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2100년 서울 여름은 하이퐁이 된다 지구환경

HEAT.jpg »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의 열섬효과. 선선한 곳(녹색)이 거의 없이 도심 전체가 뜨겁다(빨간색).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온난화에 도시 열섬효과 겹쳐

2100년 여름 체험하려면 베트남으로

베이징은 뉴델리처럼 더워질 수도

 

여름이라고 해서 다 같은 여름이 아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보다는 가릴 것이 없는 노천에서, 흙길 시골보다는 아스팔트 도시에서 여름나기가 더 힘들다. 이른바 열섬 효과 때문이다. 밀집된 인구와 인공구조물 등이 도시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열섬 효과로 인한 도시와 시골의 온도 차이는 섭씨 5도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육지의 3%에 불과한 도시의 열섬 효과가 중요한 건 이곳에 무려 세계 인구의 54%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세계의 도시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인구국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에는 도시 인구가 25억명 가량 더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세계 인구 증가분을 몽땅 도시에서 흡수해 버리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도시는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연구자 단체인 클라이미트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세계기상기구(WMO)와 공동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 도시가 장래 얼마나 더 뜨거워질지 예측해 보여주는 쌍방향 지도를 만들었다. 2100년 각 도시의 예상 여름 기온을 추정한 뒤, 현재 이와 가장 비슷한 여름 기온을 보이고 있는 도시를 보여줌으로써 기후변화의 미래를 미리 짐작할 수 있게해주는 지도다. 어떤 도시는 예상 기온이 워낙 높아 아예 지금 비교 대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77.jpg » 2100년 서울 여름 기온은 충칭(온실가스 적정 감축의 경우)과 하이퐁(온실가스 감축 없을 경우) 사이에 있다. 아래쪽 가로선은 열대기후의 경계선인 북회귀선이다. 구글 어스

 

각 도시의 2100년 여름 기온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지구온난화 시나리오 3가지 중 두 가지를 기반으로 추정했다. 하나는  저감 대책 없이 지금 추세를 방치하는 경우(RCP 8.5, 방치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적절히 실행하는 경우(RCP 4.5, 적정감축 시나리오)다.  후자의 경우는 2040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은 뒤 2100년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을 가정한 상황이다. 지도에서 보여주는 비교 도시는 2100년 예상 기온과 0.5도 이내 범위의 여름 기온을 보이는 도시 가운데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계산 결과 2100년 서울 여름은 지금의 어느 도시와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왔을까?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할 경우 북위 37.3도에 있는 서울(26.6도)의 여름은 2100년에는 지금의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32.4도)과 비슷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이퐁의 위도는 북위 20.5도로 열대 기후권에 속한다. 온실가스를 적정 감축할 경우엔 중국 내륙 깊숙한 곳에 있는 충칭(30.2도)의 여름과 비슷해진다. 충칭의 위도는 북위 29.3도로 서울보다 8도 가량 남쪽에 있는 아열대 기후지역이다.
 

Haiphong_Blumenmarkt_Tet04.JPG »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의 거리 풍경. 위키백과

 

hi.jpg » 베트남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 하이퐁 전경. 구글 어스

 

 중국 베이징(29도)의 여름은 인도의 뉴델리(35.2도), 베트남 하이퐁(32.4도) 여름과 각각 비슷해진다. 일본의 도쿄(26.2도)는 중국의 우한(31.2도)이나 베이징(29.0도)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름 기온이 올라간다. 이번 지도 작성에 사용된 여름 기온은 1996~2015년의 기온 자료를 평균한 것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가 좀 더 진행된 지금은 이보다 기온이 좀 더 올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반구 도시는 6~8월, 남반구 도시는 12~2월 자료를 활용했다.

 또 ‘방치 시나리오’(RCP8.5)의 경우, 2100년 캐나다의 오타와 날씨는 열대기후 지역인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연안의 벨리즈시티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산악지대는 스리랑카 해안의 콜롬보와 비슷해진다.

 

2100년 여름 기온 상승폭 상위 10대 도시

구분

감축 않을시

온도 상승폭

적정 감축시

온도 상승폭

소피아(불가리아)        

8.4도                

4.4도

스코페(마케도니아)

8.4도

4.4도

베오그라드(세르비아)

8.3도

4.3도

마드리드(스페인)

8.0도

4.3도

부쿠레슈티(루마니아)          

7.9도

4.2도

예레반(아르메니아)

7.8도

4.3도

자그레브(크로아티아)

7.8도

4.0도

사라예보(보스니아)

7.8도

4.0도

루블랴나(슬로베니아)

7.7도

3.9도

부다페스트(헝가리)

7.6도

3.9도

 

불가리아 소피아 8.4도 상승 '세계 최대'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을 경우 2100년 평균 육지 온도는 최대 4.8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지형 등 다른 요인이 겹치면 일부 도시의 온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컨대 불가리아의 소피아는 2100년 기온이 지금보다 거의 8.4도나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소피아의 여름은 지금의 이집트 수에즈운하 북쪽 항만도시 포트 사이드(Port Said)와 비슷해진다.
연구진은 특히 10여개의 도시들은 온도가 너무 올라가 지금 지구상에 있는 어떤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수단의 수도 카르툼의 여름 평균기온은 44.1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카르툼은 온실가스를 적정량 감축하더라도 기온이 계속 올라가 2100년 여름엔 41.6도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수준이다.

 

05797056_P_0.JPG » 온실가스 배출을 방치할 경우 2100년 서울 시민은 연간 67일간 살인폭염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서울 살인폭염 일수, 연간 0일→67일로

 

평균 기온의 상승과 함께 폭염 일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미 하와이대 연구진은 2100년 전세계 도시가 겪게 될 폭염 일수를 추정해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서울의 연간 ‘살인폭염’ 일수는 현재 0일에서 2100년 67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의 살인폭염 날씨는 202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2050년엔 연간 1주일, 2060년 20일, 2075년 35일 등으로 갈수록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배출을 적정량 저감한 경우에도 2100년 서울의 살인폭염 일수는 연간 18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또 현재 세계 인구의 30%가 연간 20일 이상 살인폭염에 노출되고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을 방치할 경우 2100년에는 그 비율이 74%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북부, 베네수엘라, 인도 남부, 서아프카, 호주 북부 등에선 2100년 살인폭염 일수가 300일을 넘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연구진이 정한 ‘살인폭염’ 기준은 습도 60%-30도 이상, 습도 80%-28도 이상, 습도 90%-27도 이상이다.
 21세기 후반은 현재 세대의 2세, 3세들이 사회의 주력군으로 활동하는 시기이다.  이들 미래세대에게 살인폭염 대신 좀더 쾌적한 여름 환경을 물려주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연구자들이 내놓은 복잡한 계산 결과들은 현재 세대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온실가스를 과감히 줄이는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출처
https://www.livescience.com/59695-how-hot-will-your-city-get-by-2100.html
http://www.climatecentral.org/news/global-cities-climate-change-21584
하와이대 연구 결과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2017/06/heatwaves-climate-change-global-warming/
논문 보기
https://www.nature.com/articles/nclimate3322.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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