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차 대전이 일어나도 인구 증가는 멈추지 않는다 사회경제

crowd.jpg » 인류의 인구 추동력은 워낙 강력해서, 출산 억제 정책이나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도 인구 흐름을 바꿔놓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Flickr(James Cridland).  

 

 극단의 경우까지 포함한 9가지 인구 시나리오

 

 세계 인구는 산업혁명 이후로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1960년 30억명을 넘어선 뒤, 이후 10여년마다 10억명씩 꾸준히 증가해 현재 72억에 이르고 있다. 유사 이래 지금까지 지구상에 태어난 인류의 14%가 오늘날 생존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인구 증가는 결국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산되는 식량과 물 부족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100억에 가까운 인구가 쏟아내는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와 오염물질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인류에게 닥친 이런 문제들에 대처하는 가장 근본적 방법은 끝없이 늘어만 가는 인구 추세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호주 아들레이드대 인구생태학 교수인  코레이 브래드쇼(Corey Bradshaw) 교수와 배리 브룩(Barry Brook) 교수가  이 ‘방안의 코끼리’(몸집이 거대해서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존재)와도 같은 인구 문제에 대한 컴퓨터 예측모델 구축에 나섰다. 목적은 인구 예측 시나리오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른 세계 인구의 탄력성을 살펴보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내놓은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앞으로 수십년 안에 인구 증가 추세를 대폭 완화하거나 멈추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나온 것. 설령 수억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소행성 충돌 같은 대재앙이 발생하더라라도 인구 증가 속도를 조금 늦출 뿐이라는 것이다.
 2013~2100년 기간의 세계 인구 변화에 대한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우선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센서스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사망자 수, 출생자 수, 평균 가족 규모를 비롯한 지역별 인구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기에 여성의 첫 출산 연령의 변화, 글로벌 차원의 한 자녀 갖기 정책 실시,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나 전염병 창궐 등 여러 변수들을 추가해 9가지의 다양한 인구 변화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s.jpg » 유엔의 2100년 인구전망(2012년 수정판). 파란색 선이 실제 전망선으로, 2050년 인구 96억, 2100년 인구 109억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5억명이 죽는 재앙에도 2100년 인구는 100억?

 

 우선, 2013년 사망률과 출생률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것을 전제로 한 ‘BAU’(business-as-usual) 시나리오에서 예측된 2100년 세계 인구는 120억명이었다. 이는 최근 워싱턴대와 유엔이 공동으로 내놓은 2100년 인구 전망과 거의 일치한다. 연구진은 이를 이번 예측 모델의 신뢰도를 뒷받쳐주는 징표로 평가했다.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결과는 세계 전쟁과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구의 5%가 사망할 경우의 인구 변화 예측이다. 5%라는 가정은 인류 사상 최악의 희생자를 냈던 전쟁과 전염병의 사망자 수를 근거로 했다. 우선 사상 최대의 희생자를 낸 제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가 5000만~8500만명,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가 3700만명, 여기에 20세기 초반 스페인독감 사망자 수를 합치면 약 1억3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 세가지 사례를 합친 사망자 인구가 당시 세계 인구의 5.2%에 해당한다는 것. 연구진은 이를 미래로 확장해 2056년 언저리에서 세계 인구의 5%가 전쟁과 전염병으로 사망할 경우의 인구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2056년 예상 인구는 99억5천만명. 따라서 인구의 5%가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5억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예측 결과는 놀라웠다. 인구가 5억명을 준 것으로 가정했을 때조차 2100년 예상 총인구는 99억~104억에 이르렀다.  2050년대에 수억명이 희생되는 대재앙에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 추세는 다소간 약화될 뿐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21세기 중반에 20억 인구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재앙이 일어나더라도 2100년 인구는 85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브래드쇼는 “재앙은 인구의 궤적에 아주 조금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것 말고도 사망자 수가 20억~60억에 이르는 더욱 큰 재앙이 일어나는 시나리오, 식량 부족과 영아 사망 급증을 가정한 기후변화 상황에 대해서도 인구 예측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결론은 60억명의 희생자를 내는 비현실적인 극단의 재앙 시나리오, 또는 전 세계에서  한 자녀 정책을 급진적이고 강제적으로로 시행하는 시나리오만이 인구의 흐름을 바꾸는 것으로 나왔다. 예컨대 2040년에 60억명이 희생되는 재앙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2100년 세계 인구는 51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밖에 기후 변화로 인한 영아 사망률 증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 강화 등의 시나리오는 모두 2100년 세계 예상 인구 수가 현재 유엔의 인구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100억명 안팎이었다.
 그나마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것은 원치 않는 임신이 사라지고, 여성들의 출산율이 현재의 2.38명에서 2명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가운데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해 태어나는 아이의 비율은 1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경우 2050년과 2100년 인구가 각각 80억, 70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각 국의 적극적인 가족계획과 교육이 인구를 억제하고, 그에 따라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가족계획에 대한 지원과 교육을 강화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할 경우 21세기 중반께는 수억명의 인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방식이야 말로 인구를 줄이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05131926_P_0.jpg » 인구 증가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함에 따라 아프리카 코뿔소들이 예상보다 빨리 사라질지도 모른다.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생태계 위협하는 인구 증가…가장 위협적인 곳은 아프리카/남아시아

 

 경제학자 가운데는 인구가 감소할 경우 젊은이들의 고령자 부양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을 돌려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인구가 증가할 땐 어린이 피부양자들이 더 많아지고, 인구가 감소할 땐 고령의 피부양자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피부양자는 그 어느 경우에도 항상 1.5~2.0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부양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브래드쇼 교수는 “인구 감소가 고령자를 떠받칠 수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이제부터다. 극단의 대재앙이나 다분히 폭력적인 급격한 출산 감소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인구는 계속 늘어난다. 이는 지구 생태계가 위협에 맞닥뜨리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다. 지구 생태계의 위협은 곧 인류 생존의 위협이나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특히 아프리카와 남아시아가 지구의 미래 생태계를 위협하는 최대 지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100년 이들 지역의 인구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경우 이들 지역의 코끼리, 코뿔소, 사자 등은 인간에게 떠밀려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인류의 뿌리깊은 인구 추동력은 매우 강력해서 향후 수십년 안에 인구 흐름을 바꿀 방법은 없으며, 지속가능한 인구 수준을 확보하려면 아마도 수세기가 걸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4839545625_e9ffc5bf7a_z.jpg » 인구 증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인 줄 알면서도 워낙 거대해서 어쩌지 못하는 '방안의 코끼리'같은 신세이다. 사진은 flickr(Irwin Scott).

 

현실성 없는 인구 대책보다 소비 흐름 바꾸는 정책이 효과적

 

 그럼 그때까지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지구 생태계가 망가지는 걸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연구진은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구 대책 대신 자연자원에 대한 소비 패턴을 바꾸는 정책을 도입하고, 자원 절약형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역설한다. 이 대목에서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 논문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읽힌다. 연구진이 극단의 시나리오까지 동원해 이번 연구를 진행한 진짜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어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출처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4/10/no-way-stop-human-population-growth?utm_campaign=email-news-latest&utm_source=eloqua
http://www.pnas.org/content/early/2014/10/23/1410465111.abstract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10/141027181959.htm
http://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29788754
http://www.washingtonpost.com/blogs/wonkblog/wp/2014/10/27/stop-pretending-we-can-fix-the-environment-by-curbing-population-growth/

 

대안에 대한 참고자료

http://theconversation.com/no-quick-fix-for-overpopulation-lets-focus-on-climate-33735?utm_medium=email&utm_campaign=Latest+from+The+Conversation+for+7+November+2014+-+2063&utm_content=Latest+from+The+Conversation+for+7+November+2014+-+2063+CID_d170a505632d51ee6d14edbe65ed13d4&utm_source=campaign_monitor&utm_term=No%20quick%20fix%20for%20overpopulation%20%20lets%20focus%20on%20climate

TAG

Leave Comments


profile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미래의 창을 여는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 곳간. 오늘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고, 선호하는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광고, 비속어,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 등은 사양합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