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파병, 군사력의 세계화 시대 편집장의 노트

 

D&D Focus 2010년 12월호


군대가 상품이 되는 세계화 시대,

우리가 갖추어야 할 규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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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수출하는 시대


작년 11월 말에 이어 12월 초에 연이어 UAE를 극비리에 방문한 김태영 국방장관 포괄적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 MOU는 양국의 방산기술 교류와 군 교육훈련 협력, 군사적 지원, 군 고위인사 교환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군사협정의 자세한 내용은 비밀로 관리되어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으면서 군사협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설(說)이 제기된 바 있죠.

한․UAE 군사협력의 실체는 1년이 거의 다 된 지난 11월 9일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내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UAE 아부다비주 알아인에 있는 특수전학교에 한국군 특전사를 주축으로 한 150명 이내의 병력을 파견하는 '국군부대의 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동의안'이 바로 그것입니다. 동의안에서는 UAE군 특수전 부대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 UAE군 특수전 부대와 연합훈련 및 연습,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이 파견 부대의 임무로 적시했습니다. 11일에는 김태영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UAE 특전사 파견이 원전수주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연계되어 있음을 시인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UAE 원전수출을 둘러싼 한․UAE '밀약설‘이 나돌고 있고 “국군이 원전수출의 사은품이냐”, “상업적 목적으로 군대 파견이 정당한가”라는 의문과 비판도 있습니다. 또한 언젠가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응징했을 때, 이란에 인접한 UAE가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히 파병하여 이에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국방부 역시 분쟁지역이 아닌 곳에 국군을 파병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을 의식했는지 연일 ’국가이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헌법과 국군조직법 등에서는 상업적 이유와 결부된 국군 파병에 대한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에 법리논쟁도 불거질 조짐입니다.

아프간에도 비슷한 규모의 병력을 파견되어 있는 특전사의 경우는 매우 미묘한 입장에 처했다. 올해 7월 아프간 파병 당시에는 특전사 간부들 사이에서는 아프간이 ‘위험지역’이라는 이유로 선발되는 것을 기피했습니다. 작년 말에 육군의 아프간 파병자 1차 모집에 간부의 지원자 ‘제로(0)’를 기록하자 당시 임충빈 육군 총장은 불같이 화를 내며 “이러면 육군본부에서 임의로 지목하여 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총장의 말대로 특전사에서 외국 근무경험이 있는 장교는 무조건 파병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상 강제 차출이지요. 그런데 아프간 파병과 달리 ‘물 좋은’ UAE에는 지원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같은 특전사 내에서도 누구는 위험지역에 강제로 끌려가고 누구는 좋은 지역에서 대우받게 됨으로써 부대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불편한 심기


더군다나 미국의 싸늘한 시선도 부담이 됩니다. 애초 UAE 원전수주 당시에는 모든 것을 미국에 일체 비밀로 했습니다. 김태영 장관이 작년 연말에 UAE 출장을 갈 때 황의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은 김 장관의 출장 내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부하인 부사령관이 목적도 밝히지 않고 장관을 따라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불같이 화를 내었습니다. 부지휘관이 지휘관에게 출장 내용을 비밀로 했다는 것 자체가 지휘체계 문란입니다. 이 일이 있고나서 샤프 사령관은 “앞으로 국방장관 출잘 일정을 파악해서 나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하여 연합사 간부들이 장관 일정표를 협조 받느라고 애를 먹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미국의 집요한 아프간 파병 요청에 한국은 채 300명 도 안 되는 쥐꼬리만 한 특전사 병력으로 생색을 냈습니다. 병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내부사정’을 내세워 아프간 파병에 소극적으로 임한 한국정부가 돈이 된다고 UAE에 널름 병력을 보내면 이를 바라보는 동맹국의 심기가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UAE 파병은 어떤 면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안보에 근본적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자원외교’와 군사적 노하우를 수출하는 ‘군사외교’가 상호 융합되는 새로운 현상의 출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규군대를 갖추지 못한 자원부국들은 서방의 언론으로부터 테러국가, 내전국가, 위험국가라는 오명을 씻어버리기 위해 제대로 된 정규군대를 갖고 싶어 합니다. 자원부국 후진국들이 서방의 CNN 등 유력 언론에 갖고 있는 불만은 대단합니다. 조그만 충돌만 일어나도 “어디 어디에 테러가 발생했다”고 보도합니다. 이런 식의 보도로 위험국가로 분류되니까 해외 투자도 안 들어옵니다. 규모 면에서 세계 7위권 내의 군사대국인 대한민국의 군사적 노하우를 배우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과시하는 초대장을 보낼 것입니다. 군대를 창설해서 테러 국가의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몇 년 전부터 콩고, 르완다,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등지로부터 날라 왔지만 애써 우리가 외면해왔습니다. 특히 콩고의 경우는 4~5년 전에 우리 예비역 군 장성들을 초청하여 ‘콩고 자주국방 계획’에 참여해 달라는 현지 대통령의 요구도 전달된 바 있습니다. 이 요구에 우리가 응하지 않자 중국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규군대 창설 및 강화를 우리가 지원하게 되면 그 나라는 비로소 국가의 격을 갖추어 경제 및 사회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지원하는 G20 정상회의의 취지와도 맞아떨어집니다. 또한 한국은 군사협력을 통해 국가 간 유대를 강화하여 장차 자원외교의 든든한 기반도 조성됩니다. 여기에서 자원외교에 선행되어야 할 군사외교의 중요성이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현역병 파병이 아닌 예비역들로 군사고문단을 운영하게 되면 장차 한국에서도 ‘민간 군사기업(PMC)'의 출현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군사적 노하우가 세계에서 잘 팔리는 상품으로 돌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군대도 세계화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또한  군대의 가치는 국가와 기업의 이익에 의해 재평가될 것입니다.



규범이 없는 대한민국


자원외교와 군사외교를 융합시키는 전략이 향후 한국의 외교안보에서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권외교입니다. 돈이 된다고 특정 왕족이나 군벌세력을 지원하게 되면 독재와 빈곤을 더 영속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군사적 용역 수출이 더 큰 위험으로 되돌아 올 것이기 때문에 ‘인권’과 ‘평화’라는 도덕적 가치에 철저히 종속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원외교, 군사외교, 인권외교를 통합하는 규범체계가 없습니다. 한 때 인도네시아에 팔은 한국무기가 동티모르 민중을 유혈 진압하는데 대거 사용되었음에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우리입니다.  무기를 팔아먹은 다음에는 거꾸로 동티모르 독립을 지원하는 평화유지군을 파병한 나라 또한 우리입니다. 아무런 원칙이 없는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엔은 원칙적으로 교전 쌍방에게 같은 무기를 파는 행위를 비도덕적이라며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리스와 터키가 대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폭탄과 신관을 양쪽에 팔은 적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사용 금지된 지뢰를 수출하다가 선적까지 마친 상태에서 미국에 적발되어 강제로 하역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같은 ‘무기수출 통제법’도 없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해외 무기수출 목표를 정해 공개하는 일은 없습니다. 최근 우리정부는 무기수출 중장기 목표를 정해서 공개했습니다. 이런 일은 국가의 겪을 떨어뜨린다고 외국에서는 혐오하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자랑스럽게 발표한 이유는 아직도 우리가 이에 대한 규범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G20 정상회의 때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더군요. 외국 정상 보기 좋으라고 행사장 주변 감나무 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철사로 동여 맺습니다. 서울 시내 전역에서 음식 냄새가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준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못 버리게 했습니다.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나쳐 오히려 국가의 겪을 떨어뜨린 셈입니다. 이런 식의 ‘보여주기’ 문화는 후진국 문화입니다.

무기수출도 이와 같이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UAE에 군사력을 수출하는 군사협력은 그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매우 신중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는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원외교, 군사외교, 인권외교를 통합하는 규범체계를 먼저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국가의 겪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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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