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행동 전조 북의 전자 공격! 임박한 위기! 남북군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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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지기 정확히 석 달 전인 2010년 8월 23일.

저녁 5시 30분에 군산지방해양항만청 위성항법중앙사무소에 “위성항법(GPS) 시스템에 심각한 혼란이 있다”는 알람 경고가 접수되었다. 홍도에 있는 위성항법감시국으로부터 올라온 보고였다. 이에 놀란 군산의 위성항법사무소는 즉시 전국으로 조사를 확대하여 말도, 어청도, 소흑산도의 기지국에서도 GPS 수신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국토해양부에 보고한다. 비슷한 시각에 국토해양부에는 대한항공, 인천시, 해군 2함대사령부, 방송통신위원회 비상계획담당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천국제공항 항공교통관제센타, 국토해양부 항행시설과로부터 GPS 장애가 보고되었다. 이로 인해 인천공항의 안전문제가 대두되었고, KT 이동통신 기지국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일부 피해가 발생했다. 

시설과 장비의 고장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가 서해에 집중적으로 전파교란(jaming)을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특히 안흥, 어청도, 홍도 기준국과 감시국에서 강력한 영향을 받은 데 비해 말도 감시국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보아 서해 일원에 대한 지역적 혼란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당시 해군 2함대사령부는 피해가 파악되지 않았고 신고도 제일 늦었다. 민간 쪽 혼란에 비해 군의 대응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해군에 특별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군은 GPS 항법 교란에 대해 원인과 대응방법을 별도로 갖추지 않은 채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 달 후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포격 사건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의 포격 원점을 찾지도 못했고 대응도 늦었다. 사건 전날부터 합참 정보본부가 “교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고를 할 정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막상 포격이 시작되자 우리의 정보자산들은 북한의 해안포들이 정확하게 어디서 사격이 시작되었는지 그 표적을 제공하지 못했다. 지휘통제 시스템(C4I)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연평도 해병부대가 운용하는 C4I 시스템들은 평시에나 쓸 수 있는 것이었지 교전 시에 사용할 만 한 것이 아니었다.

석 달의 간격으로 이어진 두 사건에는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을까?

우리 군의 통신과 화력체계는 전적으로 위성항법, 즉 GPS에 의존하고 있다. 통신체계의 경우 교환기와 전송장비에 영향을 준다. 또한 군의 기동장비와 전투기, 함정 역시 GPS에 의존하는 체계이다. 그러나 GPS 교란이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분야는 화력 체계이다. 표적 획득과 사격통제가 GPS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군의 GPS는 미군이 사용하는 군용 GPS가 아니라 성능이 낮은 민간 상용 GPS다. 게다가 합참 차원의 전구 단위의 전자전 전담 부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각 군의 작전사급 단위에서도 전자전을 수행하는 전담인력과 부서 같은 것도 없다. 오직 개별 전술단위에서 자신의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전자전 장비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군은 북이 GPS 방해전파를 발사해도 방해전파 발신의 위치를 추적하지도 못한다. 삼각 측량으로 전파 발신의 위치를 추적하는 손쉬운 방법과 저렴한 장비들이 있지만 군은 이런 문제에 신경도 쓰지 않았고 대비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연평해전이 끝나고 육군 포병학교에서 군용 GPS를 도입한 의사위성 시스템을 갖추자고 건의해도 합참은 “필요 없다”며 이를 무시했다. 조 단위의 첨단무기를 사는데 몰입하여 정작 야전 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필수장비마저 삭감했고, “미국이 지원해 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전자전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았다. 합참의 고위 장성들도 전자전이 뭔지, 주파수가 어떤 것인지, 재밍이라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뭔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군의 현대화 된 장비에 상당한 압박감을 갖고 있다. 남측의 전력을 효과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는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연평도와 같은 교전사건에서 북한은 함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그러한 마비 수단이 바로 전자전이고, 그 주된 표적은 민간 항공기나 선박이 아닌 군이 보유한 장비다. 8월에 북의 전자파 공격은 북한이 원하지 않게 민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실험이었다. 8월의 전파 공격의 경험을 통해 남측의 어떤 분야가 영향을 받는지 정확하게 체크하려고 했던 것이고, 11월에는 실제 교전이 일어났다. 이 당시 북한의 관심은 “과연 교전이 일어나면 남측은 어떤 무기체계를 동원할 것인가?”였다. 전투기, 미사일, 함정을 동원하면 이를 마비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2006년 레바논에 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군을 인터넷 해킹과 전자전으로만 완전히 궤멸시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초에 공중작전으로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당시 이스라엘 군에 대해 이스라엘 방위군 산하 정보부 지휘관인 우디 샤니 소장은 “적을 원시인으로 깔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34일 간의 포화가 멈췄을 때 이스라엘 군은 전사자 120여명, 부상자 500여 명의 피해를 입었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도시에 쏜 로켓에 사망자 43명, 부상자가 4,262명에 달했다. 반면 헤즈볼라는 1백만 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성스러운 전략적 승리”를 환호하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 당시 헤즈볼라의 전자전 기술은 주로 이란이 지원했는데, 그 이란과 기술을 교류한 당사자가 다름 아닌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4월 23일에 남측에 대해 ‘특별 행동’을 선언했다. 그러고 나서 5일 만인 4월 28일에 2010년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파 방해를 시작한다. 이번에도 역시 남측의 어느 곳이 영향이 있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실험 목적으로 보여 진다. 이는 북한의 ‘다음 행동’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일단 연평도 부근에서 우리 군의 포 사격훈련이 진행된다든지, 아니면 이와 유사한 우리 측의 군사 움직임이 감지되면 북한은 즉각 준비된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매우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연평도 직전의 전자파 교란과 2011년 3월의 2차 교란, 그리고 3차 교란을 겪고도 합참의 인식은 요지부동이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전 부대의 수차례 건의에도 불구하고 합참은 오로지 조 단위 미국 무기구매에만 관심 있고 아무런 대비도 하고 있지 않다. 그 강심장에 거듭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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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 한겨레 군사사이트 <디펜스21> 전문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