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된장은 약이다_ 2012년 된장계, 메주 만들기 후기 울타리없는텃밭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나에게 된장은 음식이상이어서, 속이 안 좋을 때 된장찌개를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 그러니 나에게 된장은 약이다. 내가 어머니가 주신 된장과 흡사한 맛을 내는 된장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는 고집이 아니라 몸이 절실히, 몸을 따라 마음도 원했기 때문이다.

 

이웃들과 된장을 담그기로 했다 하자 어머니는 ‘네가?’라고 놀라면서 대견해하셨다. 추석 지나 집에 들른 나에게 어머니는 된장이 어찌 되었냐고 물으셨다. 작년 된장, 어찌되었을까!

 

작년 된장, 여러 사람들이 맛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찌 이런 맛이 났을까, 신맛이 난다고 했다. 살릴 방법도 없다 했다. 작년 된장 만들기에 함께 했던 분들에게 미안하고, 이 많은 된장이 버려진다니 아깝고, 우리가 만든 된장을 먹을 수 없다니 아쉬웠다. 애써,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위안하며 미안하고 아깝고 아쉬운 마음을 눌렀다.

 

올해, 우리는 된장 만들기에 다시 도전했다. 된장을 내 손으로 만들면서, 된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콩이 있어야 하고, 메주를 만들어야 하고, 볏짚과 소금, 항아리만이 아니라 물, 햇살, 바람, 뜨끈한 아랫목 등이 존재해야 함을, 무엇보다도 정성과 시간, 노동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12월 1일 섬진강가 박두규 시인 집에 모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울타리없는텃밭’ 된장계원들은 홍현두 교무의 설명에 따라 장작을 나르고, 가마솥 뚜껑을 닦고, 삶은 콩을 옮기고, 메주를 만들었다.

 

 

 

 

메주 만드는 일은 ‘적당히’의 반복이다. 8시간 이상 불린 콩을 가마솥에 넣고 소나무로 장작불을 피워, 엄지와 검지로 눌러 ‘적당히’ 이겨질 정도로 ‘적당히’ 삶아, 기계와 손발을 이용하여 ‘적당한’ 크기로 부순 후 ‘적당한’ 힘을 이용하여 메주를 만들었다. 하, ‘적당히’란 단어, 대체 ‘적당히’란 무엇일까? 홍현두 교무가 이야기한 ‘적당히’, ‘적당히’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해야 한다. ‘적당히’는 정말 힘든 일이다.

 

 

 

 

 

 

 

 

 

 

 

메주 만드는 일은 사람과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일하는 중에 간간히 모인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했다. 나무에 대해서, 집에 대해서, 마을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된장 담그는 일은 먹는 일이기도 했다. 틈을 내어 수육을 먹고, 막걸리를 마시고, 떡국을 끓여먹고, 과일과 차를 마시고, ‘다 먹자고 하는 일이잖아.’는 이런 경우에 딱 맞는 말이다. 이야기하고 먹고, 만들고 웃고, 해거름쯤에 메주가 완성되었다.

 

 

 

 

메주를 만든 다음 날, 섬진강엔 비가 내렸다. 메주가 말라야 하는데, 바람과 햇살에 겉면이 꼬들꼬들 말라야 하는데, 애가 달았다. 창을 열고, 밖에 나가 손바닥을 펼쳐보고, 하늘을 보고, 지리산과 백운산을 바라보고, 참 오랜만에 비가 그치기를 기도했다. 낮 12시쯤 해가 나오고 바람이 불었다.

 

 

 

나에게 약인 된장, 된장이 약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햇살과 바람,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해 어느 날, 메주가 된장으로 되는 날, 행복해할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글과 사진_ 윤주옥 사무처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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