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재도로의 역사와 도로로 인한 지리산국립공원의 변화 뭇생명의 삶터, 국립공원

2017년은 지리산국립공원이 50살 되는 해

성삼재도로의 역사와 도로로 인한 지리산국립공원의 변화

 

글과 사진_ 윤주옥 실행위원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2017년은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지리산엔 2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고, 그보다 수만 배의 시간 전부터 생명체가 살았을 것이니, 고작 50을 놓고 뭔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그럼에도 2017, 50 등의 숫자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뭘까?

이 글은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년을 앞두고, 지리산의 여러 모습들 중 2015년엔 성삼재도로를 다룰 예정이다. 글은 성삼재도로의 역사와 도로로 인한 지리산국립공원의 변화, 성삼재 주차장 꼭 필요한가?,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입장료 징수의 대안을 찾아서, 성삼재도로에 접한 마을이야기 등으로 나눠 연재한다.

 

노고단, 반야봉, 백무동 등 지리산 곳곳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삼한시대 때 수비 성터였던 성삼재는 성이 다른 세 명의 장수가 지켰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먼 과거의 어느 날부터 그냥 점으로 존재하던 성삼재가 길, 도로란 이름의 선이 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지리산의 목재를 빼내 가기 위해 성삼재에 길을 만들었다. 목재수탈용 길, 성삼재도로는 태생부터 지리산의 아픔을 전제로 한 도로였다. 그렇게 선이 된 성삼재길은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 토벌 명목의 군사작전도로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 보는 성삼재도로와는 다른 모습의 성삼재군사도로에는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을 따라 군용트럭이 오갔을 것이다.

성삼재도로가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은 1985IBRD 차관 등 68억 원 예산으로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반선을 잇는 8m, 포장도로를 건설하면서 부터다. 당시 정부는 성삼재도로 확포장 이유를 1988년 서울올림픽을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지리산을 편하게 관광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지방도 861호라고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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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에서 바라본 성삼재도로

 

성삼재도로가 포장되며 버스, 승용차가 성삼재까지 올라가게 되고,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산리, 백무동, 뱀사골, 화엄사 등을 지리산 산행의 시작점으로 택하지 않았다.

성삼재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약 50% 정도가 성삼재를 통해 지리산에 올랐고, 연간 40만대 이상의 차량이 성삼재를 이용하였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삼재도로가 포장되며 그 전과 비교하여 지리산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2배 이상 늘어났고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도 7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1년 성삼재엔 11,670규모의 주차장이 세워졌고, 7배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초토화된 노고단 정상부는 1991년부터 10년간 전면 통제되었다.

성삼재도로의 포장을 결정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을까? 성삼재도로 포장이 지리산국립공원 생태계와 이용 행태를 바꾸고, 1100m 성삼재가 도떼기시장으로 변할 것이란 사실을.

 

지리산국립공원 성수기라 하는 5, 7~8, 10월에 성삼재도로를 이용해 성삼재를 가본 사람이라면 성삼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으로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국립공원 안 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현실, 1100m 급경사를 오르는 차량들의 고개 운전, 잦은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타이어 타는 냄새 등 성삼재를 정점으로 그 주변은 아수라장이 된다.

성삼재도로를 이대로 놔두는 건 지리산에 사는 야생동식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좋지 못하다는 여러 생각은 성삼재도로의 이용 개선을 위한 활동으로 모아져 20069월 우원식 국회의원과의 공동 토론회, 200612월 지리산권 종교.시민단체 연석회의, 20073월 전문가 간담회, 20079월 지역주민 대화마당 등을 진행하였다. 이와 함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과 지리산생명연대는 ‘1년에 하루는 걸어서 성삼재까지!’란 타이틀로 성삼재도로 걷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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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진행된 걸어서 성삼재도로

 

성삼재도로 이용 개선을 위한 여러 단위의 노력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7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정령치 도로이용체계 개선계획 연구’(이하 성삼재도로연구)를 진행하였다. 드디어 뭔가 달라지나 싶었다. 그러나 성삼재 도로변에 사는 주민들과의 의견 교환, 조율, 공생 대안 논의 등을 충실히 진행하지 못한 성삼재도로연구는 뱀사골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성삼재도로연구는 성삼재 도로이용체계 개선의 선행 조건으로 지역주민과의 공감대 형성이란 선언적 문구만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아쉬움이 많은 연구였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다시 성삼재도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성삼재도로는 더 많은 차량이 더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기능밖에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7,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년이란 계기가 지리산국립공원과 성삼재도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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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안녕하세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윤주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