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특종 방산수출 좌절시킨 ‘내부의 적’들 ① 방위산업

 

D&D Focus 2009년 4월호

방사청장 UAE참모장 면담 하루만에

T-50 눈물’


김종대 편집장(jdkim2010@naver.com)



막대한 국민혈세와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을 쏟아 부은 T-50 고등훈련기 UAE 수출이 좌절됐다. 지난 20년간의 항공 산업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이본 기종결정에는 반드시 풀어야 할 의혹이 있다. 기종결정 예정 시점인 올 4~6월까지 이태리와 경합일 것으로 예상되던 터에 UAE가 갑자기 2월 25일에 이태리 핀메카니카의 M-346로 도입기종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말 한마디가 20억 달러 날렸다?


모든 의혹의 출발은 UAE가 4월에 기종결정을 하기로 공언해 놓고 왜 2월 25일에  이태리 핀메니카 그룹을 선정했느냐에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월 24일까지도 UAE 최고실권자인 모하메드 왕세자는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국제방산전시회(IDEX)에서 김홍경 사장으로부터 “3월초 지식경제부 차관이 방문하면 양국 간 산업협력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희망적인 반응을 보였다. 즉, 2월 24일까지는 이태리가 기종 결정을 발표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그것도 24시간 만에 이런 발표가 나온 것일까?

2월 24일,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국제방산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세계 유수의 방산기업이 저마다 최신 제품을 뽐내는 가운데 한국 기업도 15개나 참여해 국산 방산제품 홍보에 정성을 기울였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서 손님을 초청해 놓고 그 이튿날 ‘물 먹이는’ 발표를 했다는 것은 국가 간에 결례가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가 있다.

24일, IDEX 참석차 아부다비를 방문한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루메니티 UAE 총참모장을 면담했다. 루메니티 총참모장은 자신의 휘하에 방산획득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실세로서 고등훈련기 기종결정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다. 이날 면담 자리에는 이브라임 부사령관도 배석했다. 그리고 회동 직후인 다음날 UAE 측은 전격적으로 고등훈련기 기종을 발표한다.

이브라힘 부사령관은 3월 중순 우리 측 관계자에게 2월 25일로 기종결정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본지는 이날 이브라힘 사령관이 말한 내용을 입수할 수 있었다. 다음은 그가 말한 내용.

“나(이브라힘 장군)은 IDEX 기간 중 한국 방위사업청장이 UAE 총참모장 면담(’09. 2. 24일)할 때 배석했다. 이 때 나는 한국의 방위사업청장의 언급에 대해 매우 놀랐다. 청장은 ’한국 정부는 민간 산업협력 분야에 있어 강제적으로 한국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이는 자율적으로 업체들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본인의 생각이 아닌 한국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양국 간 국익을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 기업을 설득하여 그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장의 언급은 한국 정부가 T-50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할 의향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24일, 루메니티 총참모장은 “한국정부가 UAE와 산업 협력 할 의사가 없다”고 세이크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긴급히 보고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1961년 생으로 영국 공군사관학교를 거친 엘리트 조종사 출신으로 현재 UAE 통합군 부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국방 획득사업의 최고 실권자다. 루메니티 보고를 받은 왕세제의 지시로 UAE는 그 다음날 차세대 훈련기로 이태리의 M-346을 우선협상 대상기종으로 발표해 버렸다. 이로 인해 이태리 핀메카니카사는 엉겁결에 한국을 따돌리고 훈련기 수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증언이다.



모두가 놀란 깜짝 발언


지금까지 알려진 바대로 UAE 측은 고등훈련기 성능과 기술평가는 UAE 공군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민간 산업협력 평가는 무바달라(Mubadala)사로 하여금 담당하도록 하는 투트랙 구조로 이태리와 한국을 평가해왔다. 이 두 분야를 50 : 50으로 평가하여 최종 기종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다소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성능과 기술면에서는 한국의 T-50이 우수하다고 여러 차례 천명해 왔다. 그러나 한국이 UAE와 산업협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여러 차례 의구심을 표명해 왔다. 한국은 2007년 ‘사막의 기적 프로젝트’를 전달하며 이태리와 장기적인 항공 산업 협력, 기술이전 등 여러 가지를 제안해오던 터였다. 그러나 우리 측이 제안한 내용은 최근까지도 UAE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앞으로 고등훈련기 수출여부는 산업협력에 의해 그 성패가 좌우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왕세제가 애착을 갖고 공들여 온 한국과의 산업협력 중 하나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아부다비의 에티아드 항공사 여객기의 인천 취항이다. 2004년 이해찬 국무총리,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게 왕세제가 직접 부탁할 정도로 중요한 협력 사업이다. 그러나 한국은 UAE 요청에 5년째 답을 주지 않고 있던 터다. 이렇듯 한국과의 산업협력에 목말라 하고 있던 시점에 변 청장의 말은 산업협력에 대한 협상 결렬의 가능성을 강력히 암시하는 메시지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이브라힘 장군의 설명이다.

지난 1월 21일 UAE를 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모하메드 왕세제는 “금년 4월경에 구매기종을 최종결정 할 것”이라고 분명히 언급했었다. 또한 2월에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한 칼리드 전공군사령관 등 UAE 관계자들은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을 만나 “왕세제의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을 볼 때 기종결정은 6월로 늦춰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UAE가 2월 25일에 전격적인 발표를 하는 것을 지켜본 기자는 3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추적해왔다. 그러나 수출 당사자인 한국항공(KAI)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어떤 발언도 하지 말라”는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에 본지는 2005년 UAE 수출 마케팅이 시작될 무렵부터 이에 깊숙이 관여한 바 있는 전직 관료, 방위사업청 출신 인사, 한국우주항공(KAI) 인사, 중동전문가 등 UAE와 조금이라도 끈이 있는 사람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UAE 발표의 진의를 확인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결과 3월 중순 경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변 청장의 발언이 UAE가 한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요인이라는 점을 UAE측이 확인해 주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UAE 측이 일방적으로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변 청장의 말을 잘못 들은 것 일수도 있다. 이에 본지는 방위사업청에 본지가 확인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질문했다. 마감 시간을 넘긴 3월 24일 오후가 되어서야 방사청은 짤막한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방사청의 답변 요지.

“답변에 앞서 귀사(D&D) 측의 질문은 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는 모함성 내용으로 구성되어, 매우 유감스러우며 정부 및 공직자의 입장에서 답변하기에 모욕감마저 느낌을 밝힌다. (중략)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금번 전시회 기간을 T-50 수출을 위한 마지막 홍보 기회”로 판단하고, 국방부 전력정책관, 방사청 항공사업부장 등 장성급 장교를 포함한 통합 대표단을 편성하여 UAE 현지를 방문했다. (중략) 면담 간 일관되게 양국 상호간 호혜적인 방산 및 군수협력이 될 수 있도록 방사청이 적극 지원할 것이며, 산업협력은 한국 정부의 타 부처에서 협력 방안을 별도로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하였음에도, 귀사에서는 그 반대로 단정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동의할 수 없다. (후략)“

방사청은 변 청장이 루메니티 참모장을 면담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이브라힘이 말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하고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들은 사람은 있는데 말한 사람은 없다!



내부의 적들


UAE 발표가 있기 직전인 2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학송 국방위원장은 변무근 신임 방사청장이 출석한 이날 회의에서 “KAI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이 뭐냐”며 호되게 변 청장을 몰아붙였다. 더불어 "KAI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은 어디냐“고 질문했다. 이에 변 청장과 최창곤 방산진흥국장은 “KAI는 민간기업이지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T-50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는데 KAI 지분의 30%를 보유한 정부 차원의 아무런 대책이 없단 말이냐”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 국장은 “우리도 지원할 것은 하지만 그것은 지식경제부에서 지원위원회를 운영하여 (총괄하는) 일이다”라며 방사청의 책임을 축소하려는데 급급했다. 방사청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여론은 이미 이때도 국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에 기자는 김학송 위원장 측에 당시에 왜 김 위원장이 방사청에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고등훈련기 UAE 수출에 방사청이 전혀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아서 한 질문인데 청의 답변에 더욱더 실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다수의 방산업계 관계자들 역시 “변 청장이 UAE에서 설마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며 기자가 확인한 내용을 믿지 않으려 했다. 또한 방산진흥협회, 국방 연구기관, 예비역 획득전문가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한 예비역 장군은 기자에게서 이 말을 듣고 “오보가 될 위험이 있으니 신중히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 이 예비역 장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내가 방사청에 사실관계를 알아보았는데, 이미 당시에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직감한 이상희 국방장관이 자신이 출장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방사청장이나 다녀오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니 방사청장이 설령 무슨 말을 했더라도 그것이 기종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말도 충격적이다. 이 예비역 장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상희 국방장관은 왜 T-50의 수출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할 걸까? 이에 기자는 백방으로 국방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T-50 수출에 관한 사항은 방사청이 답변할 문제”라며 본지의 질문을 회피했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3월 중순에 발매된 월간지 ‘신동아’에는 T-50에 대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다음은 기사의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T-50이 UAE에서 패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보인 첫 반응은 ‘이런 사업은 민간이 해야지, 반(半)국영기업인 KAI가 할 수 있겠어요?’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반응이 사실이라면 이것도 역시 T-50 수출을 비관적으로 보는 대통령의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통령의 반응은 너무나 뜻밖이다. UAE와 산업협력을 정부도 못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민간기업 누가 그러한 국가차원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참고로 이번에 한국을 이긴 이태리의 핀메카니카는 정부가 출자한 국영기업이다.  

현 정권의 최고위 관계자가 이런 생각이라면 방사청장의 UAE에서의 발언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도 없다. 이미 수출이 어려워진 오래 전부터 직감하고 체념한 상황에서 별다른 부담 없이 한국 정부 입장을 담담하게 설명한 것일 수도 있다. 변 청장이 T-50 수출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질리는 전혀 없다. 단지 자신들은 정부 전체 차원에서 도모해야할 산업협력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평소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출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이를 강조한 것은 이만저만한 오버가 아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수출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었음에도 “우리는 T-50을 팔지 않겠다”으로 UAE가 받아들였다면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래 전부터 UAE가 T-50을 탈락시키기로 결정해 놓고, “한국이 산업협력에 소극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이태리로 결정했다”는 구구한 핑계를 늘어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식통들을 통해 한국이 이를 흘림으로써 우수한 기종을 선정하지 않은 자신들의 곤란한 입장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것 일수도 있다. 이태리에게 더 많은 산업협력을 요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산업협력에 비협조적인 한국’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방사청 방산진흥국이 T-50 수출 지원에 소극적인 사례는 더 있다. 올해 초 폴란드에서 T-50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을 당시의 일이다. 구매력이 부족한 폴란드가 T-50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저리의 경협차관을 제공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의제에 대해 최창곤 방산진흥국장은 “T-50 폴란드 수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일은 없다”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권한을 넘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꺼려했다. 한편 이러한 사실을 포착한 한 정보기관은 방사청의 문제점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방사청이 T-50 수출에 이렇듯 무력한 패배주의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자세한 배경은 알려져 있지 않다. 어쩌면 T-50 자체가 ‘팔리지 않는 비행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난 20여년간의 국가 항공산업 발전전략 자체에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일까?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의문은 끊이질 않고 기자의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영국 로비스트와 왕세제


이 같은 일련의 사실은 방사청이 업체와 정부의 새로운 협업을 창출하는 전략적 조직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자신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더 높은 수준의 국가이익을 증진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는 불가능하다. 도전의식과 서비스 정신이 결여된 공무원을 가진 한국이 국제시장에서 백전백패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렇듯 공무원들이 법과 규정만 따지며 수출이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보신에 몰입한다면 법의 영역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결정적 국면에서 누가 국가이익을 도모할 것인가?

본지는 이태리 핀메카니카 그룹과 연결되는 국내 최고의 무기 로비스트를 접촉했다. 3월 초 주말에 기자는 이 로비스트와 함께 여러 시간을 보내며 이태리 현지의 마케팅 전략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아직 개발도 안 되었고 성능도 T-50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M-346을 판매하기 위해 핀메카니카는 4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이 중 주목되는 것은 두 명의 영국인이다. 헨리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인 로비스트는 UAE 모하메드 왕세제와 같이 영국 왕립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조종사 출신이다. 30년 넘게 국제 로비에 관여해 온 거물이다. 특히 이번에 모하메드 왕세제와 핀메카니카 그룹 회장의 중간에서 양자의 의견을 조정한 당사자다. 또 한명의 여성 로비스트는 애슬리라는 영국인이다. 그녀는 헨리와 함께 팀워크를 구성하여 완벽하게 모하메드 왕세제를 요리했다. 이들은 먼저 이태리와 아부다비를 연결하는 항로에 민항기 취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07년 9월에 아부다비의 에티하드 항공이 밀라노에 취항하도록 수완을 발휘한데 이어 최근에는 아부다비-로마 취항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한 이태리에 자동차 경기장을 설립하는 안을 제시하는 등 정부 간, 산업 간에 산업협력의 비전과 전략을 만들어 UAE의 오일달러를 유혹했다. 이들의 로비는 장차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여 아부다비를 물류와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려는 모하메드 왕세제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UAE 대통령이면서 통합군 총사령관인 칼리파가 약 2천억달러,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제가 약 8천억 달러의 오일달러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슬람은 율법에서 이자놀이를 금지하고 있다. 결국 이 돈은 어디론가 투자되어야 할 펀드가 된다. 이 둘을 합한 1조 달러는 장차 대한민국이 T-50을 앞세워 접근해야 할 UAE가 왜 ‘기회의 땅’인지를 말해주는 명확한 상징이다.

결국 훈련기 수출을 넘어 양국 간의 거대한 국익과 국익이 만나게 만드는 힘, 정부와 산업을 융합시키는 숨은 비결은 로비에서 나온다.

이 두 명 외에 레바논 출신의 로비스트도 한 명 고용되었는데 사기꾼으로 판명되어 핀메카니카는 “돈만 날렸다”고 불평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또 한명의 국적 불명의 로비스트도 고용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이들마저도 UAE가 이처럼 빨리 우선협상자를 발표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마추어적인 한국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자신들이 승리하게 될 것을 예감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국면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반전은 그들에게도 충격이다. 왜냐하면 한국이 떨어져 나간 이후 모하메드 왕세제 측은 이태리에게 “6개월 안에 산업협력안을 결론 내자”며 더욱 강하게 압박을 해오고 있고, 훈련기의 납품시기나 성능에 대한 요구도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핀메카니카 측도 “아직 축하 받기에 이르다”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작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이에 두 명의 영국 로비스트들은 이전보다 더 바빠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편 이브라힘 UAE 군 부사령관은 3월 중순, 소식통에게 “아직 모든 절차의 끝은 아니다(This is not the end of the road)”라고 언급하며 “이제 이태리 측과 협상을 시작하려 하고 있으며 향후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조언했다고 전해졌다.

막상 정부가 UAE 수출을 포기하고 있는 마당에 UAE 현지 사정은 더욱더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국토해양부가 주관이 되어 2월 25일부터 UAE 측과 협상 중인 ‘아부다비-인천 항공노선 개설’을 위한 회담을 T-50 수출 실패에 대한 보복으로 26일 결렬시켰다. 또한 3월초로 예정된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의 UAE 방문도 취소시켰고 3월 18일부터 예정된 한승수 국무총리의 중동 순방에서도 UAE를 방문국에서 제외시켰다. 특히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에게 “모든 게임이 끝난 것으로 보고 교훈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T-50 공동개발사인 록히드마틴 측은 “아직 끝난 게임은 아니다, UAE에 대한 끈을 놓치 말라”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에 주문하고 있다. UAE가 구매하기로 한 48대는 순수훈련기용이 18대, 에어쇼용이 10대이고, 경공격기(LCA : Light Combat Aircraft)가 20대다. 그러나 현재 M-346은 에어쇼용과 순수훈련기로는 가능하나 경공격기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UAE와 이태리 간에 계약이 체결되면 2012년에 1호기가 납품되고 2014년까지 사업이 종료되어야 하는데, 초도 납품부터 사업 종료까지 주어진 시간은 2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M-346은 아직 시험비행도 완료하지 못한 개발진행형이다.

게다가 더 결정적인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표현한 대로 “UAE 측이 T-50에 대한 우리 측과의 협력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이점을 주목한 국회 김학송 국방위원장은 3월 초에 한승수 국무총리를 만나 사업을 포기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문했으나, 이에 대해 한 총리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UAE 측과 다른 산업협력에까지 불똥이 튀어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만든다면 남아있는 작은 불씨마저 완전히 꺼지고 만다. 진정한 내부의 적은 기회가 남아있는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서둘러 포기하는 정부다. 그런 적들이 정부 내에 무수히 많다. 이것이 우리가 정작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분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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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