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놀이로 면역된 주사 공포 - 생생육아



e36921d89cc109034e392a35690f6ddc. » 독감 주사를 맞는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의사 선생님을 쳐다보며 울지 않는 아란이.






오늘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일을 해치웠다. 바로 온 가족 ‘독감 예방접종’ 하기!






매년 가을 이맘 때쯤 우리 가족이 빼먹지 않고 하는 일 중의 하나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어떤 이는 독감 예방주사의 부작용 등을 우려해 접종 자체를 기피하기도 하는데, 나와 나의 남편은 “아예 맞지 않는 것보다, 맞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방접종의 안전성은 이미 수십년 동안 검증(?)되었고, 지금껏 그것이 필수 예방접종이든 선택 예방접종이든 백신접종 정책을 통해 과거에 만연했던 각종 전염병의 발병을 현저히 낮추는데 일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충분히 계시리라 생각된다.)






사실 독감 접종은 보통 9월부터 시작한다. 올해는 독감 환자의 발생이 다른 해보다 빨라 8월 말부터 접종이 시작됐고, 신종플루까지 예방할 수 있는 접종약이 보급된 상태다. 보통 9월에 맞았는데, 올해 유독 늦어진 이유는 둘째 아이가 중이염 등으로 계속 병원을 오갔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달 28일 <삐뽀삐뽀119>의 지은이인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의 ‘소아 백신의 모든 것’ 강연을 들었다. 하 원장은 이 자리에서 “예방접종은 우리 아이의 건강과 우리 사회 전체의 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예방’의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한 지난 50여년 동안  수두가 사라지고, 디프테리아, 백일해 등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을 크게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 그런 면에서 예방접종은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로 봐야 한다고 하셨다.






백신 접종의 위험성 논쟁과 관련해서 하 원장은 “예방접종은 줄다리기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줄다리기를 할 때, 100명 중에서 5명이 줄을 당기지 않아도 줄이 당겨져 오듯, 100명 중에서 95명이 접종을 하면 나머지 5명은 접종을 안해도 예방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내가 안 맞아도 되지만, 그 지역과 사회에서 질병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것. 접종을 안해도 독감에 안걸린다는 의미 역시, “다른 사람이 맞았기에, 정작 본인은 맞지 않아도 독감이 예방이 되는, 즉 무임승차한 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여튼.. 그것은 둘째치고. 예방접종을 하는 동안 놀란 사실이 있다. 6살 수아는 물론 22개월 된 둘째딸 아란이 모두 둘다 울지 않고 잘 버텨냈다는 사실이다. 기특하다. 아이들이라면 주사를 맞는다고 하면, 겁을 먹고, 도망치거나 피하기 마련인데 우리 아이들은 “병원에 주사를 맞으러 간다”는 말에도 놀라거나 반항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주사를 맞으러 갈 때도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기에 나와 아이 아빠는 거짓말을 안 하는 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울지 않은 이유는 평소에 두 아이 모두 병원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주사맞는 흉내 등을 평소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사는 가장 어린 작은 딸부터 맞았다. 아이의 입에 작은 사탕을 물려주니, 주사를 놓기 위해 옷을 내려도, 주사기가 보여도 떨지 않는다. 오히려 사탕을 빨면서 의사 선생님을 빤히 쳐다본다. 바늘이 들어갔다. 약이 들어갔다... 이쯤되면 ‘으앙~’하고 울음보가 터졌을 터인데, 바늘이 빠지는 순간까지. ‘멀쩡~’ 오히려 의사 선생님이 놀라서 한마디 하신다. “기특하네... 울지도 않고.” 그러고 보니 아란이는 한달 전 A형간염과, 디피티 4차를 맞출 때도 첫번째 주사를 맞을 때는 안 울었지만, 두번째 주사를 맞을 때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어 큰딸을 의자에 앉혔다. ‘수아 주사 맞는 거 좋아!’라고 집에서 나올 때부터 연신 좋아했던 딸이 막상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니, 몸을 비틀며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큰딸에게 “아란이도 울지 않고 맞았는데 언니가 창피하게 그래서는 안되지!” 그 말을 듣자마자 태도가 바뀐다. 역시나, 아란이처럼 울지않고 씩씩하게 주사를 맞았다.






이어 나와 아이들 아빠. 그리고 잠깐 다니러 오신 친정엄마까지... 한달 남짓 미루고 미뤘던 독감 접종을 오늘 끝냈다. 마치 미루고 있던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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