법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부터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또 첫째에게 특별히 신경쓴다고 신경썼다. 동생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명을 함께 부르며 첫째에게 동생의 존재를 알려줬다. 남편에게 특별히 첫째를 더 신경써달라고 부탁했고, 첫째와 틈만 나면 함께 책보고 함께 놀았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 상황과 달라진 것이 많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배려했다. 동생을 보살피는 일도 항상 동참하도록 했다. 목욕도 같이 시키고, 기저귀도 가져오게 했다. 또 첫째가 어렸을 때 녹화해두었던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신도 동생처럼 부모의 보살핌을 받은 적이 있음을 인지시켜줬다. 그러나 그런 노력들이 큰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프지 않는 목이 아파 꼼짝도 못한 것 보니 말이다.
그 뒤론 신체적 증상으로까지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순하고 착한 딸은 악동으로 종종 바뀐다. 동생을 좋아하며 쓰다듬어주다가도 날카로운 손톱으로 동생 얼굴을 할퀸다. 엄마 몰래 발로 동생 머리를 한번씩 툭툭 치기도 하고, 몸을 쑥 밀기도 한다. 갑자기 젖병은 입에도 데지 않던 아이가 동생 젖병에 물을 넣어 먹겠다 떼를 쓴다. 동생이 젖을 먹고 싶어 울고 있는데 “민규 젖 주지마. 나 안아줘”라고 하며 매달린다. 맞지도 않는 동생의 작은 옷을 자기가 입겠다고 하고, 동생 침대나 유모차에 누워 논다. 동생이 옹알이를 하면 옹알이 흉내를 내며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엄마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밥 먹고, 옷 입고, 잠자기 등 일상의 모든 일들은 꼭 엄마와 함께 해야하고, 엄마가 잠시 나가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아빠도 소용없고 무조건 엄마와 모든 것을 하겠다고 떼를 쓴다.
온전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것이 아이의 본능이다. 세 살 이하의 아이에게 엄마는 온 세상이고 온 우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시기에 엄마와의 애착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아이가 좀 힘들게 해도 ‘그러려니’‘이 시기는 다 그런거야’라고 아이를 한번 더 안아주려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딸의 생떼와 고집, 질투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론 둘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온전히 둘째에게 집중해주지 못하고, 첫째를 돌보다 보면 둘째에게 첫째만큼 애정을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 낳을 계획이 있는 분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첫째가 적어도 36개월 지나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을 때 둘째를 낳는 게 좋겠다고. 아무래도 동생이 눈에 보이지 않고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다보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테고, 엄마도 첫째가 어린이집 간 동안은 둘째에게 맘대로 애정표현을 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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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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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36개월 차이를 두는것에 찬성합니다. 저의 두딸은 48개월 차이가 나는데 날때는 너무 나이 차이가 난다 싶었는데 큰얘가 둘째질투를 거의 안하드라구요. 둘째를 같이 돌보고 또 이거저거 선생님처럼 가르치기도 하고.. 또 만 네살때 동생이 태어나니 친구 찾는 시기가 되어서 엄마를 동생한테 뺏긴다는 생각을 안 하드라구요. 나중에는 나이차가 적은게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48개월동안 혼자서 사랑을 듬뿍 받은 첫째가 사랑에 목말라하는 거는 없어서 저도 무척 마음이 놓이구요. 큰애는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자기랑 같이 엄마 사랑을 나누니까 혼자서 엄마 사랑을 받았던 자기보다 더 불쌍하다고 보는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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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와 둘째가 정확히 44개월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우리 큰 아이의 스트레스는 말을 더듬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매일 안고, 재우고, 젖을 먹이니 그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매일 엄마한테 짜증내고, 울고, 말도 듣지 않고 대놓고 “엄마, 싫어!”라고 했었어요. 다행히 아빠와의 애착이 끈끈했기에, 남편이 제 몫까지 큰아이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동생에 대한 큰아이의 질투는 터울과 상관 없이 큰애가 겪어야 할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인 것 같습니다. 동생이 혼자 걷고, 함께 뛰어놀 수 있을 정도가 되니 질투는 커녕 수족처럼 부리는 재미를 쏠쏠히 느끼는 모양입니다. 물론 엄마도 예전만큼 동생을 끼고 있지 않으니 자연스레 큰애의 질투도 사라졌구요. 엄마도 그렇지만, 아빠가 큰아이한테만 오로지 100% 사랑을 주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요?(엄마는 동생 편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아빠만큼은 전적으로 내 편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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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36개월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질투의 감정을 심하게 느끼는 아이는 있을 거예요.... 첫째가 터울을 두고 동생을 봐도 질투를 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제가 터울을 36개월 이상 두는 게 좋겠다 생각한 것은 소아심리 전문가들이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36개월 이후로 권하고, 이 이후면 엄마로부터 독립심이 어느정도 생긴다고 해서 그랬답니다.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은 적어도 엄마와 동생의 애정행각을 보지 않으니 좀 덜 할 것 같아서요. 선배 말처럼 자연스런 성장과정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갈수록 질투가 심해지니 좀 힘든 건 사실이더라고요. ^^ 아빠가 큰아이한테 좀 더 시간을 투자해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많이 늦습니다. 주중은 거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없고, 주말에 함께 하지만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니 엄마한테 집착할 수 밖에요. 시간이 해결책이겠군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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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언제나 아이 둘 키우면서 힘들때마다 혼자서 아이 셋 키우는 신순화님을 생각한답니다. 아이 셋 키우는 엄마도 있는데, 애 둘 키우면서 뭘 힘들다고 이러냐 하면서요. 정말 대단하세요. 그리고 언제나 응원합니다. 아이 셋 키우는 엄마, 그러면서 짬짬이 좋은 글 올려주시는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세요. 어디서 그런 파워가 나오시는지요. ^^ 세 아이에게 골고로 관심과 애정 기울이기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거에요. 그래도 아마 신순화님이라면 현명하게 하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정말 좋을 거예요. 삼형제 오손도손 정말 즐거울겁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미래에는 더 행복하실겁니다. 신순화님도 저도 힘내서 즐겁게 육아하자고요. 목요일날 뵐 수 있으려나요... 아무래도 힘드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