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복잡계로 본, 감염병 확산 꺾이는 시점은? 생명건강

kaist1.jpg » 카이스트 연구진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모든 감염병은 꺾이는 시점이 있으며, 누적 회복자 수를 알면 그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카이스트 연구진,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누적 회복자 수 알면 꺾이는 시점 예측 가능

접촉자 수 7명 이내면 모든 사회 전파 불가능

“예방·치료제·격리로 모든 질병 퇴치 가능”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을 폐쇄한 지 2주일이 넘었지만 감염증 확산 추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감염자 증가세는 하루 3천명대에서 2천명대로 약간 줄었으나, 사망자 수는 하루 70명대에서 80명대로 오히려 늘어났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복잡계 네트워크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감염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전환점은 누적 회복자 수에 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의 회복자는 완치자뿐 아니라 사망자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전염 경로가 차단됐다는 뜻에서다. 또 개인들의 하루 평균 접촉자 수를 7명 이하로 줄이면 감염병이 사회 전체로 퍼지는 일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이광형 교수 연구팀이 생물정보학 분야 국제 공개학술지 `비엠시 바이오인포매틱스'(BMC Bioinformatics)’ 2017년 5월호(18권7호)에 발표한 `복잡계 네트워크를 이용한  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 연구’를 통해 제시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kaist2.jpg » 전염병 확산을 나타내는 복잡계 네트워크. 청색은 미 감염자(S), 적색은 감염자(I), 녹색은 회복자(R), 검은색 원은 슈퍼 전파자다. 카이스트 제공

이 연구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국 사회에 감염병에 대한 공포심이 커진 것을 계기로  감염병이 얼마나 확산되는지, 확산 추세는 언제 꺾이고 사라지는지, 새로운 감염병은 과연 인류 전체를 몰락시킬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이 교수는 9일 낸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전염병의 확산은 바이러스(병균)과 인간, 환경 세 가지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이러스의 감염성, 인간의 감염 지속성(회복성), 사회 구조란 개념으로 설정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감염성’은 인간의 자체 감염력 정도와 병원체 특성 등을 말한다. ‘지속성’이란 인간의 자체  면역으로 회복되는 능력이다. 감염 이후 잠복기를 거쳐  완치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감염병의 고유 특성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바로 감염성과 지속성이다. ‘사회구조’는 한 사람이 단위 시간당 접촉하는 사람의 숫자를 가리킨다.

연구팀은 우선 감염병에 노출된 사회(구조·인구)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모델을 만들었다. 복잡계 네트워크의 하나인 `무척도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를 채택하고, 인구와 평균  접촉자 수를 네트워크의 기본 요소로 포함시켰다. 인구를 구성하는 각 개인이 네트워크의 연결점(노드), 접촉자 수가 연결선이다. 그런 다음 접촉자 수를 2~20명 사이에서 다양하게 변화시켜가며 감염병 확산 추세를 관찰했다. 각기 고유한 특성(감염성, 지속성)을 가진 감염병이 사회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 결과 연구진은 어떤 감염병의 경우에도 감염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맞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전환점을 `VRTP'(Value of Recovered at Turning Point)라고  정의했다. 연구팀은 전환점, 즉 `꺾이는 점'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은 완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전염병 확산 경로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aist3.jpg » 미감염자, 감염자, 회복자 수의 변화와 VRTP. 회복자 그래프가 VRTP에 도달하면 감염자 수가 꺾인다. 분포 비율은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이다. 카이스트 제공

그 전환점은 언제 나타날까? 연구팀은 누적 회복자 수가 ‘꺾이는 점’의 선행지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에 적용해 `꺾이는 시기'를 계산해봤다. 논문 제1저자로 참여한 김기성 바이오브레인 대표(당시 대학원 박사과정)는 "재생산지수, 지속기간과 관련해 중국 쪽에서 발표한 잠정 통계를 토대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률(재생산지수를 지속기간으로 나눈 것)은 33%, 지속기간은 7.6일이었다. 이 수치를 시뮬레이션 모델에 입력한 결과 하루 평균 접촉자 수를 20명으로 가정하면, 누적 회복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17.35%에 이를 때 감염자 수가 꺾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촉자 수가 10명인 경우엔 누적 회복자 비율이 16.53%일 때 꺾였다. 연구진은 결국 감염병의 특성과 사회 구조(일 평균 접촉자 수)를 알 수 있다면 기세가 꺾이는 점(VRTP)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감염률 100%에 지속기간도 긴 `최악의 감염병'이라도 회복자 누적 수가  네트워크 인구의 27%가 되는 시점에서 확산 추세가 꺾인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새로운 전염병이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감염병의 특성(감염률·지속시간)과  네트워크(사회)구조의 특성에 변화를 주면서 시뮬레이션한 결과, 어떤 감염병이라도 접촉자 수를 하루 평균 7명 이하로 줄이면 사회 전체를  감염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한 논문을 <네이처> 자매지인 온라인 공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제출한 상태다.

이광형 교수는 “예방약을 통해 감염률을 낮추고, 치료제 개발을 통해 지속기간(회복률)을 개선하며, 격리 조처를 통해 접촉자 수를 낮출 수 있다”며 “따라서 어떤 질병도 인류 생존을 위협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논문보기

https://bmcbioinformatics.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859-017-16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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