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수출과 자원외교, 두마리토끼 다 놓쳤다 편집장의 노트

 

D&D Focus 2009년 4월호


‘방산 성장동력화’와 ‘자원외교’ 말아먹은

‘잃어버린 9개월’ 신드롬



휴지조각이 된 국정과제


현 이명박 정권은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출범했습니다.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자원외교’를 표방했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여기에 집중하도록 진용도 갖췄습니다. 국방에서는 ‘방위산업의 성장동력화’하는 국정과제가 채택됐고 올해 방산수출 12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비전도 제시됐습니다.

‘자원외교’와 ‘방산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 다니는 동반자입니다. 자원부국에 우리의 우수한 무기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얘깁니다. 군사협력으로 자원외교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우리가 쓸 수 있는 비책 중에 비책이었던 거죠. 마침 작년에 그런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UAE, 콩고,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그런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느냐?

몽땅 실패했습니다. 그것도 잘 될 것 같던 프로젝트들이 하나도 성공 못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도 나빠져서 차후를 기약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한결같이 “협력 할 것은 안하면서 먹을 것만 찾아다니는 한국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지난해 연말에 이상희 국방장관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국방부는 '방산수출 촉진회의'를 운영하고 지역․국가별 맞춤형 수출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라고 보고하기에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것은 꿀 바른 듯 달콤한 말에 불과했습니다.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돌아갔거든요. 국방부와 외교부가 ‘삽질’만 했던 겁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그 속살을 한 번 헤집어 볼까요?



UAE 왕세제의 탄식

  

가진 것이라곤 돈 밖에 없는 UAE의 모하메드 왕세제는 올해 1월 22일, 자국을 방문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깜짝 놀랄 말을 합니다. 1월 23일 김 의장은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서 왕세제의 말을 전합니다. 다음은 편지의 일부입니다.

“왕세제는 금년 4월 무렵에 최종결정이 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금까지 9개월 동안 기다렸으나 한국 측에서 기술이전에 관해 아무런 제안이 없었다고 표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불과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기술이전에 관한 구체적 제안을 하지 않으면 고등훈련기 도입선은 이탈리아 쪽으로 결정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였습니다.”

이 9개월 동안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요? 이전의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운영하던 ‘T-50 수출 TF'도 해체하고 비슷한 기구도 운영한 적 없다지요? 수출업무를 몽땅 업체에 미뤄둔 채 열중쉬어 하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최근 KAI는 “수출실패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한다”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반성은커녕 “애초 이태리가 여러모로 유리한 프로젝트였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그럴 만도 하지요. 애초 4월에 결정하기로 한 고등훈련기 기종을 2월에 한국기업을 15개 초청한 방산 축제에서 뒤통수치듯이 발표 버린 UAE이니까요.


     

김창식 회장의 분노


남아공과 함께 콩고는 아프리카 최대 자원부국입니다. 우라늄, 티타늄, 다이아몬드와 같은 값비싼 자원이 지천이래요. 그런데 골머리를 앓는 것이 서방 언론이 콩고가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라고 연실 보도하는 겁니다. 그러니 외국 투자가 들어올 리가 없지요.

그래서 콩고의 조셉 카빌라 대통령과 에로디아 부통령은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번듯한 군대가 있어야 내전이 있다는 외부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있다는 겁니다. ‘콩고식 자주국방 계획’을 세우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2007년입니다.

이 무렵 김종천 국방차관과 전직 예비역 장성들이 콩고를 방문했답니다. 그리고 콩고의 육․해․공군이 갖출 기본병기 소요를 제출하면서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군요. 이에 기대를 갖고 있던 에로디아 부통령은 한국이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이 원하는 현물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통령이 한국의 답변을 기다렸는데 9개월째 소식이 없었데요. 그러자 콩고는 협력이 안 되는 줄 알고 도입선을 중국으로 바꾸었다는 겁니다.

콩고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사회사업가 김창익 회장은 한국에 들어와 저희 D&D를 방문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한국은 기회를 중국과 일본에 빼앗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밝힌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콩고의 자주국방 사업에 연결이 된 계기는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감사의 표시로 미국정부가 알선한 결과라는 겁니다. 부시 대통령의 지시였대요. 그런데 정부의 무성의로 이 소중한 기회는 거의 날라 갔다고 무려 3시간이나 격한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다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경청할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이번호에 실린 김창익 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카자흐스탄의 비극


올 1월 초, 역삼동에 위치한 한 투자회사의 임원이 카자흐스탄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저를 만나 여러 가지 말을 하는 중에 “지난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다녀 간 이후 한국과 산업협력과 군사협력이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영 아니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 제가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한국은 자신들이 먹을 것만 찾지 카자흐스탄이 원하는 협력에는 관심이 없다. 이에 교민들이 나서서 현지 외교공관에 실상을 전달하며 하루빨리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해야 한다고 9개월째 말했는데 들은 척도 안한다고 하더라”고 말합니다.

그러더니 2월이 되자 한국이 카자흐스탄과 공동 추진해온 10억달러대의 브에노스키예 우라늄광산 프로젝트가 러시아 국영 기업이 가로채 가 사실상 무산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재계 거물들이 새로 가고 있지만 무너진 협력관계를 복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지난정부가 막대한 석유와 자원이 매장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공략하려고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하고 난 2004년, 청와대에 근무하던 대령이 또다시 이 지역을 방문합니다. 이 나라들이 국방력 강화에 아주 관심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에 함정과 같은 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느냐고 타진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군사협력 차 갔던 겁니다. 지금 그 육군 대령은 장성으로 야전부대에 가 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지난정부에서부터 잘 될 것 같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도 현지 공관이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아요. 국방부는 전혀 관심조차 없고요.



푸틴 대통령이 화가 난 까닭


지난해 4월 14일에 한․러 국방부 간에 국장급 방산협력 실무협상이 열렸는데요. 우리는 러시아 측에 3차 불곰사업에서 우리 측이 원하는 군사장비 목록을 러시아에 전달했습니다. 이 때 러시아에 전달된 군사장비 목록에는 러시아가 이전하기를 원하는 메티스-엠 대전차 미사일과 무레나 공기부양정을 빼고 민수용 장비인 Ka-32와 IL-103만 들어 있었대요. 이에 러시아는 “군사협력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한국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빠진 장비는 애초 우리가 들여오기로 했던 장비였거든요. 5월말에 러시아는 드미트리예프 군사기술협력청장 명의로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옵니다.

“한국이 군사 장비를 제외한 것은 작년 말 합의한 ‘기술협력과 완성장비의 균형추진’ 원칙을 정한 양해각서 합의로부터의 이탈이자 협정 위반”이라며 강력히 항의합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약속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이상희 장관은 전임 김장수 장관이 국가 간에 합의한 것을 깼습니다. 국방부가 러시아와의 체면 때문에 불요불급한 무기를 도입하면서까지 지난정부가 합의한 것을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이에 6월에 열린 외교안보정책 실무조정협의에서 외교부는 국방부를 만류하며 러시아 요구를 들어주자고 했습니다. 외교부는 불곰사업에서 국방부가 협조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경협은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상희 국방장관은 이를 거부했어요. 자원외교와 수출촉진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이상희 장관이 말입니다. 불곰사업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사업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즉각 한국에 대한 보복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8월, 러시아는 이명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7월의 G8 회의에서 직접 부탁한 바 있는 서캄차카 해상광구 개발권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이 광구는 37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참여하는 유전개발 중 최대 규모입니다. 그 이후에도 시베리아 개발, 사할린 천연가스 도입과 같이 현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한 대 러시아 경제협력과 자원외교는 한건도 성사되지 못합니다. 단 한건도!


 

국방과 외교, ‘삽질’ 동시상영


모두가 이명박 정부 출범한 이후 9개월가량 지켜본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3개 대륙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민간 기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번갈아가며 삽질하는 내막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에서 들여오는 무기만 다룰 줄 알지 우리 무기를 해외에 파는 마케팅은 젬뱅입니다. ‘갑’의 위치만 고수하지 ‘을’의 입장이 되지는 못하는 겁니다.

해외 공관도 문제입니다. 교민들이 문제점을 제기해도 진지하게 듣지를 않고 “이 사람 사기꾼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만 보냅니다. 원래 사기꾼들은 해외 공관 주변에 많이 모인다나요. 그래서 더 자세한 실상을 확인하려 들지 않습니다. 결국 보신주의로 가는 거죠.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가는 많은데 기업가정신은 없고 공무원은 많은데 서비스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둘 다 무책임합니다. 우리 선배들은 과거 6, 70년대 열사의 사막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기업과 공무원들은 배부른 소리만 합니다. 그리고 책임 안지겠다는 겁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식으로 해외에 나가니 손가락질 받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갑’으로만 행세하려는 못된 버릇이 생긴 걸까요?

기업가 정신이 없고, 서비스 정신이 없는데 이 둘을 합쳐 놓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백전백패입니다. 언젠가 국회에서 조성태 의원이 이런 말을 국방부에 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 무관은 수출 많이 한 놈 순서로 진급시켜라” 이 말이 그럴 듯 했는지 그 당시 국방부는 진짜 수출 많이 한 국가의 무관을 진급시켰대요.

대한민국 선진화?

아직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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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