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통방통 육아 도우미 ‘노래’ 양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f02c6881b3a29a8a61266f9f8aa0d1ee. »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집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노래부르는 민지. 노래부르다 말고 엄마에게 브이자를 그리며 웃고 있다. photo by 양선아



노래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노래는 재미없는 것도 재밌게 만들고, 힘든 일도 잊게 만든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합창부와 독창부를 오가며 노래를 불렀다. 나의 독창곡은 ‘갈매기’라는 곡이었는데 30대 중반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때 그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나도 나도 날고파~ 갈매기처럼~ 꿈나라를 찾아서 날고 싶어요~’라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때 그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는 물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동요, 대중가요, 팝송 가리지 않고 노래라면 좋아했다.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서 노래했고, 외롭고 슬프면 슬픈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혼자 집에 있으면 노래 테이프를 틀어놓고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불렀고,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도 틀어놓고 지그시 눈을 감고 감상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잘 외워지지 않는 국사나 세계사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외웠는가 하면, 대학시절엔 일주일에 두세번은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춤과 노래를 즐겼다. 직장에 들어와서는 직장 동료들 또는 취재원과 함께 가끔은 혼자 노래방에 가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노래는 나의 친구이자 나의 위로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니 노래는 내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와 나를 연결해주는 ‘끈’이자 신통방통한 ‘육아 도우미’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4살 민지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노래 하나씩을 배워온다. 동요를 제법 아는 나도 이제는 모르는 동요가 많아졌다. 민지는 동요를 새로 배울 때마다 집에 와서 “엄마~이거 알아?”라며 묻는다. “글쎄~한번 불러봐~ 엄마가 모르는 노래면 민지한테 배워야겠다~.〃라고 하면 민지는 신이 나서 엄마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조그만 손을 요리조리 움직이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기만 하다. 정말 자식 키우는 백미는 이렇게 부모 앞에서 앙증맞은 모습으로 노래를 부를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렇게 민지에게 배운 노래는 아이와 나의 관계에 있어 그야말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아이가 화가 났다든가 짜증을 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민지야. 민지야. 아까 그 노래 어떻게 한다고 했지? 엄마가 까먹었어. 엄마는 왜 이러니~ 엄마 그 노래 부르고 싶은데...”라고 말하며 (알면서도) 엉망진창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민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아니지~ 엄마~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라고 말하며 제대로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화가 나고 짜증났던 상황을 잊어버리고 민지와 나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태어난 지 9개월 밖에 안된 민규는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신이 나 짝짜꿍을 하거나 한 손바닥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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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민지가 부르는 노래로 배꼽이 빠질만큼 웃기도 한다. 그렇게 웃다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얼마 전 민지가 어린이집에서 솜사탕이라는 노래를 배워왔다. 그런데 가사가 좀 이상하다. 민지가 어떻게 부르는지 한번 들어보시라.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안면근육 떨림 현상까지 왔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든 솜사탕~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갈 때 먹어본 솜사탕~ 후후 불면은 콧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



아직 솜사탕 구경을 한 번도 안해본 민지가 후후 불면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니라 콧구멍이 뚫린다고 생각했나 보다. 후후 불면 구멍이 뚫리는 솜사탕이라고 가르쳐줘도 민지는 막무가내로 우긴다. 콧구멍이라고. 이 광경을 지켜본 남편은 너무 재밌어하며 콧구멍이 아니라 똥구멍을 넣어 노래를 불러보라며 민지를 부추긴다. 그렇게 ‘구멍’이라는 가사에  ‘콧구멍, 똥구멍, 입구멍, 땀구멍, 쥐구멍, 단추구멍’ 등 각종 구멍들을 넣어 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낄낄댄다. 그렇게 함께 웃으며 낄낄대며 우리 가족은 행복을 느낀다.     

  

노래는 또 훌륭한 육아 도우미 역할을 한다. 이틀에 한번 하는 목욕 시간 중 최대의 난코스는 머리 감는 시간. 아주 어렸을 땐 안아서 머리를 감겼지만 몸무게가 제법 나가는 요즘은 샴푸 의자에 눕혀 머리를 감는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눈 부근에 물이 튀면 “엄마~ 엄마~ 물이 눈에 들어갈 것 같아~.”라고 민지는 울어댄다. 이럴 때 나의 육아 도우미 노래는 또 한번 등장한다.

 

“민지야~ 우리 꼬부랑 할머니 노래 불러볼까?” 민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라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나는 내겐 거의 없는 예능 감각을 살려 소프라노 성악가 톤으로 ‘꼬부랑~~~~~~~~ 꼬부랑~~~~~~~~~~~~ 아하하하하하~~~’하며 괴성을 지르며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민지는 웃음보를 터뜨린다. 그렇게 꼬부랑 고갯길을 몇 번 넘어가다보면 머리는 다 감겨있고 민지는 웃으면서 일어난다.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친숙함도 노래를 통해 만들어주고 있다. 영어 공부를 일찍부터 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민지와 함께 영어 동요를 부르다보니 민지는 영어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영국의 구전 동요인 ‘마더 구즈’(mother goose)’ 시디를 민지가 어렸을 때부터 들려줬었는데, 책을 보면서 노래를 함께 불렀더니 굳이 설명 해주지 않아도 민지가 노래 내용을 대충 이해한다. ‘Ba ba black sheep’이나 ‘Humpty dumpty’ ‘twinkle twinkle little star’ 같은 노래는 제법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시디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 노래에 해당하는 책을 찾는 놀이도 하고,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렇게 영어에 익숙해져 있으니 어린이집에서 하는 영어 시간에도 민지가 즐겁게 참여하나 보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어머님~ 민지 집에서 영어 시디 많이 들려주시나봐요~ 영어 시간에 민지가 집중도가 높고 잘 따라해서 영어 선생님께서 민지 칭찬 많이 하거든요~”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한글뿐 아니라 영어도 노래를 부르며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휘가 확장된 것 같다. 영어 공부 특별히 시킬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함께 영어 동요를 신나게 부르며 시작해보면 어떨까.

  

최근 텔레비전에서는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드라마는 안봐도 이 두 프로그램은 꼭 챙겨본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인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일희일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예쁘다가도 아이가 날 미치게 만드는 것 같고 아이를 놔두고 그냥 어디론가 혼자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아이랑 옥신각신하고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꾸 앙앙거릴 때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신나는 노래로. 가사를 약간 재밌게 고치거나 아니면 아이와 나의 상황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다 보면 육아 스트레스는 반감되고, 아이와 함께 웃고 있을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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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알듯말듯한 육아에 대해 함께 알아가고 고민합니다. 불안한 육아가 아닌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