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적, ‘큰아들’ 남편 생생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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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다보면 남편이 큰아들 처럼 여져지곤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끔은 남편이 아이들보다 더 철없고, 아이들보다 더 유치하고 어리게 행동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공감한다. 나도 우리집 큰아들 때문에 머리 뚜껑 열리는 날이 드믈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예를 들어보자.

며칠 전부터 기침이 심해지는 남편 때문에 배즙을 데워 먹인다, 겨자 찜질을 해준다 신경쓰고

있는데 밤새 기침하느라 나까지 잠 못자게 한 남편이 늦잠에서 일어났길래 아침을 차려 주면서

‘반신욕하고 이불 뒤집어 쓰고 한숨 자라’고 일러준 후, 오늘 만큼은 담배도 피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를 했다. 그런데 남편은 먼저 밥을 먹고 일어난 후 아까부터 안아달라고 징징거리는

막내를 조금 보는 시늉을 하더니 내가 아직 아침을 다 먹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칭얼대는

아이를 그대로 두고 슬그머니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화장실에 가려는가 보다 하며 설마 설마 했는데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어찌나 화가 나는지 머리 뚜껑이 열릴뻔 했다.

감기 때문에 며칠씩 골골대며 기침하는 게 안쓰러워 이런 저런 민간요법을 해대느라 애쓰고 있는데

기침이 심하니까 하루만이라도 담배를 참아 보라는 마누라의 간곡한 염려와 부탁까지 무시하다니...

정 담배가 피고 싶어서 나가려면 적어도 내가 밥을 다 먹고 막내에게 갈 때까지 만이라도 아이를

봐줄 것이지, 뭐가 그리 급해서 징징거리는 어린 애를 혼자 두고 기어코 나가는가 말이다.

남편이 밥을 빨리 먹고 나와 교대를 해 주어야 그나마 식탁에 엉덩이 붙이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뻔히 알텐데도 모른척 나가버리다니, 아아... 정말 밉다.



학교에 들어간 후 조금씩 군것질 하는 기회가 늘어 식습관이 흐트러지는 큰 아이 때문에 고민 중인데

퇴근하는 남편 손에 던* 도너츠 셋트 상자가 들려 있을 때에도 화가 난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당장 저녁밥 먹고 있던 숟가락을 던져 버리고 아빠에게 달려든다.

남편이 그 도너츠를 좋아하는 건 안다. 그러면 자기 혼자 먹고 올 것이지, 왜 집으로 들고 오는지...

그놈의 도너츠가 다 없어질 때까지 두 아이들이 도너츠 때문에 싸우고, 밥도 잘 안 먹는다는 것 따위는

생각도 안하리라. 마누라는 아이에게 골고루 먹이려고 끼니 때마다 반찬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는데

아빠는 도너츠로 금방 점수 따고, 골고루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엄마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럴 땐 억울하고 화난다. 



일요일에 늦잠에서 일어나서 차려주는 밥은 마다하고 아이들 데리고 나 몰래 다른방에 들어가

생라면에 스프 뿌려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의 황당함이란...

낼 모래가 오십인 남자가 아직도 생라면에 열광한다. 다른 남편들도 그럴까?

몸이 으슬으슬 하다고 해서 ‘뭐 해줄까? 찌개 끓여 줄까?’'하면 ‘만·두·라·면’이란다.

남편의 라면 사랑은 세월이 가도 사그러들지가 않는다. 남편이 이렇게 나오면 두 아이들도

쾌재를 부르며 ‘나도 라면이요!!’ 외친다.

그나마 생각해서 유기농 매장에서 일부러 사온 우리밀 라면을 끓여주면 ‘삼* 라면’이나 ‘*라면’이

아니라고 뾰루퉁해진다. 딱 철없는 큰 아들이다.



주중에는 멀리 출장 다니느라 집을 비우는 남편이 주말이라야 아이들과 어울릴 시간이 있는데

매달리는 세 아이들은 몰라라 하고 저 혼자 벌렁 누워 낮잠을 잘 때는 정말 저 사람이 내 편인가

싶다. 내내 출장 다니느라 고단하고 피곤한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시간 동안 남편 없이

아이들 셋을 건사하며 지내야 하는 내 고단함도 만만치 않은데도 남편은 주말이면 꼭 낮잠을

자야 한다. 남편이 자는 동안 세  아이들 돌보는 일은 당연히 다 내 차지다.

버둥거리는 막내 잡고, 둘째가 가져오는 책 읽어주며 몸으로 치대는 첫째 상대하다 보면

자고 있는 남편 뒤통수에 베개라도 던지고 싶어 진다.

남편은 밤에 깨지 않고 자기라도 하지, 기저귀 갈고 젖 물리는 나는 밤에도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8년째 만성 수면 부족 상태인데도 매달리는 아이들 때문에 낮잠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다른 사람이 조금 더 힘든 걸 감수해서 한사람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게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나는 아이들이 어리고 손이 많이 갈 때는 자고 싶은 잠 포기하고

줄여서라도 부부가 같이 육아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남편이 낮잠을 자려는 눈치만 보이면 내 심사가 틀어진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이 일 때문에 제일 많이 싸운 것 같다. 그냥 내가 포기하면 되는데

내 몸이 너무 힘드니까 야속한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마트에 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하길래, 절대로 조른다고 해서 장난감 사주지 말라고 당부를 해도

돌아오는 아이 손에 새 장난감이 들려 있을 때도 참 밉다.

남편은 나보다 아이들에게 후하다. 그래서 큰 아이는 나를 제쳐두고 제 아빠에게 원하는 걸 부탁한다.

사주는 게 안사주는 것보다 쉬운 것 나도 안다. 이미 큰 아이는 넘치도록 장난감이 있다.

사방에서 물려주고, 선물받은 것으로도 방이 차고 넘치는데, 남편은 자꾸 자기가 어렸을 적에

장남감을 맘껏 가져보지 못했던 생각이 나서인지 큰 아이 부탁에 쉽게 흔들려 버린다.

물건은 넘쳐나는데 정리는 제대로 하지 않으니 어지러운 집을 치우는 것은 늘 내 몫이다.

으아... 정말 열 받는다.



남편에게 이런 얘기 하면 남편도 할 말이 있겠지. 내가 남편을 큰 아들로 여기면 남편도 나를

철없는 큰 딸 취급 한다. 그러면서 억울하단다. 자기 동료나 동창들을 보면 자기만큼 하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남편의 장점도 많다. 고맙게 여기는 것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나보다 침착하고

신중해서 아이들에게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참 고맙다. 그러나 사람이란 게 간사해서

잘 하는 건 당연하게 느껴지고 못하고 안되는 것만 크게 보인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백번을 양보해도 아이 셋 낳을 동안 끊지 못하고 있는 담배 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

연애할 땐 결혼하면 끊겠다던 담배였다.

아직까지 여덟살인 큰 아이와 네살인 둘째, 한살인 첫째까지 모두 같은 방에서 자는데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나머지 가족 모두에게 간접 흡연의 효과가 있다는 게 늘 맘에 걸린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한번 기침을 하면 오래 가는 것도 남편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래... 낮잠이건 생라면이건 도너츠건 다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담배는 안된다. 남편이 늘 끼고 자는 큰 아이 호흡기가 제일 약한 것도 남편의 담배

때문인 것 같다. 담배를 끊지 않는한 남편이 육아의 가장 큰 적이다.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촉구하느니, 남편이여... 이젠 담배를 끓어야 할 때가 왔다.

연애할 때 했던 약속, 이제는 지켜달라.



육아의 ‘적’에서 완전한 ‘아군’으로 돌아오라 남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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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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