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판도라 상자를 닫아야 할까? 장수박사의 건강 삼위일체

장수박사의 건강 삼위일체 6/생명공학의 판도라상자는 열렸다 
 
산정에 올라 새벽동이 트는 광경을 볼 때 자연에 대하여 감동을 느낀다. 태양이 떠올라 온 누리를 환하게 비출 때 덩달아 약동하는 생명력을 느끼고, 그리고 찬란한 석양으로 사라져가는 태양을 보며, 자연의 엄숙함을 누구나 느끼리라고 본다. 더욱 생명의 태어남과 삶과 늙어감 그리고 죽음을 볼 때 더더욱 그 신비함에 사로잡힌다. 생명현상의 오묘함이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이를 구명함을 인생의 목적으로 설정하였던 저자도 이를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자연에 어울러져 완벽한 하모니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생명의 얼개와 그 움직임에 감동을 그칠 수가 없다. 자연 속에 있는 그대로의 생명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큰 당면목표였던 저자에게 최근의 생명과학계의 발전과 변혁은 생명을 연구하는 학도로서의 긍지 보다는 오히려 당혹감마저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학적인 바탕이야 어떠하든, 생명현상의 본질을 제어 조정함으로써 꿈에도 생각지 못할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면서 과학자로서의 기쁨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조작의 원리
 
 생명의 본질이 다름 아닌 DNA(deoxyribonucleic acid)라는 핵산이며, 생체의 다양함과 정교함이 오로지 이러한 DNA사슬중의 염기서열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사실이 거론되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염기서열을 손상시키면 기형이나 암과 같은 병적 상태를 유발할 수 있게 되고, 여러 가지 생명현상을 실제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이 밝혀지자, 마지못해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이러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전대미문의 사안들이 눈앞에 전개됨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면서도 아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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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공학,즉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연구가 가능하게 된 중요한 발견들을 살펴본다. 우선 생체 유전자의 일정부위를 선택적으로 절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종래는 엄청나게 거대한 DNA를 처리하기가 곤란하였으며 이를 물리적인 비특이적 방법으로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특정부위만 선택적으로 절단하는 제한효소의 발견은 항상 거대한 DNA유전자의 일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생명공학연구에 과학적 재현성과 특이성을 부여하였다. 나아가서 절단된 부위를 다시 붙여주는 결합효소의 발견은 특정유전자를 임의로 떼었다 붙일 수 있음을 가능케 함으로써 유전자조작의 가장 근본을 이루는 업적이 되었다. 다음 유전자를 하나의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전달해 주는 유전자운반체가 발견된 것이다. 원래는 세균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균들이 새로운 내성을 획득하는 성질이 바로 이러한 내성관련 효소의 유전자를 가진 플라즈미드라는 조그만 DNA 사슬이 옮겨져 갔기 때문임이 발견되었다.
 
 플라즈미드는 서로 다른 세포 간에도 유전형질을 옮겨 줄 수 있음이 밝혀졌으며, 나아가서 종이 다른 세포 간에도, 심지어는 동물세포와 식물세포, 세균세포 등에도 자유롭게 옮겨 다니고, 유전형질을 전달할 수 있음이 밝혀져 유전공학연구에 청신호가 켜졌다. 더욱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운반체가 개발되었을 뿐 아니라, 전기 자극, 칼슘 이온농도조절, 리포솜을 이용한 유전자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유전자 발현 조절장치의 개발이다. 원래 사람세포에는 누구나 일정량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 조직세포로 분화가 되고 사람 사람마다 다양한 특성의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러한 수많은 유전자중 일부분의 유전자들만이 필요한 때에 선택적으로 발현되도록 절대적인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간, 신장, 심장, 뇌신경 등의 일정한 분화상태, 즉 특정한 기능과 구조가 유지되기 위하여서는 유전자 발현의 선택적 제어기전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나아가서 미량 유전자 증폭시스템의 개발이다. 생명활동에 필요한 많은 필수정보들 중에는 극히 소량만으로도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정보들을 판독하기란 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보를 수백만 배 이상 증폭하여 손쉽게 연구 구명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로 생명과학의 발전은 가히 초음속시대로 돌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단계 단계의 발견은 모두 노벨상을 수상하는 업적이 되었고 생명과학연구를 도약적으로 발전하게 하였다.
 
 생명체의 인위적 변조
 
 생명체의 유전자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이 공개되면서 생명과학을 생명공학의 시대로 전환하게 하였고 그 결과 가히 백화난만의 경지가 열렸다. 무엇보다도 먼저 특정 유전자를 서로 다른 세포에 삽입할 수 있음으로써 목표 세포의 유전형질을 변화시켜 전연 다른 기능의 세포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종의 세포들 간의 유전자 이동뿐 아니라, 동물세포와 식물세포, 사람세포와 동물세포 간에도 그리고 정상세포와 암세포 간에도 유전자를 교환시킬 수 있다는 점은 종래 생명과학의 가장 근본인 종(species 種)의 개념에 일대 혼란을 가져온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유전자수준에서 잡종이 가능하다는 엄연한 사실과 이러한 키메라(chimera)가 버젓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생물세계에 근원적인 문제점을 야기하였다. 유전자 이입기술의 개발은 나아가서 형질전환동물, 형질전환식물의 개발을 가능하게 하여 새로운 21세기 생명산업이 열리게 되었다. 유전자조작기술의 개발은 법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루어 친자확인, 범인감식 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범인이 남긴 한 올의 체모, 한 방울의 피나 정액을 가지고도 본인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 인간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해독함으로써 인간생명의 신비를 풀어보고자 하는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이미 결실을 맺어 인간의 전체 유전자 서열을 확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맞춤의학의 시대에 들어서게 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유전체 분석의 성공과 유전자 조작의 가능성은 밝은 빛도 보여 주고 있지만 이를 오용하게 되면 전연 엉뚱한 생명체의 출현이나 무서운 생물무기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어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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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복제의 가능성과 문제점
 
 생명의 신비에 대한 인간의 탐구는 언제나 기존의 고정관념과 상치되면서 온갖 시련을 겪어 왔다. 자연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의 도입으로 인간의 관찰과 판단의 폭이 확대되면서, 먼저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 격전이 벌어졌다. 기존 종교계의 격렬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실증주의적인 진화론의 출현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인류역사 대사건이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연구에서는 DNA라는 유전자 물질의 본체가 밝혀지면서 인간 생명의 독자성, 존엄성이 손상이라도 되는 듯이 우려하기 시작하였고 나아가서는 유전자 조작 술기가 개발되자마자, 생물학적 연구 규제운동(biological moratorium)이 벌어졌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인간이나, 프랑켄스타인 같은 괴물인간의 출현이 이루어질 듯 우려하였고, 헉슬리의 소설 “대담한 신세계”(Brave New World)에서 보여준 동일한 복제인간 국가의 출현의 도래를 걱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인간에 직접 관련된 유전자 조작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1978년 여름 최초로 영국에서 시험관아기가 태어나서 세상을 흥분시킨 일이 있었다. 당시 시험관아기란 시험관내에서 유전자를 조작하여 특수한 인간을 창조하였거나, 특정 질환을 치유한 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다만 시험관내에서 사람의 난자와 정자를 수정하여 일정기간 키우다가 모체의 자궁에 넣어 자라도록 한 것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을 시험관을 통하여 탄생토록 하였다는 점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 1993년 가을에는 미국 어느 대학에서 시험관에서 사람의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다음 증식이 이루어진 배아세포들을 각각 분리하여 발생되도록 한 사람배아의 복제성공은 동일인간의 대량출생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건으로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었으며 결과적으로 이 분야 연구에 대한 연구비지원을 중단시키는 법석이 벌어졌다. 이와 같이 동식물에서 이미 보편화된 유전공학적 술기일지라도 사람에의 도입은 단계 단계마다 격렬한 찬반 토론과 그 가치성과 윤리성에 대한 보다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왔다. 그러나 실제로 선천성 유전질환 환자들에게는 이러한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유전자요법 등이 시행되어 이미 의학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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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 초기의 사회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험관 아기의 성공은 현재는 불임에 대한 매우 유용한 의학적 치료방법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여러 조건의 제약이 생명과학 연구에 부과되어 왔지만 결국은 이러한 연구는 눈앞의 필요한 이익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납되고 인체에 응용되고 있다. 더욱 공상과학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화석의 DNA로부터 완전한 개체를 얻어내는 유전자적 조작은 아직은 황당한 공상이지만 이러한 영화가 크게 성공하였음은 은연중 일반 사람들에게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높은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게놈프로젝트 및 유전자 치료법의 개발은 인간복제과정에 보다 정교한 인위적 조작에 의한 변형이 가능할 수 있음을 강력히 보여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수퍼맨 수퍼우먼과 같은 초능력의 인간, 또는 각종 특수능력을 갖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가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생명과학 연구에 의한 복제인간이나, 특수 초능력인간의 개발에 대해서는 혐오하거나 부정하면서도 은연중에 대중의 심리는 이러한 초능력인간이나, 복제인간의 가능성을 공감하고 있는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뿐만 아니라 이미 서유기와 같은 고전에서는 손오공이 자신의 머리털로 똑같은 손오공을 복제하였다든지 우리나라 고전에서 자란고비 영감을 빗자락으로 복제하여 골탕을 먹였다는 이야기들이 아무런 저항없이 이미 받아들여져 왔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의 뇌리에 인간의 복제에 대한 가능성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고 본다. 인간이 바벨탑의 고사를 버젓이 알고 있으면서도, 하늘 끝까지 올라가 보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또한 당장 눈앞의 이익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들의 이중적 가치관을 어떻게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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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상황에서 복제인간의 가능성과 그 문제점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본다. 그것은 동일한 인간을 복제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쪽 개체를 희생하여 장기이식을 한다거나 동일한 외모와 성질을 갖춘 제 2의 복제인간에게 사회활동을 대행시켜서 범죄를 저지르게 하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 수만 가지 나쁜 가능성이 눈앞에 선연하다. 기형을 고치고 암을 치료하고 선천성이상을 해결하여 생체의 구조와 기능을 정상화하려는 의학적 목적을 위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인간적 윤리의 파괴는 생각 만해도 소름이 끼칠 노릇이다. 이러한 경우 종래 인간생명의 독자성, 존엄성, 일회성, 유일성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가? 물론 원자력의 개발이 평화적으로 이용되었을 때는 인류에 크게 공헌하는 이기이지만, 전쟁목적으로 사용하였을 때는 엄청난 파괴력의 살상 무기가 되어버림을 보면서, 사회가 결국은 이를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초래되는 엄청난 부작용과 악의를 가진 집단에 의한 오용의 위협 때문에 엄청난 고민에 빠져 있음을 되새겨 본다. 인간은 결국 새로 개발된 술기가 갖는 장점에 매료되어 용인하면서도 그것이 초래하는 사태로 고민하는 역사를 되풀이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복제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줄기세포의 희비
 
 줄기세포에는 발생초기에 생성되어 모든 세포로 변환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발생성장을 마친 성체의 각 조직부위에 잠재되어 각 조직으로의 분화를 유도하는 성체줄기세포로 나눌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의 발생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유용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배아줄기세포를 확보하려면 배아를 먼저 확보하여야 하고 그러하기 위해서는 난자를 또한 확보하여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의 경우 난자를 확보하여야 하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논란이 시작되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에는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배아줄기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될 가능성이 항상 높다는 점이다. 정상적 특정세포로만 분화될 수 있다면 기본적으로 사용에 큰 제한이 없으나 이러한 부작용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두려움이 있다. 최근에는 정상적인 체세포에 몇 가지의 유전자를 이입하여 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할 수 있음이 밝혀져 적어도 윤리적 문제를 크게 극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유전자 조작이라는 문제점과 암화의 가능성은 배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체줄기세포는 발생분화에 한계가 있고 주로 조직의 원 부위에서 가동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성체줄기세포를 활성화하여 여러 조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은 비록 효율의 면에서는 미비하나 안전성의 문제에서는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젊은 세포나 늙은 세포에 상관없이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나 줄기세포는 공여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기능이 온전하며 다만 수혜자의 나이에 따라 줄기세포의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점과 세포 자체의 노화보다 조직기질의 노화가 문제라는 점이 규명되어 노화연구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보다도 개체의 각 조직에 잠재되어 있는 성체줄기세포의 활성화를 제어하는 방법이 실제로 각종 퇴행성질환과 조직소실을 초래하는 질환의 치료에 유용할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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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인위
 
 생명체의 진화라는 과정을 생각할 때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적 변수가 가장 중요하다.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의 길이는 기껏 한 백년 살아가는 인간의 수명으로 계산하자면 수천만 번 되풀이되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사안일 뿐이다. 생명체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서 조금씩 변모되고 형질전환되어, 자연환경생태계에의 적응이 시험된 다음 비로소 하나의 종으로 진화되어 왔다. 그런데 인위적인 유전공학적 술기의 개발은 생물의 형질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명현상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제한적인 보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극단적인 변화를 싫어한다. 생명의 극단적인 변화는 죽음을, 각종 질환을 그리고 암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위적인 새로운 유전형질을 가진 생명체의 급격한 출현이 자연환경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격변하는 생명과학의 현장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환희보다는 우선 두려움이 앞서는 것을 어찌하랴. 노자가 주장하여 왔던 무위(無爲)라는 개념을 반추해 본다. 쓸데없는, 무책임한, 사려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무위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싶다. 대자연의 엄숙한 시간 속에서 시험되고 비교 검토되어 어울러져 생존해 가는 조화로운 생명계를 볼 때 이렇게 저렇게 성급하게 꾸며 나가는 인위적인 조작의 위험성을 두려움으로 지켜보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유전공학의 술기개발에 따른 생명계의 변화가 마치 판도라가 상자를 무작정 열어젖히고 망연자실한 상황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얼른 뚜껑을 닫아 그나마라도 남아있는 최후의 희망을 지켜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세상의 생명체들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어울리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주역에 나오는 “땅의 도리는 질서를 따름에 있는 법이고, 하늘의 뜻을 이어 때에 맞추라(坤道, 其順乎, 承天而時行)”는 가르침이 생명과학분야에 새롭게 강조되어야 함을 느끼며, 새벽 먼동이 트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일도 오늘과 변함없는 날이 되어지기를 빌어본다.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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