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2연평해전을 어떻게 왜곡하였나? 남북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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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마구 왜곡되고 있다. 제2연평해전 10주기를 맞아 조선일보가 연일 쏟아내는 당시 상황에 대한 묘사는 매우 단편적이고 선택된 사실만을 부각시킨 확실한 역사 왜곡이다. “과거 햇볕정책과 그 담당자들을 종북좌파로 처단하라”는 정치적 여론을 불러일으켜 우리 사회를 내전 양상으로 몰아가기 위한 매우 교활하고 어리석은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선동이 먹혀드는 사회는 국가이성이 마비되고 사이비 과학과 선동이 춤추는 위험사회다. 특히 군에게는 잘못된 교훈을 강요하여 이후에도 지는 전투, 지는 전쟁을 추종하도록 하는 등 그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의 논조는 2002년 제2연평해전이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 눈치를 보는 청와대 때문에 우리가 당한 것이라는 논조를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사실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의 최고 책임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조선일보에 “당시 해군도 작전통제선을 넘어간 잘못이 있다”고 발언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이는 마치 정권이 해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비춰질 뿐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설명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온통 햇볕정책 탓으로 당시 희생이 발생한 것으로 몰아붙이며, 엉뚱하게 패전이 아니라 ‘승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 교전이 승전이라면 햇볕정책에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이라도 해주지는 못할망정, 공정한 평가는 있어야 한다. 제대로 응사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우리 고속정이 침몰했는데, 이걸 두고 승전이라고 주장하고, 당시 승무원을 영웅시하는 억지 논리는 차마 읽기가 민망하다.  

그나마 제1, 제2연평해전의 경우 우리가 선제공격을 당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북의 도발자들을 응징한 전투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확실한 패전이다. 햇볕정책 때문에 연평해전이 일어났다면 현 정부의 패전은 달빛정책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햇볕정책을 폐기한 현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것을 정치논리와 색깔론으로 해석하려니까 사실과도 다르고 평가도 왜곡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이러한 교전에 대한 해석과 분석은 먼저 현장의 상황과 논리를 충분히 살펴보고, 남과 북의 군의 의도와 전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즉 군사적 합리성과 전문성에 입각해서 사건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하는데 조선일보의 경우는 그 초보적인 수준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작전’


2002년의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에 “북 함정과의 거리를 4km로 유지하라”는 해군본부의 권고와 “3km로 유지하라”는 정병칠 2함대사령관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합참 지시로 이미 우리 함정을 조준하고 있던 북의 함정에 우리 참수리호가 150m까지 접근하면서 비극이 발생했다. 아무런 전투대형도 유지하지 않고 그렇게 접근하라는 지시는 누가 내렸나? 바로 이남신 합참의장과 이상희 작전본부장, 그리고 그 지침을 2함대 상황실에 전달한 해군 Y제독이다. 그것도 2함대사령관이 잠시 지하1층의 상황실을 이탈하여 사령관실로 올라간 사이에 합참이 2함대 상황실에 직접 “차단 기동을 하라”고 지시해서 접근하도록 했다. 현장 지휘관의 지휘권이 박탈된 것이다.   

이런 일은 99년의 제1연평해전과 비교해보았을 때 뜻밖이다. 99년 당시에는 박정성 2함대사령관이 부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 일사분란 한 지휘체계가 작동했다. 그것도 당시 청와대와 합참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간섭하였음에도 2함대 내의 지휘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기 때문에 우리 측의 승전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02년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북한 경비정은 함포가 빈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3~4km 거리에서 작전을 하면 거의 당할 일이 없다. 우리 고속정의 76미리 함포는 이 정도 거리에서 가장 정확하게 명중시키기 때문에 거리를 유지하라는 지침은 당연한 것이었다. 문제는 현장 지휘관이 사태를 충분히 판단하고 군사적 합리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우리 장병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지시를 내린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 할 수 있고, 그 핵심은 바로 합참이다. 게다가 선체를 직접 충돌시키는 차단기동이라고 하지만 150톤급의 우리 고속정이 300톤급의 북한 경비정과 충돌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리하고 위험한 작전이다. 제1연평해전 당시에 우리가 차단기동을 하면서 승리했다고 하지만,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선체를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북한 경비정의 후미를 치는 방식으로,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차단기동 같은 것은 없었다. 적어도 이런 사실은 2함대라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상부 지시라 하더라도 무리하게 기동을 할 이유가 없다. 해역에서 작전에 무지한 육군 일색의 합참 수뇌부는 이러한 군사적 합리성을 전면 무시하고 차단기동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장병들이 사상되는 일이 발생하자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실장 전병헌 현 민주당 의원)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국정상황실의 모 중령이 이를 담당했는데, 그는 합참의 작전본부, 한미연합사를 차례로 방문하여 교전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고 해군 전단장들의 진술을 청취했다. 그런데 당시 이상희 작전본부장과 남재준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은 2함대에 대한 부적절한 지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해군 함정이 기동하다 발생한 교전”이라고 진술하였고, 해군 2함대의 전단장들 역시 “이전에도 빈번하게 차단기동이 있었다”고 진술하여 자연스럽게 해군이 잘못한 것으로 보고서는 정리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정상황실 요원은 2함대사령관의 상황실과 지휘체계는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1연평해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조성태 씨는 2002년에 국회 국방위원으로서 제2연평해전을 보고 “이전에도 차단기동에 성공했다고 또 그런 방식을 구사한 멍청한 해군”이라고 말하였다. 당시 이상희 작전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남재준 전 부사령관은 박근혜 대선 캠프의 핵심 인사로 이동했다. 조성태, 이상희, 남재준 씨 등 사태가 해군 잘못으로 몰아간 사람들 모두가 해역에서의 작전에 대해 잘 모르는 육군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을 지적하지 않은 채 오직 선제사격을 금지한 교전수칙을 제정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청와대 책임론만 주장하고 있다.

물론 선제사격을 금지하고 5단계라는 복잡한 작전절차를 해군에게 강요한 점은 잘못이다. 여기에 정권이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이에 동조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지금에 와서야 좌파정권, 햇볕정책 탓을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이러한 정치논리야말로 자신들의 무능을 은폐하는 좋은 방편이 아닐 수 없다. 2002년 당시에 합참에 자신의 직을 걸고 잘못된 교전수칙을 개정하자고 말한 장군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던가? 

   


정보 왜곡의 진실과 양심선언


한편 과거 정권이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선양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가 귀담아들을 부분이 상당부분 있다. 영결식에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고 월드컵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부분에 대해 질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특정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의 수단이 될 때는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조선일보 주장대로라면 96년에 강릉에 북한 잠수함으로 침투한 북한 공작원을 소탕하는 데 희생된 17명의 장병에 대해 국가 차원의 합동 위령제는 아예 없었고 김영삼 대통령이 영결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사실은 또 무엇인가? 문제는 조선일보가 이런데 대해서는 한 번도 지적한 적이 없이 오직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만 이런 비난을 한다는 점이다. 이건 무언가 공정하지 못하다.

이런 편파적 의도는 정보 왜곡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장시 정보사 예하 ‘쓰리세븐’ 부대장인 한철용 씨의 주장을 보자. 그가 2010년에 발간한 <진실은 하나>라는 저서에 의하면 2002년 당시 김동신 국방장관과 국방부 정보본부가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의심되는 특수정보(SI) 14자 보고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은폐하고 ‘우발적 충돌’로 결론을 지은 다음, 자신을 표적 수사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 주장처럼 당시 국방부 수뇌부가 이런 정보 왜곡을 저질렀다면 이건 단순히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 사안이 아니라 군 형법을 적용하여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양심선언으로 이어진 이 사건의 발단은 2002년 7월 10일에 한철용 소장이 국방부장관실로부터 징계통보를 받은 데서 시작된다. 한 소장은 그의 저서에서 “충성은 물론이고 존경하는 마음도 없어졌다”고 말한 시점이 바로 그 이튿날인 7월 11일이다. 그렇다면 정보가 왜곡된 6월 13일의 특수정보 14자가 국방부와 정보본부에 의해 왜곡되어 6월 29일 교전이 발생할 때까지 17일간, 그리고 교전이 발생한 이후 기무사의 조사를 받기까지 11일 간 한 소장은 여전히 군 수뇌부에 충성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만일 정보가 왜곡되었다면 직을 걸고 이를 저지했어야 하고, 또 직언을 했어야 한다. 한 소장은 자신의 직언을 증언하고 있지만 국방부가 정보를 왜곡하는데 그는 알고도 저지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기무사 조사를 받는 동안에 특수정보에 대해 기무사 조사 요원에게 잘 설명해 주어, 일이 잘 마무리될 것으로 알고 부대장 공관에서 기무사 요원과 술을 돌리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의문은 이것이다. 만일 한 소장이 자신에게 징계가 결정되지 않았더라면 7월 10일 만찬은 매우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었을 것이고 한 소장은 정보 왜곡에 대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지난 10년 간 그가 양심선언을 하고, 전역을 하고, 진실을 밝히는 책을 쓰지도 않았느냐는 것이다.

정보가 왜곡되고 장병들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가? 아니면 한 소장이 억울하게 조사와 징계를 받았다는 것이 중요한가? 이 두 가지가 그의 저서에는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정보의 책임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사용자가 정보를 왜곡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 점에서 한 소장 본인에게도 일단의 책임은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황당한 연평도 포격사건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국방 수뇌부의 무능이 햇볕정책과 섞여서 우리 장병들이 희생되었다는데 일단 무게를 두기로 하자. 그러면 2010년 11월에 북한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국방부 정보본부가 “교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우리 해병대 무방비로 북한의 포탄을 맞은 것은 햇볕정책이 아니라 무슨 원인 때문일까?

사실 정보를 무시하거나 왜곡시켜 장병들이 희생된 사례라면 연평도 포격사건 만한 것도 없다. 이건 국방장관의 경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합참의 중견 장교 전원을 물갈이하고 군사적 전문성을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에 작전본부장은 그해 연말에 4성으로 진급하여 영전하는 등 주요 직위자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적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오직 10년 전의 한 사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반복 보도함으로써 마치 햇볕정책만 없어지면 우리 안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다.

적어도 2002년의 연평해전에서 적시에 정확한 정보제공과 작전의 전문성 문제가 드러났다면, 이 점을 개선함으로써 군사적 전문성을 보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더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언제까지 정권 탓하고 햇볕정책 탓만 할 것인지, 그렇게 국민과 군을 편 가르기 해서 우리 안보에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게다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2010년 당시에 합참 인적 구성을 보면 합참의장(육사 30기), 작전본부장(육사 32기), 작전부장(육사 35기), 작전처장(육사 38기), 합동작전과장(육사 41기)이 전원 육사 선후배 동문으로 채워져 있고, 이중 작전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이 합참 무경험자로서 합동교리를 작성하였거나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해 본 적이 없는 초보자였다는 사실은 햇볕정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치명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사건 당시에 합참의장은 합참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무면허 운전자인데다가 당일 날 음주까지 했으니 음주 운전자였다.

연평도 사건 당시에도 이미 경고가 있었음에도 함포와 전투기는 준비되지 않았고, 당시 연평도 인근에 있던 F-15K 전투기가 공대지 사격이 가능한 지 아는 사람이 청와대 벙커회의에 참여한 현역 군인 중 한 명도 없었고, F-15K 전투기 사격이 미군과 협의해야 할 사항인지, 한국군 독자적으로 결심이 가능한 지도 합참은 몰랐다.  

서해에서 첫 번째 위기가 발생한 지 13년이 지나는 동안 다섯 번 남북이 충돌하였다. 지난 13년의 역사에서 우리가 명확히 인식하게 되는 교훈은 군사적으로 무능력하고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정권을 탓하고 색깔론으로 편 가르는 일에 더욱더 몰입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와서 군이 이념에 더욱 편향되는 이유 중 하나가 주요 위기시마다 작전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만일 이기는 전투를 했다면 이렇게 정권 탓, 언론 탓, 종북 세력 탓을 할 이유가 없다. 잘 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조상 탓으로 돌리려는 기회주의적 발상에다가 직언을 할 용기가 없는 군인은 이미 군인이 아니다. 이런 군인은 반드시 지는 전투를 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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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