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야 밥차 왔다", 천수만 김신환 동물병원장 윤순영의 시선

 7년째 흑두루미 먹이 공급, 가축진료 나갈 때마다 천수만 꼭 들려 살펴

순천시보다 늦은 서산시 먹이 기부, 지역경제 위해서라도 철새 보호 나서야

 

크기변환_HR1F9654.JPG » 먹이 나눔을 하고 있는 김신환 원장. 뒤편으로 흑두루미 무리가 보인다.

지난 17일부터 23일 동안 천수만을 다녀왔다.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 큰고니, 황새,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다양한 새들이 장관을 연출하며 월동채비에 한창이었다.

크기변환_DSC_0225.jpg » 천수만 간월호. 새들의 잠자리가 있는 곳이다.

크기변환_DSC_7911.jpg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노랑부리저어새.

크기변환_DSC_6530.jpg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흑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3047.jpg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큰고니. 갈색 깃털은 어린 큰고니이다.

그곳에서 천수만의 지킴이 김신환 동물병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2009년부터 천수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 80여 마리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천수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와 번식지로 북상하는 길에 천수만에 들르는 흑두루미의 먹이를 공급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의 꿈은 흑두루미가 천수만에서 마음껏 먹이를 먹는 것이다.그러나 먹이 공급은 쉽지 않았다. 사비를 털어 먹이를 구입하고 지인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난해에는 흑두루미가 늘고 있는 순천시에서 흑두루미 먹이로 벼 3.2t을 기부했다. 서산시에서 했어야 할 일이다. 서산버드랜드와 현대영농법인에서도 먹이를 기부했다.

크기변환_DSC_0276.jpg » 천수만 철새 먹이주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김신환 동물병원장. 자연을 닮았다.

크기변환_DSC_0255.jpg » 망원경으로 간월호를 살펴보는 김신환 원장.

그제서야 뒤늦게 서산시는 흑두루미 먹이를 공급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나 서산시가 얼마 만큼 흑두루미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느냐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두루미의 땅이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일본으로 떠났다. 최근 흑두루미가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김 원장 같은 이의 노력 덕분이다.

흑두루미는 현재 순천만에 1200여 마리, 천수만에 700여 마리가 월동중이다. 북상 길에 천수만을 거쳐가는 개체 수는 무려 9000여 마리에 이른다.

6개월 동안 흑두루미에 필요한 먹이는 30t이다. 물론 환경에 따라 이 양은 늘거나 줄 수 있다. 흑두루미가 지난날의 월동지로 돌아오느냐는 풍부한 먹이에 달려 있다.

크기변환_L1010481.JPG » 일본 이즈미시 두루미 월동지. 양계장을 방불케 한다.

서산시도 자연자원의 소중함과 그것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일본 이즈미시 두루미 월동지엔 해마다 국내외 관광객 60만 명이 다녀가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다.

김 원장은 천수만을 하루에 한 번씩 꼭 둘러본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차량은 모든 것이 완비되어 있는 동물병원이다. 지역 가축 진료 출장을 다녀 올 때면 일부러 천수만을 거쳐서 간다.

크기변환_DSC_2775.jpg » 간월호 모래톱 잠자리로 날아드는 흑두루미 무리.

크기변환_DSC_2798.jpg » 잠자리에 내려앉은 흑두루미 무리들.

김 원장은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억양을 높이며 서산시가 나서 흑두루미 보호대책을 세울 것을 강조한다. 천수만 수위를 조절해 흑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조류들의 잠자리를 조성해야 하는데 이는 농어촌공사 천수만 사업단을 움직여야 한다.

농어촌 공사는 갈수기 때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며 이런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 필자 생각은, 수량조절이 문제라면 현재 잠자리인 제3탐조대 와룡천과 맞닿는 간월호에 모래톱을 쌓아 잠자리를 조성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크기변환_DSC_7871.jpg » 휴식 중인 노랑부리저어새.

크기변환_SY3_2777.jpg » 잠에서 깨어난 흑두루미. 평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크기변환_DSC_0028.jpg » 한가로운 큰고니 가족.

잠자리 조성과 함께 밀렵 대책도 큰 문제다. 요즘 천수만 새들은 차량만 보면 먼 거리에서도 기겁하고 도망친다. 혹시 차에서 총을 쏘는 밀렵, 이른바 차치기를 당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누군지 알면서 말 못하는 지역사회의 토착비리, 허가 낸 밀렵, 위해조수 구제를 명분으로 지역을 벗어나 위법을 하고 주민들을 속이는 기막힌 수법, 밀렵감시를 핑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수를 치는 일, 흑두루미 보호 안내판에 총질 자국을 남기거나 안내판을 부수고 보호에 필요한 시설물을 뜯어가는 일 등등…. 할 말은 많지만 선뜻 꺼내기 힘든 안타까운 사연이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 원장은 2009년부터 천수만에서 가창오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차량을 보고도 편안히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천수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생태환경 전문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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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입니다. 어린 시절 한강하구와 홍도 평에서 뛰놀며 자연을 벗 삼아 자랐습니다. 보고 느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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