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꼬리수리가 사냥 대신 약탈? ‘하늘의 제왕’도 예외 없는 먹이쟁탈전 윤순영의 시선

독수리 등과 뺏고 빼앗기고 먹이 쟁탈전 일상…큰 상처 입히지 않아
흰꼬리수리는 날카로운 발톱과 굽은 부리를 지닌 강력한 사냥꾼이다. 그러나 월동지에서 이들은 직접 사냥하기보다 남이 사냥한 먹이를 빼앗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흰꼬리수리는 날카로운 발톱과 굽은 부리를 지닌 강력한 사냥꾼이다. 그러나 월동지에서 이들은 직접 사냥하기보다 남이 사냥한 먹이를 빼앗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흰꼬리수리는 한반도를 찾아오는 최강의 대형 맹금류다. 그러나 이들은 남이 잡은 먹이를 강탈하는 습성을 감추지 않는다.

직접 사냥할 때는 암수가 전략적으로 역할을 나눠 먹이를 배우자가 기다리는 쪽으로 몬다. 한쪽이 먹이의 주의를 끌고 다른 쪽이 공격하는 성동격서 전략도 편다.

오리류를 사냥할 때 흰꼬리수리 부부는 협공 전략을 쓴다.
오리류를 사냥할 때 흰꼬리수리 부부는 협공 전략을 쓴다.

발버둥 치는 흰뺨검둥오리. 흰꼬리수리는 부부 관계가 돈독해서 암컷에게 먹이를 넘겨주기도 한다.
발버둥 치는 흰뺨검둥오리. 흰꼬리수리는 부부 관계가 돈독해서 암컷에게 먹이를 넘겨주기도 한다.

흰꼬리수리가 강가에서 자주 관찰되는 이유는 검독수리, 흰죽지수리, 항라머리독수리, 초원수리와 달리 물고기를 즐겨 먹기 때문이다. 흰꼬리수리는 강력한 육식 동물로서 상당히 큰 먹이를 사냥할 수 있지만 잡기 쉽고 취약한 사냥감을 선호한다. 조류 및 포유동물도 주요 식단이다.

물고기를 사냥에 성공한 어린 흰꼬리수리.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 다른 흰꼬리수리가 사냥감을 약탈하려 달려들자 물고기를 놓친다.
물고기를 사냥에 성공한 어린 흰꼬리수리.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 다른 흰꼬리수리가 사냥감을 약탈하려 달려들자 물고기를 놓친다.

흰꼬리수리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와 월동한다. 새끼들은 어미와 함께 왔던 곳을 잊지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어미는 새끼들의 월동에 크게 간섭하지 않고 홀로 다른 곳에 터를 잡고 사냥하기 때문에 월동지에 도착한 새끼들은 스스로 먹이를 해결해야 한다. 어린 흰꼬리수리들은 잠자리와 전망대를 정해 생활하며 일반적으로 단독 혹은 2~3개체가 관찰되지만 10개체 이내의 무리가 목격되기도 한다.

야산에 터 잡은 흰꼬리수리 무리.
야산에 터 잡은 흰꼬리수리 무리.

사냥터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는 흰꼬리수리들. 맹금류가 늘 단독 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사냥터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는 흰꼬리수리들. 맹금류가 늘 단독 생활을 하는 건 아니다.

흰꼬리수리는 세력권 지배 의식이 강해 한번 둥지를 틀면 둥지를 재사용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수십 년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다른 대형 맹금류들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익숙해진 환경과 풍부한 사냥감, 동물들의 사체가 확보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흰꼬리수리가 야산에 정해놓은 잠자리는 참수리, 흰죽지수리, 독수리 등 다른 맹금류들도 함께 이용한다.

독수리의 먹잇감을 노리는 어린 흰꼬리수리(왼쪽).
독수리의 먹잇감을 노리는 어린 흰꼬리수리(왼쪽).

흰꼬리수리와 독수리 무리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먹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독수리의 먹이를 약탈하러 몰려든 어린 흰꼬리수리 무리.
흰꼬리수리와 독수리 무리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먹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독수리의 먹이를 약탈하러 몰려든 어린 흰꼬리수리 무리.

이런 집단 잠자리는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고 사냥감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잠자리 주변에 정해놓은 사냥터에서 각자의 먹이원을 찾는데 보는 눈이 많으니 동물 사체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되어 먹이 나눔이 형성된다. 단독 사냥을 하더라도 맹금류들이 서로 지켜보고 있어 먹이 쟁탈전의 반복된다. ‘적과 동침’인 셈이다.

참수리(왼쪽에서 두 번째)의 먹이를 노리는 흰꼬리수리들.
참수리(왼쪽에서 두 번째)의 먹이를 노리는 흰꼬리수리들.

영역이 겹치면 맹금류들의 먹이 싸움은 필연적이다.
영역이 겹치면 맹금류들의 먹이 싸움은 필연적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죽은 물고기는 먼저 발견하고 낚아채면 우선권을 갖게 되고 농경지에 동물에 사체가 있을 때는 힘이 가장 센 맹금류가 차지한다. 그러나 먹는 순간까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재빨리 목구멍에 넘겨야 내 것이 된다. 월동지에서의 먹이 쟁탈전은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할 수 없는 생존경쟁이다. 먹이를 끝까지 사수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 흰꼬리수리는 그들끼리도, 다른 맹금류에게도 치열하고 과감하게 훔치고 빼앗는다. 이런 행동은 본능에 충실한 것이 곧 생태계를 유지하는 축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먹이 차지를 위한 경쟁이 끝난 뒤에는 평정심을 되찾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리 생활을 반복한다

어린 참수리(왼쪽 노란 부리)가 영역을 침범하자 화들짝 놀라 방어에 나서는 흰꼬리수리.
어린 참수리(왼쪽 노란 부리)가 영역을 침범하자 화들짝 놀라 방어에 나서는 흰꼬리수리.

어린 흰꼬리수리는 먹이 사냥보다는 먹이를 강탈하거나 동물 사체를 찾는 데 더 열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투른 사냥 실력 때문일까. 독수리가 먹이를 먹고 있는 곳에는 감초처럼 나타나 끈질기게 먹이를 약탈해 간다. 약한 흰꼬리수리는 부스러기라도 차지하려 노력한다.

먹잇감 앞에선 동료도 적이다. 어린 흰꼬리수리가 자기들끼리 먹잇감을 빼앗으려 싸운다. 그 와중에 잡은 물고기는 강으로 떨어진다.
먹잇감 앞에선 동료도 적이다. 어린 흰꼬리수리가 자기들끼리 먹잇감을 빼앗으려 싸운다. 그 와중에 잡은 물고기는 강으로 떨어진다.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는 치열한 다툼처럼 보이지만 자연에서는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로운 상생의 법칙이다. 필자는 먹이 쟁탈전에서 상대가 피나도록 상처를 입히는 공격성을 본 적이 없다. 기 싸움으로 우열이 가려진다.

먹이를 잡은 상대를 뒤쫓는 어린 흰꼬리수리. 까치도 덩달아 나섰다.
먹이를 잡은 상대를 뒤쫓는 어린 흰꼬리수리. 까치도 덩달아 나섰다.

대부분의 어린 흰꼬리수리들은 성장 과정에 공중놀이를 하면서 완벽한 비행과 사냥기술을 터득한다. 사냥한 먹이를 제대로 먹으려면 경계를 소홀히 해선 안 되기에 먹이를 지키는 법과 남의 먹이를 빼앗는 법까지 모두 익힌다.

어린 흰꼬리수리들은 깃털 변화가 심하다. 어른이 돼야 완전한 깃털을 갖게 된다.
어린 흰꼬리수리들은 깃털 변화가 심하다. 어른이 돼야 완전한 깃털을 갖게 된다.

어미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공중기술을 배우는 어린 흰꼬리수리. 발에 먹이를 움켜쥐고 있다.
어미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공중기술을 배우는 어린 흰꼬리수리. 발에 먹이를 움켜쥐고 있다.

어미가 가끔 어린 흰꼬리수리 앞에 먹이를 물고 나타나 하늘 높이 올라가면 어린 흰꼬리수리가 따라 올라가 먹이를 빼앗으려는 공중전이 시작된다. 어미가 움켜쥐고 있던 먹잇감을 떨어뜨리면 쏜살같이 따라가 낚아채는 연습도 한다.

어린 새끼들은 공중놀이를 즐기며 사냥감 방어와 약탈 기술을 터득한다.
어린 새끼들은 공중놀이를 즐기며 사냥감 방어와 약탈 기술을 터득한다.

어른 흰꼬리수리는 체력 소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온종일 나무 꼭대기에 앉아 병들거나 죽어서 물 위에 떠오른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을 즐긴다. 흰꼬리수리가 날마다 먹어야 하는 음식의 양은 약 500~600g 정도다. 참수리나 검독수리보다 대체로 덜 활발한 게으른 사냥꾼이다. 이는 흰꼬리수리가 창자가 더 길고 더 효율적인 소화 계통을 지니고 있어서 음식을 덜 먹어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흰꼬리수리 개체 수가 검독수리를 초과하는 이유다.

먹이를 향해 하강하는 흰꼬리수리 모습.
먹이를 향해 하강하는 흰꼬리수리 모습.

흰꼬리수리는 4~5년이 되면 성숙한다. 둥지는 높은 나무나 해안 절벽 위에 짓는다. 몸길이는 수컷이 84㎝, 암컷이 94㎝이며 날개 길이는 199~228㎝이다. 암컷의 몸무게는 일반적으로 4~6.9㎏으로 3.1~5.4㎏인 수컷보다 무거운 편이다. 알은 3~4월에 해마다 1~3개를 낳는데 2~5일 간격으로 산란하며 38일간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알을 품는다. 부화한 새끼들은 서로에게 매우 관대하지만, 가장 처음으로 알을 깨고 나온 새끼는 커가면서 종종 먹이를 받아먹는 횟수가 더 많아진다.

흰꼬리수리는 2m가 넘는 큰 날개로 뛰어난 비행능력을 자랑한다. 날개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흰꼬리수리는 2m가 넘는 큰 날개로 뛰어난 비행능력을 자랑한다. 날개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주로 암컷이 알을 품고 직접 먹이를 먹이며 수컷이 간혹 육아를 넘겨받기도 한다. 새끼들은 5~6주 동안 성장한 뒤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으며 11~12주쯤 되면 날 수 있게 된다. 둥지 가까운 곳에서 떠나지 않고 부모가 6~10주 정도를 더 돌본다.

흰꼬리수리의 세력권은 30~70㎢ 범위이며 거의 바닷가를 끼고 사는데 큰 호수나 강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다. 검독수리의 세력권과 겹치기도 하지만 이들 간의 싸움은 제한적이다. 검독수리는 산악과 황무지를 선호하지만 흰꼬리수리는 해안과 바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 큰 흰꼬리수리에게 천적은 없으므로 최상위 포식자로 간주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TAG

Leave Comments


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