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검증 안 된 미사일을 확충한다고? 무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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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 전력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할 국방부가 육군전력 증강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안팎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방부는 향후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미사일 증강 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승인받았다. 앞으로 5년간 매년 5000억원씩 2조5000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다. 이미 국방부가 공개한 바 있는 사거리 500∼1500㎞인 현무-3 크루즈 미사일과 사거리 300㎞인 현무-2 탄도 미사일, 사거리 70∼100㎞인 한국형 GPS 활강유도폭탄(KGGB)이 우선 확충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초에 향후 한국군이 유엔사 교전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군 단독으로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핵심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상응표적 타격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바로 육군의 유도탄사령부가 보유한 각종 미사일이다. 이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 김관진 국방장관의 유도탄사령부 방문이 이어졌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하여 미사일 개발을 독려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3월 초에도 “우리의 마사일 사정거리를 연장하는 문제를 미국과 잘 협의되고 있다”고 언론에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사일의 급속한 증강은 여러모로 의문투성이다. 첫 번째 의문은 이들 국산무기가 과연 성능이 검증되었느냐는 의문이다. 지난달 공개한 현무-3 크루즈 미사일은 이제껏 기술시험 밖에 수행하지 않았고, 야전의 운용시험과 운용 경험이 없는 불확실한 성능의 무기다. 국방부는 크루즈 미사일의 경우 오차범위가 1~3m로 “김정은 집무실의 창문까지 찾아가 타격할 수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심지어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국산화했다"는 설명이다. 이걸 믿어야 될까? 그동안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부실한 무기체계 개발 실태를 고려한다면 한 번 의심을 해볼 만한 주장이다.

한 발 당 20억 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크루즈 미사일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자주국방 차원에서 개발이 진행된 것이지만, 당시에 국과연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험평가한 동영상은 서해의 안흥 시험장에서 바다를 향해 발사하는 장면이다. 즉 지상의 장애물을 피해 고도와 방향을 변경하는 크루즈 미사일의 실제 비행이 아니라 장애물 없이 비행하여 그 시간만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폭탄을 탑재하지도 않은 순수 비행시험만 했다. 그런데 4월에 국방부가 공개한 크루즈 미사일 시험 동영상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과 동일한 동영상이다. 이것만 가지고 미국보다 우수한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크루즈 미사일이 1300km를 고속으로 비행하려면 대략 56분 정도 소요된다. 이 시간 동안에 산악지형의 한반도에서는 수많은 협곡과 산을 통과해야 하고, 숨겨져 있는 핵심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가야 한다. 여기에는 최첨단 항법장치와 유도능력, 폭발물 탑재 기술이 요구되는데, 이걸 국과연이 짧은 시간 내에 다 성공했다는 건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사거리 70∼100㎞인 한국형 GPS 활강유도폭탄(KGGB)도 마찬가지다. 이건 필자가 여러 번 지적했던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실 무기개발 사업인 소위 ‘번개사업’이라는 것이다.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 주무과장까지 좌천시켰을 정도로 현 정부는 여러 전문가들의 입을 막고 독단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아직까지 개발을 끝내지도 못했고, 기술시험도 하지 않았으며, 시연도 하지 않은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그 성능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2조5000억원으로 5년 내 이들 무기를 전부 전력화한다는 건 매우 불확실한 도박이다. 이 정도 자금을 쏟아 붓고도 전력화에 실패할 수 있는 위험요인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사업비가 폭증하고 사업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만일 기간에 쫓겨 부실하게 개발한다면 유사시에 이들 무기는 효과적으로 북한을 제압하는 무기가 아니라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불꽃놀이에 불과할 것이다.

더 치명적인 점은 우리나라 공역에서 육군과 공군의 작전 영역이 중첩된다는 데 있다. 육군의 미사일전력과 포병화력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공군의 항공 전력의 작전영역을 침범하여 유사시에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2005년의 국방개혁 2020 수립 이전에 육군 군단의 작전범위는 가로 30km, 세로 70km다. 국방개혁 2020에서는 이것이 100km×150km로 확장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국방개혁 2030에서는 더 확장된 150km×250km로 작전지역이 설정되어 있다. 이렇게 육군이 종심을 깊게 타격하려면 신형 자주포와 다련장 등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포탄의 고도는 2만 피트에 육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재 우리 군의 공중 공역관리에서는 1만 피트 이상은 공군 영역, 1만 피트 이하는 육군 영역이다. 따라서 작전 영역에 대한 재조정하는 새로운 전장운영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육군의 화력을 증강하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이런 계획을 수립하면서 현 정부 초기에 합참은 “육군의 포병작전에 방해가 되니 공군은 비키라”며 제멋대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육군과 공군이 각기 전력에 대한 소요를 제기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되면 전시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육군이 작전을 주도하게 되면 아군기가 격추될 위험 때문에 매우 긴요한 항공작전이 마비된다. 또한 한 방향으로만 날아가는 미사일과 포탄은 되돌아오는 법이 없기 때문에 산 후면에 은폐되어 있거나 이동 중인 표적을 타격할 수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의 미사일 개발 수준으로 볼 때 공산오차가 수 미터 이내의 정밀타격이 지상 전력으로 가능한 지 매우 의문이다. 항공력에 의해 정밀폭탄이나 미사일로 타격이 요구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이 값비싼 미사일을 아무 곳에나 펑펑 터뜨리는 비효율적 작전으로 개전 초기에 작전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북한의 핵심목표는 이미 미사일이 닿을 수 없는 장소에 은폐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 북의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를 갖고 있다. 작전개념이 이런 식으로 간다면 공군 총장은 직을 걸고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이에 대해 육군도 반론이 있다.

항공기는 연간 140일에 달하는 악천후에서는 작전이 제한되지만 육군 화력은 비가 오고 벼락이 쳐도 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을 고려한다면 항공기도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다. 육군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비가 올 때 전쟁하면 된다. 그러나 수십억원짜리 미사일을, 그것도 성능이 의문시되는 불확실한 무기를 앞세우겠다는 것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공군의 전력증강에 자극을 받은 육군이 자신들이 작전을 하겠다고 나서며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을 차지하겠다는 또 하나의  육군 패권주의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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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