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정보는 보호해야할 절대선 장수박사의 건강 삼위일체

장수박사의 건강삼위일체 12/유전의 절대선과 섭생


 한참 독서에 열을 올리던 젊은 시절, 김동인이 지은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M의 처절한 심정에 대해서 한편으로 조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꼈다. 바람둥이 주인공 M이 생식불능의 상태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부인에게서 태어난 자식을 자기 아들로 인정하려는 안간힘을 보면서, 생명체 유전의 신비함과 절대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더욱 요즈음 친자확인 소송이나 범인감정 등 법적 사건에 중요한 과학적 해결책으로 등장한 유전자지문을 이용한 감식법의 발달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자식이 반드시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고, 너와 나를 확연하게 구분짓는 유전의 본질은 무엇인가?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유전자의 발견
 
 유전은 생명현상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생명체는 영원한 삶을 이어 보려는 불멸성(不滅性)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면서, 자신과 동일한 개체를 보다 많이 배출하여, 세상을 점거하려는 번식과 독점욕을 방편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생명체의 특성이 바로 생명력이며, 그 바탕에는 바로 동일한 개체를 되풀이하여 재생해 낼 수 있는 유전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생명체가 자신과 닮은 모습의 자손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러한 명제는 근세까지도 오로지 절대창조주 또는 자연의 섭리에 의한 것이지 인간은 결코 알 수 없는 알아서도 안되는 비밀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을 지나면서, 물질의 구조가 밝혀지고, 생명현상에 대한 분자적 연구가 집중되면서, 유전의 본체인 유전자에 대한 연구도 가속되었다. 그러나 유전현상의 다양함 때문에 그 유전자도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 실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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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적 특성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표현한 사람은 멘델(Mendel)이다. 그는 수도원의 정원에 자라는 콩들을 대상으로 콩의 모양과 색깔이 대대로 변하는 과정을, 계대실험을 통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전형질의 일정한 규칙성을 발견하였다. 유전형질에는 우성과 열성이라는 개념이 있고, 그리고 모든 유전형질들이 한꺼번에 같이 묶여서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각 형질마다 독립적으로 별도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자식이 부모의 일부씩을 따로 닮지, 모든 것을 그대로 닮지는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 서술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이를 멘델의 유전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생명체의 다양한 유전 현상이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하여 임의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유전형질이 따로 존재하고, 이들이 독립적으로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이어져 간다는 명약관화한 사실이었지만 이를 과학적 개념으로 수리적으로 표현한 것은 학문적 큰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유전형질이 생식수단을 통하지 않고도 다른 개체로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은 1920년대를 지나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당시 가장 큰 의학적 문제는 폐염의 창궐이었고, 사망의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폐염을 일으키는 세균의 연구가 초미의 관심이었는데, 의사였던 아베리(Avery)박사는 폐염균에도 전염성 병독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확인하였고, 이러한 병독성을 옮겨줄 수있는 물질을 구명하여, 그것이 바로 DNA(deoxyribonucleic acid)라는 핵산임을 규명하였다. 생명체의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본질이 바로 DNA라는 최초의 증거였다. 그러나 이러한 DNA가 실제로 발견된 것은 훨씬 이전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스위스 튀빙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미셰르(Mischer)는 사람의 상처에서 생성되는 고름의 성분을 분석하다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였는데, 이 물질이 주로 세포의 핵 내에 존재한다하여 뉴클레인이라고 명명하였으나, 그는 이 물질의 기능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당시 크리미아전쟁이나, 보불전쟁 등으로 많은 창상환자가 생겼으나 소독요법이라든가, 항생제가 발달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고름에 대한 연구는 의학적 측면에서 상당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라인강 상류로 대량 올라오는 연어의 정낭에서도 고름에서 추출한 것과 동일한 뉴클레인이 대량 추출되었기 때문에, 그 물질의 특성과 기능에 대한 개념이 미궁에 빠졌다. 다만 수컷의 정낭에서 다량 존재한다는 점에서 생식과의 연관성이 거론되기 시작하였을 뿐이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단서가 엉뚱하게 고름이나, 병균으로부터 얻어졌고, 보다 구체적인 결과는 생선의 정소로부터 얻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학문연구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뉴클레인 물질의 구조를 분석해 본 결과 염기, 당, 인산이라는 세 가지 물질이 뉴클레오티드라는 한 단위를 만들어 이들이 수백만 개 계속 이어져 생성된 매우 간단한 구조의 중합체임이 확인되었다. 이중 염기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등의 4가지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생물의 종마다, 조직마다, 이러한 핵산의 양이 일정하고, 염기의 비도 일정함이 밝혀졌다. 따라서 처음 이러한 물질의 구조가 발견되었을 때, 그 단순성 때문에 이 물질이 사람의 복잡 다양한 생김새, 성향, 능력까지 결정할 수 있는 유전인자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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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가 유전자의 본질이라는 개념전환의 결정적인 계기는 왓슨(Waston)박사라는 천재의 등장이었다. 그는 19살에 대학을 졸업했고 22살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유럽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연구하다가 크릭(Crick)박사라는 물리학자를 만나 생명에 대한 토론과 연구를 거듭하던 중, 이웃 실험실에서 찍은 DNA X선 회절 사건을 보고 생명현상의 본질에 대한 기발한 착상이 떠오른 것이다. 생물학과 물리학이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허심탄회한 정보교환에서 천지를 개벽한 전연 새로운 개념이 태어난 것이다. 이들은 DNA가 2중나선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두 사슬 간에는 핵산의 염기들이 A는 T와, G는 C라는 주어진 짝과 결합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반드시 주어진 짝과 만나야 한다는 DNA의 구조적 특성은 자신과 동일한 개체를 복제 생산해 낼 수 있는 기능을 보장하는 완전조건이 되었으며, 생명의 생명다운 분명한 까닭이 되고, 당연한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생명논리가 다름아닌 너무도 간단하고 그리고 당연한 짝짓기 법칙 즉 분자의 지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대로의 짝이 이루어 졌을 때 수백만 DNA분자의 구조가 안정되고, 자자손손 이어져가는 생명의 신비가 견지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생명의 엄숙함마저 느끼게 한다. 수억년 지켜왔던 생명의 신비가 멋진 짝을 이룬 공동 연구진의 협력연구에 의하여 밝혀진 결과는 바로 올바른 짝짓기가 그 본질임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인생살이에서도 올바른 배필을 만나고, 올바른 친구를 만나는 것이 삶을 보람있게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 됨은 이미 DNA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명현상에 대한 과학적 발견은 우리 선조가 오래 전에 노래한 향가(鄕歌)중의 찬기파랑가(贊耆波浪歌)의 “열치매 달이 빛나는” 경지의 세상을 발견한 신선함이 아닐 수 없다.
 
 우연이냐 필연이냐
 
 생명현상을 관조하면서 생체의 어떠한 변화가 우연한 사건인지 아니면 어떠한 뜻에 따른 필연적 결과인지 판단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철학적 이해의 가장 큰 숙제이었다. 만일 생물의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요인이 DNA에 수록된 그대로의 정보라면, 자자손손이 이어지는 모든 현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활하고, 늙어가다가 죽는 생로병사의 과정이 모두 주어진 프로그램에 따른 숙명이라면 우리는 숨이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생명현상을 보면 반드시 획일적이지 않고 개체 별로 상당히 서로 다르다는 점에 의아해하면서도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각 개체가 살아가는 환경과의 관계에서 특정 유전자 발현의 시기와 양이 조절되고, 다른 유전자 발현과의 상호관계에서 기능이 조율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수록된 DNA정보에 어떠한 요인에 의하여서든지 이상이 생기면 생체 내 문제가 발생한다. DNA정보이상이란 바로 DNA구성 핵산염기를 변형하여 A가 T와, G가 C와 짝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돌연변이이다. 수많은 암이나 선천성 질환들이 사실은 특정유전자의 DNA에 돌연변이가 초래되어 발생된다는 것이 최근 상세하게 밝혀져 가고 있다. 짝짓기를 제대로 못하게 하면 바로 불치의 질병이 초래된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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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요인인 변이원성 물질들이 왜 하필 어떤 특정한 유전자에 손상을 초래하는가?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인 과정이 아닌 무작위적인 우연한 사건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연한 사건의 누적에 의한 확률적인 손상이 결국 필연적 결과를 초래하여 바로 질병과, 기형의 원인이 되고,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불치의 질병이 반드시 절대자에 의한 징계라는 형태, 즉 업보라는 개념과는 차별화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암이 걸리고, 선천성 기형이 생긴 것은 의도적인 결과가 아닌 우발적 사항이다. 따라서 하늘을 탓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말라고(不怨天不尤人) DNA가 가르치고 있다. 다만 유전 정보의 본질인 DNA에 대한 인위적 또는 자연적 손상은 결과적으로 기형, 암 등으로 응보되는 엄숙한 사실을 명심하여 이에 대하여 항상 대비하여야 한다. 주어진 생명의 질서가 파괴될 때 질병상태가 초래된다는 간단한 사실은 진리는 한 순간도 변할 수 없고 떠날 수 없는 원칙임(道也者 不可須臾離也)을 상기하여 준다. 생명의 본질인 DNA는 절대로 손상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성장과 생식의 차이: 성실(誠實)과 조화(調和)
 
 생체의 변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복제하여 증식을 되풀이하는 일과,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짝을 만나 새로운 개체를 형성하는 생식이 그것이다. 생체를 구성하는 체세포들은 자신의 복제를 되풀이하면서 증식을 가져오고 그로 말미암아 개체는 성장을 하게 된다. 반면 다른 개체의 짝과 어울려야 하는 생식세포들은 서로의 유전정보를 적절히 교환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생식과정을 이룬다. 생명체의 이러한 성장과 생식은 자신의 DNA를 백만 분의 하나라는 오차도 없이 그대로 복제하느냐 또는 상대방의 DNA와 짝을 지어 적절한 선택을 통하여 새로운 조합의 DNA 세트를 갖추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생체 DNA의 행동은 성장과 생식이라는 별개의 목적에 따라 그 방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절대적인 순종의 복제를 하여야 하는 현상에서 생명의 성실성(誠)을 배운다. 본격적인 성장과정에 오차가 발생하고, 방향이 어긋나면 균형이 깨지고, 결국 개체에는 해로운 암이 생겨날 수 있다. 바로 증식을 통한 성장의 과정에는 유전자의 성실성을 절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생식을 위한 DNA의 짝짓기 과정에는 서로의 어울림으로 인해 보다 나은 DNA가 형질을 발현할 수 있도록 재조합되어, 앞선 세대의 세포가 갖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완해준다. 이러한 과정에는 바로 선택이라는 명제가 충분조건이며, DNA분자는 결단이라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개체를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과 결단의 과정에는 반드시 어울림(和)이라는 필요조건이 결부되어 있다. 무턱대고 선택될 수 없는, 전체 속에서 그리고 조화의 바탕에서만 결단이 요구되고 있음을 배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을 위한 유전자의 성실성이나 생식을 위한 유전자의 조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세포 정보의 핵심체인 DNA사슬이 본래의 이중나선구조에서 완전히 풀려 상대로부터 분리 독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탄생을 위해서 서로의 고리를 풀고 일단은 철저하게 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헤어짐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의 승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헤어짐은 헤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음 만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새롭게 충진되어 오는 짝들과 맺어져 이루어지는 DNA의 구조적 완성이 바로 성장과 생식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생명의 뜻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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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자생물학적 코스모폴리타니즘
 
 사람이 피부색의 차이나, 국적 또는 주거환경의 차이에 의하여 차별화될 수 없다는 코스모폴리타즘(cosmopolitanism, 四海同胞主義)이 생물계에도 그대로 작용될 수 있다면 어떠할까? 개나 고양이, 개미, 원숭이 그리고 사람이 궁극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근원한 동포요, 형제라면 어떻게 느낄 것인가? 이러한 명제는 DNA가 유전의 본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곧바로 제기되었다.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궁극적으로 동일한 구조와 기능을 갖는 DNA분자이며, 다만 종에 따라 이들의 DNA 염기조성비와 서열구조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히스톤 단백질의 경우 식물인 콩이나, 개, 원숭이, 사람 등에서 그 구조적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종에 따라 차이가 큰 분자들의 경우에는 진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유전자의 염기 구조가 일정하게 단계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본다. 모든 생명체는 DNA라는 공통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진화과정에 따라 선택되어 생존하고 변화되어 다양함을 보이고, 각 종으로서의 독자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일찍 장자(莊者)가 설파한 진리가 개미에도 있고, 기장에도 있다는(道 在樓蟻 在梯稗) 선언은 선험적으로 이러한 생명체의 코스모폴리타니즘을 이미 깨달은 소치는 아닐까?
 
 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구현하는 과정 역시 모든 생물계에서 비슷하다. 모든 DNA는 긴 사슬구조로 되어 있으면서, 그 안에 수록된 염기의 순서가 사실은 바로 유전정보이다. 생명의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순서의 아름다움과 정연함이며, 그 논리의 본질이 바로 DNA구조의 염기순서라는 점이다. 이러한 DNA염기 순서의 미묘한 차이가 생물의 종과 종을 구별하고, 개체와 개체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체이다. 이러한 DNA는 전사되어 mRNA를 만들고, mRNA에 옮겨진 정보가 그대로 단백질 생합성으로 번역된다. 이렇게 생성된 단백질들이 바로 생체의 모든 구조와 기능을 관장하고 있다. DNA가 RNA를 만들고, RNA가 단백질을 만든다는 명제는 모든 생물의 생명현상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센트랄 도그마이다. 어떤 유전자가 언제 어떻게 발현되느냐의 문제가 바로 생명체의 생김새라든가 움직임과 기능을 좌우하고 있으며, 그러한 목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절묘한 장치를 모든 생명체는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스위치의 질서 정연한 작동 프로그램과 유전자 본연의 빈틈없는 정보가 바로 생명의 본질이며, 최근 이를 분석구명하여 인위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바로 유전공학이고, 유전자치료 이다. 따라서 대장균이나 효모의 연구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포유동물인 쥐나 개에 적용할 수 있으며 더욱 나아가서는 사람에 대한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본적으로 생명체는 코스모폴리탄적인 형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생명체의 순환적 생을 예측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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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선과 섭생의 이치
 
 우리나라 사람들은 요즈음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다 보니까 건강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국내 누렁개들은 물론 이미 중국에서 대량의 보신탕용 개를 수입하여 식용으로 즐기고 있고, 지리산, 태백산의 뱀까지 씨를 말리고, 대만, 태국의 독사들까지 요절을 냄으로써 전 세계의 조소를 받고 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를 빚는가? 이들 동물을 잡아먹으면 그들과 유사한 행각의 정력을 구현하고, 이들의 단백질이 사람의 것과 가장 유사하다는 근거도 없는 낭설에 휩쓸렸기 때문은 아닌가? 모든 생물은 기본적으로 유사하나, 사람은 사람, 개는 개, 뱀은 뱀이라는 절대적인 종(種 species)의 개념이 생물의 본질이라는 너무도 단순한 생명의 논리를 왜 우리 국민들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닮은 것(相似)과 같은 것(合同)을 구별하지 못하는 모순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우리 불교의 거목이신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사물에 대한 명쾌한 지적을 왜 순수하게 수용하지 못하는가? 우리는 주변에서 자신을 자연과 동일시하는 착시 환자가 너무도 많은 것을 본다. 임산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태아의 피부에 벼슬살이 돋는다는 등 풍문에 쉽게 넘어가는 사고방식을 이제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합리적 사고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음식물은 반드시 생체분자의 기본구조인 당, 아미노산, 지질로 소화 분해된 다음 비로소 흡수되어, 우리 세포의 유전정보가 지시한대로 생체분자를 필요한 만큼 재구성하여 이용함을 유념하여야 한다. 생체는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유전자가 지시한대로, 외부물질을 처리하는 것이지, 생체가 외부에서 유도되는 대로 변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개를 먹던, 뱀을 먹던, 닭을 먹던, 돼지를 먹던 우리가 개나, 뱀, 닭, 돼지 같아질 수는 없지 않은가? 건강이라는 것은 생체의 모든 기관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룸에 있지 주위에 휩쓸려 끌려가는데 있지 않다. 이러한 건강이란 결국 기본 영양의 균형있는 보급과 적절한 운동과 훈련에 의한 기관의 활동능 증대를 꾀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지, 거북이를 먹으면 오래 살고, 호랑이를 먹으면 다리가 튼튼해진다는 난센스를 이제는 과감하게 탈피하자. 생체가 고유의 독자성를 갖는 주된 요인은 바로 우리의 DNA에 수록된 유전정보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며, 이러한 유전정보는 손상될 수도 없으며,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변화되어서도 안 되는 절대선(絶對善)이다. 바로 비슷하나 서로 다르다는 생명체의 독자성이 존엄성과 가치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유전적 특성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며, 건강을 위하여서는 이러한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며, 그러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생활 습관을 온전하게 유지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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