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네 살, 우리는 여전히 생생육아

2012년 12월 14일 밤 10시 54분, 

예정일을 일주일 넘겨 시작된 진통 끝에 역아가 되어버린, 

그래서 내 배를 갈라 낳은 아이. 

아이의 이름은 그 날부터 케이티가 되었다. 클리펠 트리나니(KT) 증후군. 


그로부터 만 4년. 

아이의 공식 이름은 케이티에서 클로브스로 바뀌었다. 

클로브스 (CLOVES:  Congenital, Lipomatous, Overgrowth, Vascular Malformations, Epidermal Nevi and Spinal/Skeletal Anomalies and/or Scoliosis ) 증후군. 


올 초 연재글 일부에 쓴 것 처럼 우리는 올해 아이의 의료기록을 모아 보스턴 아동병원에 소견서를 요청했고, 

그 결과 보스턴 아동병원에서는 이 아이의 몸에 이렇게 긴 이름을 붙여주었다. 

KT라는 병명으론 다 담아낼 수 없는 다양한 양상을 좀 더 자세히 기술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서 완치법이 없는 것도,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도 같지만, 

어쩐지 이 이름은 더 낯설고 더 무겁다. 

아이를 따라 함께 성장한, 그래서 참 익숙하지만 한편으론 언제 보아도 낯선, 

아이의 크고 무거운 오른다리 처럼. 


이 결과를 받아 들고, 다시 우리 의사들과 상의를 거쳐 한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라 이번 주 목요일, 아이는 수술실에 들어간다. 

무겁고 큰 오른발 발등의 부피를 줄여주는 시술을 하기 위해서다. 

수술 시간은 서너 시간, 입원은 하루, 회복기는 총 3, 4주가 예상되는,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동안 같은 병명의 다른 사람들이 종종 겪는 심각한 증상을 한번도 겪은 일이 없어서 수술 후 경과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 수술의 결과로 큰 문제 없이 발등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면, 몇 개월 뒤 다리 일부의 부피를 줄이는 수술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봐도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끝내 떼어야만 하는 건, 

케이티든 클로브스든 우리와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인 이상 

순간 순간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 

뛰어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조금 더 가뿐하고 날렵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래서 십 수년 뒤 우리 품을 떠날 때 우리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세상 속으로 내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 두 가지 바람을 안고 아이를 수술실로 들여보낸다. 


이제 내일 모레면 만 네 살이 되는 아이, 

그리고 아이와 함께 태어난 만 네 살의 KT. 

때로는 싸우고 원망하지만, 대개 보듬고 어루만지며, 

그렇게 우리는 공존하고 있다.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2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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