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걷기는 손 끝 스윙으로 안광욱의 건강 걷기

평지 걷기 3편-팔 흔들기 (상)

  

팔의 움직임은 필자가 걷기 지도를 할 때 마무리 단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외적으로는 품격 있는 걷기의 자태를 완성하고 내적으로는 걷기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바로 상지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팔의 스윙 형태가 걷기에서는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발과 다리가 아무리 보행동작을 완벽히 구사한다 해도 하지의 움직임에 맞춰 상지의 움직임이 조화롭게 일어나지 않으면 걷기의 효율이 떨어지고 효과가 반감되고 만다. 다리의 수고를 덜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보폭과 보행속도를 조절하는 일, 걸을 때 몸의 전후좌우 움직임을 최소화시켜 흔들림 없이 안정되게 몸을 앞을 나아가게 하는 것이 팔이 하는 일이다. 속보 시에 뒤꿈치 충격을 감쇄시키는 것도 팔의 역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팔 흔들기는 어깨와 팔의 근육과 관절기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 및 개선시키며 상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적 측면에서도 상지의 적절한 움직임이 동반된 걷기 자세가 다리 위주의 걷기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우며 아름답다. 양발의 보폭과 양팔의 스윙 각의 조화, 보행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팔다리의 움직임과 이동 속도가 서로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걷기는 생활동작이 아닌 예술적 행위로 승화 된다. ‘여러분이 길을 걸을 때 자신의 걸음을 바라보는 이성의 눈길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공간의 이동은 성공했으나 참다운 걷기에는 실패한 것이다.’는 대중강연 중 필자가 자주하는 말이다. 공간의 이동, 전인적 치유는 물론 아름다움의 표현도 걷기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고 아름다운 이성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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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과 다리가 그렇듯 상지 또한 결코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흔들어지지 않는다. 개인에 따라서는 하지 움직임 교정보다 상지의 스윙 교정이 더 힘들 수도 있다. 보행 교정을 시작하면서 걷기쯤이야 금방 배우지 않겠냐며 몇 달이나 걸릴 것이 있나요?’했던 수강생들이 만만히 보다가 큰 코 다쳤네요.’하는 지점이 바로 팔 흔들기 단계이다. 여기서 깊은 슬럼프에 빠지는 회원들을 심심치 않게 보는데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팔을 포기하는 것은 걷기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반을, 걷기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팔을 제대로 흔들 준비가 되었는지 어깨와 팔의 기능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본 뒤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팔 스윙 방법의 장단점, 올바른 걷기 시 팔의 역할과 그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완벽한 스윙을 위한 상지 기능 테스트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상지 스윙을 위해서는 세 가지의 기본 조건이 있다.

 

첫째, 어깨관절의 신전 능력이 충분해야 한다. 어깨 관절의 신전각의 최대범위는 45~50°.

둘째, 어깨관절의 가동(움직임)방향이 정상이어야 한다. 어깨관절의 변형이 없어야만 정확히 앞뒤로 팔이 몸통을 스치는 스윙이 가능하다.

셋째, 어깨 뿐 아니라 상지 전체의 근육과 관절에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팔의 관절과 근육에 유연성이 없으면 뒤쪽으로의 최대 스윙 시 팔꿈치 관절이 곧게 펴지지 않으며 팔뚝(하완)이 내회전한다.

 

보행 시 팔을 흔들 때에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여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한다. 어깨관절의 신전 각이 크면 클수록 보폭과 보행속도의 조절과 상지관절 견인에 유리하다. 체간을 스치는 스윙 동작은 상체의 안정화와 상지 원심력의 극대화를 위해 요구되는 능력이다. 하지와의 조화 그리고 근육과 혈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대 신전 시 팔꿈치 관절이 굴곡되지 않는 완전한 신전이 필요하다. 혹 까다로운 조건들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깨와 팔에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쉽게 되는 동작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올바른 상지 스윙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각 보행단계에 따라 상지 움직임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테스트에 합격한다면 걷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것이라 보면 된다. 독자들의 팔과 어깨가 필자가 제시한 기본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매우 간단한 테스트 방법을 소개한다.

      

최적의 스윙을 위한 상지 관절 기능 테스트

1. 팔꿈치를 굴곡한 상태에서 양손을 몸 뒤로 가져가 깍지를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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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깍지 낀 양손의 손목을 서로 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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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부러져 있는 양팔의 팔꿈치를 완전히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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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손을 엉덩이로부터 20cm이상 위로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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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팔 그리고 손목관절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1, 2, 3, 4번의 동작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성인 10명 중 2~3명은 이 테스트에서 불합격한다. 물론 어깨와 상지 전체에 전혀 문제가 없으나 비만 또는 근육운동으로 겨드랑이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해서 테스트동작이 어려운 경우는 예외다. 불합격의 주요 원인은 관절의 조기 퇴화나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과 인대들의 긴장과 불균형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이 되는 원인은 척추와 어깨의 변형이다. 등과 어깨가 굽는 흉추 후만(Kyphosis)과 라운드 숄더(Round Shoulders)가 발생하면 어깨관절의 가동력과 가동 방향이 정상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관절의 기능도 저하된다. 그냥 방치할 경우 보행 시에 상하지 움직임의 부조화는 물론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손상 등 견관절 질환으로 진행 될 소지가 상당히 크다. 이 경우는 스윙을 방해하는 원인 개선과 함께 개인별로 맞춤형 스윙훈련이 요구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걷기 지도가 필요하다.

    

팔꿈치 스윙손 끝 스윙

단순한 일상 속 활동이었던 걷기가 시쳇말로 핫한건강 운동법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십여 년 전부터이다. 그때 두 가지 걷기법이 각종 방송 매체에 수시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나는 아프리카 부족인 마사이족의 걷기법을 본떴다는 마사이워킹’, 다른 하나는 파워워킹이다. 파워워킹에서는 보행 시 팔을 흔들 때 팔꿈치를 90°로 구부려 고정한 다음 앞뒤로 스윙을 한다. 어깨를 고정축으로 놓고 팔꿈치까지를 진자 길이로 하는 진자운동을 계속적으로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팔꿈치 스윙은 파워워킹의 핵심기술이다. 안광욱걷기에서는 이와 달리 손 끝 스윙을 강조한다. 이는 걸을 때 팔꿈치 관절에 힘을 빼고 팔 전체를 늘어트려 흔드는 방법으로 어깨로부터 손가락 끝까지가 진자길이가 되는 진자운동을 한다.

팔꿈치 스윙은 팔꿈치 관절을 의도적으로 굴곡해야 가능한 반면, 손 끝 스윙은 특정한 모양을 일부러 꾸며낼 필요가 없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팔과 손 모양을 그대로 이용한다. 팔꿈치 스윙법은 손 끝 스윙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팔 근육의 많은 수축과 긴장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체력이 소모된다. 팔 근육의 긴장은 근육의 연합반응에 의해 어깨와 목 근육까지 긴장시킬 소지가 크다. 그러나 손 끝 스윙은 팔에 힘을 빼야 가능한 스윙이므로 어깨와 팔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왜 파워워킹에서는 부자연스러운 팔꿈치 스윙을 강조하는 것일까? 팔꿈치 스윙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진자운동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있다. 팔꿈치를 굴곡하면 진자길이가 손끝 스윙 시 보다 60%정도나 짧아진다. 팔꿈치를 구부리는 순간 팔이 전체길이의 반 이상이 줄어드니 당연한 결과이다. 따라서 팔꿈치 스윙은 단축된 진자길이로 인해 손 끝 스윙 때 보다 훨씬 빨리 상지를 앞뒤로 왕복 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상지 진자 운동 속도가 빨라지면 그에 따라 하지의 보행 리듬도 더불어 빨라지므로 결국 파워워킹의 팔꿈치 스윙은 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걷기의 최고 속력을 겨루는 경보도 마찬가지다. 속보를 위해 특화된 걷기 기술이 전문 스포츠 영역을 넘어 일반인들의 건강 운동법으로 활용되는 이유는 속보의 이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보행 속도인 시속 4km에서는 분당 3.0kcal가 소모되는데, 시속 6km의 속보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4.5kcal가 소모된다. 이와 더불어 속보는 빠르게 하지 근력을 강화시키고 심폐 기능을 증진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속보는 보행능력의 퇴행으로 점점 느려져가는 우리에게 있어 꼭 갖춰야 할 보행능력이다.

 

하지만 속보가 곧 팔꿈치 스윙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직접 걸어보면 팔꿈치 스윙이 아닌 손 끝 스윙으로도 얼마든지 속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팔꿈치 스윙은 오로지 평지속보로 걸을 때에만 한정적으로 유용한 기술이다. 언덕이나 계단 등의 지형에서는 팔꿈치 스윙이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평지라 하더라도 빠른 걸음이 아니라 평보나 그보다 더 느린 완보에서 팔꿈치 스윙을 하면 상하지 리듬의 부조화 때문에 발을 딛을 때 마다 골반을 좌우로 심하게 흔들게 된다. 이것은 보행 시 팔은 물론 다리도 진자운동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올바른 걷기에서는 상하지가 각각의 고정축을 두고 진자 운동을 하면서도 이것이 몸통을 중심으로 균형 있게 대칭이 되는 모양이어야 한다. 하지에서는 고관절이 고정축이 되고 발까지가 진자길이가 되는데 팔꿈치를 구부리면 상지의 진자길이는 어깨부터 팔꿈치까지로 아주 짧아지게 된다. 이러한 진자 길이의 현격한 차이로 인한 리듬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골반이 좌우로 이동하며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팔꿈치 스윙은 불필요하게 목과 어깨의 긴장을 유발하고, 골반이 심하게 좌우로 흔들리면서 전진하는데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가 낭비되어 고비용 저효율의 걷기 형태가 되고 만다. 그 결과 걷는 중이나 걷고 난 후에 상쾌함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권태감과 피로가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팔꿈치 스윙은 팔을 자연스럽게 펴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건강 효과들을 차단시키는데 바로 어깨와 팔꿈치, 손목 관절의 견인 운동과 가동 훈련 기회의 상실이다. 상지 전체의 관절을 한꺼번에 치유할 기회를 날려 보내는 것이다. 더불어 팔꿈치를 굴곡하는 순간 하지에서 시작하여 몸통을 경유해 상지로 이어지는 전신 스트레칭 라인이 단절되는 문제도 있다. 걷기로 전신을 스트레칭 할 기회도, 상지혈관 전체의 탄력운동에 의해 활성화될 팔 전체의 혈액순환 기회도 동시에 잃게 된다. 그러므로 팔꿈치 스윙은 단위 시간당 칼로리 소모를 극대화하여 체중을 감량하고자 하거나 평지를 아주 빠르게 걸어서 이동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손색이 없지만 올바른 걷기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인간은 걷기와 달리기 시에 팔꿈치와 무릎관절이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보기에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동 효율도 극대화되도록 설계되었다. 이 때문에 달릴 때는 자동적으로 무릎의 굴곡 각이 증가하면서 의도하지 않아도 그에 걸맞은 팔꿈치 스윙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무릎을 쭉쭉 펴면서 걸을 때는 그와 유사한 상지 움직임인 손끝 스윙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인체는 스스로 최적의 효율을 위해 무릎 관절각의 변화에 맞게 팔꿈치 관절을 변화시킨다. 이 변화는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일상적인 평속 보행에서 달리기에나 필요한 팔꿈치 스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 동작인지는, 오히려 역으로 무릎을 많이 굴곡하는 달리기 동작에 팔꿈치를 편 손 끝 스윙을 해보면 바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팔꿈치 스윙은 달리기에, 손 끝 스윙은 걷기에 하는 것이 맞다. 보행 속도와 보행 목적, 지형과는 전혀 관계없이 반사적으로 팔꿈치를 접어 걷는 무의식적 행동은 이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걷기 5 수정.jpg » 팔꿈치 스윙

 

걷기 6  수정.jpg » 손 끝 스윙

(평지 걷기-팔 흔들기 하편에 계속) 

 

글 사진/안광욱(안광욱 걷기 약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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