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아들

** 예정대로라면 '생생한 글쓰기'에 대해 써야 하는데
지금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가 있어, 먼저 올립니다.
지난 여름동안 매미를 둘러싼 에피소드들 많으시지요?
이런 이야기도 있네요. 한번 들어봐 주세요.^^



평소에도 동물에 관심이 많던 아들.
올해는 곤충에게 꽂힌 모양이다.
길을 걷다가도 매미 소리가 들리면 한참을 멈춰 가만히 듣거나,
나무 위에 있는 걸 발견하면 또, 그 곁은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 봤다.
한번쯤은 매미 유충이 날개돋이를 하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여름 내내 노래를 부르더니,
예치치도 않은 한여름밤의 어느 날, 아들의 꿈은 이뤄지고야 말았다.

할머니댁에서 사촌들과 자기로 한 여름밤,
공원에서 발견한 매미 유충을 데려와 거실 창문 망에 붙여두고
변화를 지켜보게 되었다.
최대한 창문쪽을 어둡게 해 커튼도 닫아주고, 자주 들여다보지 않고
매미가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했다.
그러다, 가끔 몰래 들여다보면 매미 유충은
등 쪽이 껍질처럼 조금씩 갈라지면서 하얀 몸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눈이 평소보다 세 배쯤은 커진 듯했다.


아들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매미의 날개돋이에 압도되었는데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

어른인 내가 봐도 곤충의 변화는 신비로웠고, 대견했고,

어떤 알 수 없는 엄숙함마저도 느껴졌다.


두 시간 정도에 걸쳐 천천히

날개돋이를 마친 매미는 날개가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다
아침이 되어야 날아갈 수 있다.
아이들은 밤늦도록 간간히 지켜보다 겨우 잠들었는데
아침이면 날아가버리고 없을까봐 무척 아쉬워했다.

그렇게 8월이 끝나고 학교도 개학을 한 요즘,
집 주변과 길거리 여기저기에 생을 마감한 매미들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아들은 3학년이 된 지금도, 그 모습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인지 많이 아쉬워했다.
"조금 더 살면 안돼?" 하면서.
내년이면 또 만날 거니까... 괜찮아. 하며 우리는 다시 길을 걷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신문을 읽는데 독자마당에 실린 글에 너무 공감이 되어
베이비트리에도 올려보고 싶었다.
원문은 일본어인데 번역하면 이런 내용의 글이다.

<매미와 아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아들이 7살 무렵 때는, 매미를 몹시도 사랑하는 아이였다.
할아버지와 공원에 놀러가는 날이면, 여러 마리를 잡아와 마당에 있는 나무에 올려놓고
'부디부디 우리집에서 알을 많이 낳아, 언젠가는 그 알에서 나온 유충이
 다시 매미로 자라 큰 소리로 울어주기를...'
간절하게 소원을 빌곤 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7,8년이 지난 올해 여름,
유난히 마당의 나무에서 매미 소리가 요란하길래
무슨 일인가.. 곰곰히 생각하던 중에
아. 예전에 아들이 잡아온 매미들이 지금 이 요란함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었다.
자세히 보니 나무 아래에는 손가락 굵기만한 구멍들이 여기저기 나 있는게 아닌가.
매미의 일생이 7년은 걸린다더니, 아들의 나이를 세어보니 딱 그만큼이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거실 쇼파에 누워있는 아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들, 네가 어렸을 때 잡아온 매미들이 낳은 알에서 매미가 태어났나봐!!"
엄마의 호들갑에도 꼼짝하지 않고, 아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매미 소리 땜에 시끄러워서 TV소리가 안들리잖아."
... ...
아들이 자라는 동안 매미도 함께 땅 속에서 부지런히 자라,
세상밖으로 무사히 나와준 것에 감동하는 건 이제 엄마인 나뿐인가 보다.
졸린 표정으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현문관을 나서는 중학생 아들을 향해 외쳤다.
"매미가 낳은 알에서 다시 매미가 태어나는 거 보는 게,
네 어린시절 꿈이었잖아. 진짜 꿈이 이루어졌다 그치?!"
엄마의 이런 말에 아들은 피식 웃으며 현관문을 닫았다.
창문 밖으로 멀찌감치 보이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느새 저렇게 자랐구나..
매미를 그렇게 사랑하던 아들은 이제 내곁에 없네..'
밖은 어느새 매미 대신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매미와 아들의 성장 스토리.
우리 아들은
내년에도 매미를 변함없이 좋아하게 될까?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의 성장이
때론 뿌듯하고
때론 아쉬운..
그런 마음이 드는
초가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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