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제조업의 천지개벽인가 미래이슈

"제3차 산업혁명이 온다" 쏟아지는 찬사들

 

“제 어릴 적 꿈은 발명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그런 꿈을 꿉니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3D 프린터의 도움을 받으면 그것을 실현하는 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저는 3D 프린터를 통해 어린 시절 꿈을 되찾고자 합니다.”

지난 5월2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서울디지털포럼 발표장.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를 비롯해 쟁쟁한 전문가들에 뒤이어, 한 20대 청년이 등장했다. 그리곤 청중들에게 자신의 꿈과 도전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인공은 청년벤처기업 오픈크리에이터즈의 공동창립자 강민혁(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부 학생)씨다. 그는 이날 발표장에 자사가 개발, 판매하고 있는 1백만원짜리 보급형 개인용 3D 프린터 ‘NP-멘델’을 들고 나와 간단한 시제품 제작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시연해 보였다.

 

강민혁.jpg » 지난 2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자체제작한 3D 프린터의 원리와 작동방법을 설명하는 강민혁씨. 서울디지털포럼 제공.

 

3D 프린터, 말 그대로 ‘입체 인쇄’, 물건을 인쇄하듯 만들어내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이 기술이 미래 연구자들 사이에서 요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관, 언론, 인물들이 3D 프린팅 앞에 바친 헌사들을 보면 이 기술이 어느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조업의 혁명을 가져다 줄 잠재력을 지닌 기술."(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3년 2월13일 연두교서)

“제3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기술.”(영국 <이코노미스트> 2012.4.21.)

“미래 유망 10대 기술.”(2013 세계경제포럼)

“2030년까지 전 세계의 경제, 사회, 군사적 발전을 가져올 4개분야 기술 중 하나.”(미 국가정보위원회 미래예측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30’)

“생산혁명을 유발할 기술.”(세계미래학회 ‘2013~2025 미래예측 20’)

 

 올해 초 발표된 세계미래학회의 예측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자.

“지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 가운데 많은 것들을 곧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새로운 3차원 프린터는 재료를 연속적으로 층을 쌓아 3차원의 물체를 만든다. 새로운 3D 프린터는 유리, 강철, 심지어는 티타늄 등 광범위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산업용 3차원 프린터는 전등갓, 안경에서 고객 맞춤형 인공 팔다리에 이르는 것들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결국에는 오늘날 우리가 잉크젯 프린터를 쓰듯이 3D 프린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 페덱스가 물건을 배달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회사에 직접 설계도를 주문하고, 프린트 단추를 누르면 몇분 안에 그 물건을 얻게 될 것이다.”

 

 키워드 검색량 급증...`티핑 포인트' 다다라

 

어떤 사람들에겐 공상과학 속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3D 프린터가 펼칠 새로운 세상이 우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술 기대치가 높아져 현실화를 눈앞에 둔 ‘티핑 포인트’ 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 실제로 키워드 검색량의 추이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구글트렌즈를 보면 이런 평가에 수긍이 간다. 아래 그래프는 키워드 ‘3D 프린팅’의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데, 2013년 들어 그 이전의 5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trends.png » 키워드 '3d printing'의 검색량 추이. 숫자는 최고점의 검색량을 100으로 했을 때의 상대검색량.  

 

3D 프린팅이 뭐길래 이렇게 이목이 쏠리는 것일까? 3D 프린팅의 원래 이름은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다. 소재를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품의 입체 단면을 가로로 잘게 썬 뒤, 이를 한 장 한 장씩 쌓아올리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고교시절 배운 수학의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3D 프린터가 쌓아올리는 한 층의 두께가 얇을수록 좀더 정교하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95년의 일로, 당시 MIT의 두 학생이 잉크젯 프린터를 개조해 입체 인쇄에 성공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찰스 W. 헐.jpg » 3D 프린터를 개발한 찰스 W. 헐. 3D시스템즈 설립자이며 현재 기술담당이사를 맡고 있다.

1984년 첫 등장...제조기술 온라인 공개로 확산 촉발

 

3D 프린팅 기술이 최근 들어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대개의 신기술들이 그렇듯, 도약 단계에 이르기까지엔 많은 기술적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3D 프린팅 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84년. 잉크젯 프린터가 발명된 지 불과 7년 후의 일이다.  개발의 주인공은 미국 바이오 이미징 시스템 업체인 UVP의 부사장을 맡고 있던 찰스 W. 헐(74)이다. 당시 헐은 빛을 받으면 굳어지는 액체플라스틱을 굳히기 위해 자외선 램프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램프를 이용하면 원하는 부위만 응고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입체로 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뭔가 굉장한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한 헐은 곧바로 연구에 몰입해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자외선 레이저 광선기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기기로 액체플라스틱 표면에 물건의 단층을 그려내 응고시킨 뒤, 액체플라스틱 표면 바로 밑에 위치한 다공판(일정한 간격으로 많은 구멍을 뚫어놓은 얇은 판)을 아래쪽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윤곽 그리기와 응고’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푸른빛의 작은 플라스틱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헐은 이 공정을 광조형법(스테레오리소그라피, streolithography)이라 이름짓고 특허 신청을 했다. 그리곤 직장을 그만두고 ‘3D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설립해 1992년 첫 3D 프린터를 선보였다. 오늘날 이 회사는 3D 프린터 업계의 양대산맥 구실을 하고 있다.

당시 헐의 광조형법으로는 단일한 물질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재료를 융합해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3D 프린터의 쓰임새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특히 영국 바스대학의 아드리안 보이어 박사는 ‘렙랩 프로젝트’를 통해 3D 프린터 제조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서 3D 프린터의 확산에 물꼬를 텄다.

2010년대에 들어 3D 프린팅 기술은 또 한번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무인비행기가 등장하고, 자동차 차체 제작은 물론 의학분야의 맞춤형 의족, 턱을 만드는 데도 적용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기술적 성과들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시제품 제작 단계를 지나 기술 난이도가 높고 높은 품질을 갖춘 상품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dita_one_txt_700.jpg » 3D 프린터로 만든 망사 드레스. 출처: http://www.francisbitonti.com/ 나이키2.jpg » 지난 3월 나이키가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한 첫 축구화 ‘나이키 진공 레이저 탈론(Nike Vapor Laser Talon)’. 출처: 나이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것이지만, 3D 프린팅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간편한 방식의 새로운 제조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다. 미래 연구자들은 3D 프린팅이 가져올 수도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의 폭발력에 주목한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의 가능성이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는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성장해왔다. 기술 발전과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얻는 이익이 곧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의 향상, 사회의 다원화, 개인 욕구의 분출 추세에 따라 개인 특성에 맞춘 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소량 생산에 적합한 3D 프린팅은 이런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청기, 의족 같은 개인 맞춤형 제품이 필수불가결한 영역, 개인 취향이 강한 생활디자인 소품 등등이 3D 프린팅에 적합한 영역으로 꼽힌다.

 

1인 제조업 시대 개막 '제조업의 민주화'

 

두 번째는 1인 제조업 시대의 개막이다. 3D 프린팅은 제조업 진입의 문턱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3D 프린터와 제품 디자인,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어디에서나 제조업자가 될 수 있다. 숙련도 높은 장인, 값비싼 비용이 드는 금형이나 공장 설비 등의 역할을 3D 프린터가 모두 대신해준다. 이민화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옛날엔 창업을 하려면 최소 수억원의 돈이 필요했지만,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이제는 1년 어학연수비용 3천만이면 거뜬히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경제 민주화’ 조어법을 빌리면 ‘제조의 민주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자본주의 이전 제조업의 주축이었던 가내 공업이 첨단기술의 힘으로 다시 살아났다고나 할까.

대중화의 관건은 프린터 가격이다. 헌데 이것 역시 머지 않아 해결이 될 듯하다. 산업용 프린터는 아직까지 수천~수십만달러에 이르는 고가이다. 하지만 단순 소형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개인용 프린터의 가격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온라인 마켓에선 대당 249달러에 세일하는 행사가 펼쳐지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홀러스어소시에이츠(Wohlers)는 3D 프린터는 지금까지 5만대 정도가 보급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산업용보다는 개인용 프린터 시장이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3D 프린터만 있으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3D 도면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를 활용해 곧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생활용품, 디자인 소품 등에선 이런 제작 방식이 훨씬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2012년 10월 런던에서 열린 ‘3D 프린팅 쇼’에서는 이런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래학자 크리스토퍼 바넷의 2012년 런던 3D프린트쇼 소개 유튜브 동영상.   

 

온라인 마켓이 결합하면 좀더 쉬워진다. 온라인을 통해 제품 디자인만 보내주면 전문회사가 제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배송해주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셰이프웨이즈(Shapeways)라는 회사는 온라인상에서 이미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제품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개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혁신적 제품이 국경을 너머 도처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런 국면을 소비자 스스로가 만들어낸다고 상상해보라. 3D 프린팅을 통해 제품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진화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제조의 개념이 매뉴팩처링에서 프린팅으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미 국가정보위원회는 지난해말 펴낸 미래예측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30’에서 “값싼 기계와 3D 사물 파일 온라인 스토어의 결합은 제조업을 민주화하고 개인의 역량에 힘을 실어, 퍼스널컴퓨터와 인터넷 초창기처럼 소규모 회사들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에는 감히 엄두도 못냈던 것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제조업의 영역이 개척될 수도 있다. 마이크로 미터 단위나 그 이하의 초정밀 생산기술 분야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3D 프린팅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 인체조직이나 인공 장기를 생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나노복합소재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3D 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소재, 정밀도 등 넘어야 할 벽 만만찮아

 

3D 프린터는 글로벌 분업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국의 연구개발 능력을 살려 제조업 부흥에 다시 나서려 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겨냥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비용 부담이 최소화돼야 한다. 그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3D 프린팅이라는 것. 높아지는 개도국 인건비, 고유가 상황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면 자국에서의 생산비용이 해외생산비용보다 쌀 수 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도 활용의 여지는 충분하다. 현지 설계와 제작이 가능하므로 값비싼 수입비용을 덜 수 있다. 무역관행에도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능성들을 현실화기까지는 3D 프린팅이 넘어야 할 벽이 너무나 많다. 아직까지는 쓸 수 있는 소재 종류가 제한돼 있고, 제품의 정밀도를 비롯한 품질 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것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 제조공정과 어깨를 겨룰 만한 생산 기술로 성장하기는 벅차다. 엘지경제연구원 홍일선 선임연구원은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3D 프린팅이 전통적인 생산공정을 대신할 것이라고 결론짓기는 다소 이르다”고 말한다.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3D 스캐너를 이용한 제품 디자인 무단도용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무기 같은 것들을 무단 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좀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 텍사스주립대의 코디 윌슨이라는 학생은 총의 주요 부품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조립한 뒤 6발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학생은 올해 5월4일 결국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플라스틱 권총을 공개하고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식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훨씬 더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끊임없이 도전해 온 것이 기술 문명 발전의 역사다.

발빠른 몇몇 나라는 3D 프린터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보고 기회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최강국의 명예 회복을 꾀하고 있는 미국이 가장 열성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 연구기관 NAMII(국립적층가공혁신연구소, National Additive 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ion)를 설립했다. 쇠퇴한 미국 제조업의 상징 무대인 미 중서부 지역의 부활을 3D 프린팅에 맡겨보겠다는 것.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도 3D 프린팅의 잠재력에 주목해 정부 차원에서 이 부문에 700만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강국으로 떠오른 중국도 자원 절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미래의 대안 중 하나로 3D 프린팅을 꼽고 이 분야 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재 3D 프린터의 세계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조사업체 홀러스어소시에이츠는 17억달러(2011년 기준)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그동안 몇차례의 인수합병이 이뤄져 현재는 미국의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는 올들어 한국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홀러스는 2015년 37억달러, 2019년 65억달러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렙랩 3D프린터로 4개의 에스프레소 컵을 만드는 장면. 유튜브 동영상. 

 

국내의 3D 프린터 제품개발이나 수요는 걸음마 단계다. 아직까지는 주로 대기업들이 휴대폰이나 자동차부품 신제품 개발시 시제품 제작에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캐리마가 가장 먼저 양산체제를 구축했고, 최근 로킷이 개인용 100만원대 제품(에디슨)으로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개인용 프린터 시장은 청년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개발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단순한 용품을 생산할 수 있는 3D 프린터 설계도는 오픈 소스로 온라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발표한 오픈크리에이터즈도 그런 사례의 하나이다.

 

3D 프린팅 앞에 펼쳐질 네 가지 미래 시나리오

 

미래학의 대가 짐 데이토 교수(미 하와이주립대)는 하나의 미래는 없으며, 언제나 네 가지 방향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발전 방향과 속도가 그대로 이어지는 ‘계속성장’,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으며 대응해가는 ‘지속가능’, 현재의 문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이 망가지는 ‘붕괴’, 기술의 혁신적 발전 등에 힘입어 전혀 다른 차원의 사회로 진입하는 ‘변형사회’가 그것이다.

3D 프린터는 이 네 가지 가운데 어떤 경로를 밟아갈까? 기존의 자본주의 성장 틀 안에서 생존하면서 소량 맞춤형 생산이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열어갈 것인가(계속성장), 기존 공장형 생산방식 대신 에너지와 재료 사용량이 절감되는 3D 프린팅의 친환경성을 더욱 살려나갈 것인가(지속가능), 대량생산체제의 성장 관성을 벗겨내지도 못하고 3D 프린팅의 혁신성도 살리지 못한 채 활력을 잃어갈 것인가(붕괴), 급속하고 대대적인 기술혁신에 힘입어 인체장기나 나노기술제품 등 거의 모든 제조 영역을 장악해 전혀 차원이 다른 사회의 구현에 앞장설 것인가(변형사회).

한국에서도 3D 프린팅은 순탄한 길을 밟아갈 것인가. 강민혁 같은 청년기업가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재벌 1극화 구조의 소용돌이에 그 자유로운 꿈마저 휘말려들어갈 것인가. 매뉴팩처링에서 프린팅으로 제조업의 개념이 바뀐 뒤에도 한국 재벌은 여전히 산업전선에서 무소불위의 사령관 노릇을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조무래기 제조업자 군단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것인가. 여러 공정이나 부품이 필요없는 3D 프린팅은 제조업을 만개시켜 일자리를 늘릴 것인가, 아니면 기존 일자리조차 줄여 경제의 건전성을 해칠 것인가. 3D 프린팅이 우리의 미래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참고자료>

이 기사는 아래 자료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3D 프린팅, 제조업의 개념을 바꾼다(홍일선 선임연구원. 엘지경제연구원 ‘엘지 비즈니스 인사이트’. 2013.4.17.)

-3D 프린팅의 어제와 오늘(한국정보산업연합회 ‘이슈 리포트’. 2013.5.)

-3D 프린팅은 어떻게 소비문화를 바꾸는가(한국디자인진흥원. 2013.3.)

-3D 프린터, 차세대 제조업 혁신 주도 전망(조성선 정책기획단 산업분석팀 수석. 정보통신산업진흥회 ‘IT 스팟 이슈’.)

-미래가 보이는 25가지 트렌드(크리스토퍼 바넷, 더난출판.2012.)

-글로벌 트렌드 2030(미 국가정보위원회, 예문. 2013.)

-Special Report '20 forcasts for 2013~2025'(World Future Society)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이코노미스트. 201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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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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