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몬샌토, 시들지 않는 장미를 만들다 지구환경

roses-268172_960_720.jpg » 뿌리가 잘린 생화들은 유통과정 중간에 시들어버리기 일쑤다. pixabay.com

 

내 손에 꽃이 오기까진 숱한 화석연료가

 

살다 보면 꽃다발을 주거나 받을 일이 생긴다. 생일이나 입학, 졸업, 입사, 결혼, 승진, 은퇴 등 삶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들이 그런 계기가 된다. 향기 그윽한 꽃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주는 멋진 수단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꽃을 주고 받는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 속에 막대한 환경 비용이 들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꽃을 실어나르는 항공기와 트럭에서는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유통과정에서 시든 꽃들은 고객의 손에 닿지도 못한 채 쓰레기장으로 직행한다.

전세계 생화와 구근, 묘목의 수출 시장 규모는 한 해 200억달러(2013년 기준)에 이른다. 튤립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화훼 수출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이 이 시장의 선두주자들이다. 미국의 경우 한 해 팔리는 24억달러어치의 꽃 가운데 80%가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미국 남쪽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온실에서 재배돼 항공기를 타고 수천킬로미터를 날아온 것들이다. 미국인의 손에 꽃다발이 쥐어지기까지는 막대한 화석연료가 태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가지가 잘린 꽃(절화)들 다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고 만다.
 

market-1178250_960_720.jpg »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꽃가게. pixabay.com


 

RNA를 이용한 유전자 발현 조절 기능

 

꽃을 시들지 않게 할 수 있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 세계 최대의 다국적 농업기업 몬샌토가 이 기술로 화훼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옥수수와 대두를 개발해 이 부문 세계시장을 장악한 기업답게 이 기술에도 유전공학 기술을 동원했다.
미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몬샌토는 사실 GMO(유전자변형작물)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비난과 원성의 표적이다. 비판자들은 몬샌토가 개발한 GMO 작물들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GMO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 듯, 몬샌토는 유전자를 직접 변형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로 이런 논란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는 유전자편집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DNA가 아닌 RNA를 이용해 일정 기간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꽃을 시들지 않게 하는 기술은 후자의 방법을 이용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몬샌토는 장미와 카네이션, 페튜니아 3종의 꽃이 시들지 않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시험하고 있으며, 이미 이와 관련한 특허를 신청한 상태이다.

 

 

식물 노화 호르몬 에틸렌을 통제한다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기존의 GMO와 달리, 꽃을 시들지 않게 하는 방식은 RNA 분자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특정 유전자 기능을 억제한다. 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전달해 그에 맞는 단백질을 합성하도록 전령사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RNA 간섭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기술이기도 하다. RNA 간섭 방식으로는 잎에 뿌리거나 뿌리를 통해 주입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다.
꽃이 시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RNA가 부여받은 임무는 잘린 생화에서 에틸렌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다. 에틸렌은 ‘식물 노화 호르몬’으로 알려진 무취의 물질이다. 과일의 숙성을 촉진시키는 물질이기도 하다. 아직 익지 않은 상태로 딴 토마토나 바나나가 시간이 지나면서 빨갛게, 노랗게 색이 변하며 익어가는 것은 에틸렌 덕분이다. 에틸렌은 또 과일을 썩게 하기도 하고, 꽃이나 잎이 떨어지게 하는 역할도 한다. 몬샌토는 특허 출원서에서 에틸렌 생성을 막도록 설계된 RNA가 들어 있는 물을 병에 담가 에틸렌 생성을 막는 데 일정한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pit.jpg » 왼쪽은 페튜니아 야생화, 가운데는 RNA로 착색 유전자 기능을 일부 정지시킨 것, 오른쪽은 다른 유전자를 이식한 것. 위키피디아

 

숨어있는 환경비용 줄이기…또 다른 논란 부를까


몬샌토의 과학자 질 데이크만(Jill Deikman)과 니컬러스 와그너(Nicholas Wagner)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2년 전에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바이오다이렉트(BioDirect)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꽃이 막 피어나려 하는 때에 맞춰 슈퍼마켓이나 꽃가게 등에 꽃이 도착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화훼 산업의 해묵은 골칫거리를 해소해 줄 수 있다. 유통 과정에서 시들어버리는 꽃들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카디프대의 힐러리 로저스 교수는 “RNA를 이용한 기술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쉽사리 상하는 작물을 다뤄야 하는 화훼산업에 쓰임새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몬샌토로서는 유전자 자체를 변형하는 것이 아니어서 GMO 반대론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도 피해갈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꽃을 시들지 않게 하는 이 유전공학 기술이 시중에 나온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
RNA를 활용한 유전공학 기법의 상업적인 용도는 이것 말고도 다양하다. 만약 식물에 꽃을 피우는 데 관여하는 분자들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면 화훼산업에 끼칠 영향은 막대하다. 몬샌토는 감자딱정벌레(potato bugs), 벼룩잎풍뎅이(flea beetles) 같은 해충들을 없앨 수 있는 유전자 스프레이도 시험할 예정이다.

 

출처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1447/monsanto-cultivates-a-rose-that-doesnt-wilt/
특허출원서
http://appft.uspto.gov/netacgi/nph-Parser
시들지 않는 장미-보존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422&aid=0000003534
바이오다이렉트 기술이란
http://www.monsanto.com/products/pages/biodirect-ag-biologicals.aspx
세계 생화수출 현황
https://www.rabobank.com/en/images/World_Floriculture_Map_2015_vanRijswick_Jan2015.pdf


곽노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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