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를 단련시키는 앞 뒤 울력 수련,지금 여기서

수련, 지금 여기서(13)/울력자세
 
 무예에 처음 입문한 사람에게 고정된 하체 자세를 인식시키는 훈련은 필수적이다. 상체의 움직임은 이미 하체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된 다음에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자세를 다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초자세를 어떻게 구성하고 훈련하는지를 살펴보면 한 문파가 지향하는 바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자세 훈련에는 통과의례의 기능도 일부분 포함되어 있다. 고통과 지루함을 견디도록 하면서 배움의 의지를 확인해보는 것인데, 이 부분이 잘못 확대되다보면 경쟁적으로 낮게, 오래 버티는 것만을 능사로 여기면서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자세만을 위한 자세’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것은 수련자가 지혜롭게 헤쳐나갈 부분이다. 


 여러 무술 자세 중에서도 가장 적용범위가 넓은 앞울력과 뒷울력을 배워보자.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이 자세는 대부분의 무술에 존재하며 춤이나 스포츠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사실 사람의 두 다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형태가 크게 다를 수도 없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내밀한 속힘을 어떻게 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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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앞걸음세-앞울력: 앞으로 걸어가다가 멈추어 선 다음 체중을 앞발로 옮기면 자연히 뒷발 뒤꿈치가 들리게 된다. 이 때 뒷발이 힘없이 들뜨지 않도록 발뿌리(앞축)로 지면을 내리꽂는다. 이 자세를 ‘앞걸음세’라고 한다. 쟁기처럼 꽂힌 뒷발의 발뿌리 중에서도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을 따로 일컬어 ‘발눈’이라고 하는데, 그 한 점에 의식과 힘을 집중하도록 한다. 앞걸음세에서 무릎을 굽히면서 자세를 낮추면 ‘앞울력’이 되는데, 여기서 울력이란 힘을 집중시킨다는 의미로 운력(運力)의 발음이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앞울력으로 자세를 낮출 때에는 서 있을 때 보다 앞뒤 보폭을 넓히고 앞발을 살짝 안짱으로 닫아주면서 안정감을 확보한다. 뒷발 뒤꿈치는 바짝 들어올려 발바닥이 지면과 수직에 가까워지도록 만든다. 울력이 되었을 때 한층 더 발눈에 의식을 집중하여 엄지발가락 선상에 힘이 모이도록 할 필요가 있는데, 뒷발이 바깥쪽으로 기울어져서 넷째발가락 쪽으로 지탱하게 되면 단단하게 힘을 받쳐줄 수가 없다. 고정자세에서는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으나 무릎을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해보면 발눈의 중요성을 금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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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뒷걸음세-뒷울력: 뒤로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뒷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앞발의 발뿌리만 땅에 접촉시킨 자세를 ‘뒷걸음세’라 한다. 그 상태에서 오금질을 하면 ‘뒷울력’이 된다. 앞울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발뿌리 전체가 고르게 지면에 닿되 발눈 한 점에 집중한다. 앞발에는 체중이 거의 실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식적으로 얹어놓는 것이 아니라 발뿌리를 통해 땅 속으로 기운을 뻗치고 있어야 한다.


 앞걸음세와 뒷걸음세 모두 오금질은 두 방향으로 행할 수 있다. 서 있다가 무릎을 구부리면서 힘을 응축하는 ‘울력’과 구부렸던 무릎을 펴면서 땅을 밀쳐내듯 일어서는 ‘뻗대기’로 나누어진다. 여러 손동작을 접목시키면서 울력과 뻗대기를 반복하는 것이 이번 자세훈련의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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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울력(무릎을 구부림)에서 얼마만큼 자세를 낮추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있다. 먼저 앞걸음세 자세를 취한 다음 손아귀를 앞다리의 무릎 뒤편에 끼우고 뒷허벅지 하단부 근육을 가볍게 감싼다. 그 일대를 일컬어 ‘오금’이라고 한다. 무서울 때 오금 저린다고 하는 그곳이다. 오금에 손을 댄 채로 서서히 앞울력으로 자세를 낮추어 본다. 무릎이 구부러짐에 따라 뒤쪽 근육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오금의 긴장이 풀리면서 힘의 집중처가 허벅지 앞쪽 근육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그 느낌을 잘 기억하고 오금이 풀어지기 시작하는 경계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 오금의 탄탄함이 유지되는 구간에서는 지면으로부터의 반발력을 상체로 전달하는 움직임을 예고하고 있지만, 경계선 아래로의 과도한 무릎 굴신은 움직임 보다는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힘을 요청하게 되며 이 때부터는 내적으로 완전히 다른 운동이 되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최소한의 움직임인 오금질을 통해 바른 힘쓰기를 경험한 다음 정적인 버티기 수련으로 넘어가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고 하겠다.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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