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화성 흙을 지구로...10년 우주 대장정이 시작된다 우주항공

mars.jpg » 화성에 착륙하는 마스2020의 탐사로버 `퍼시비런스' 상상도. 나사 제공

지구에서 3차례, 화성에서 1차례 로켓 발사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1969년 아폴로 11호를 시작으로 1972년 아폴로 17호에 이르기까지 달에서 가져온 달 암석과 토양, 먼지 표본은 모두  382㎏이다. 표본 수로는 2200여개에 이른다. 이후 옛 소련의 달 탐사선 `루나'가 1970년부터 1976년까지 300g을 더 가져왔다.
그로부터 약 반세기만에 이번에는 화성의 흙과 돌 등 표본을 수집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간접 증거물인 관측 데이터 대신, 화성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암석과 토양을 직접 가져와 분석하기 위해서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화성 생명체의 역사와 흔적을 찾는 것이다. 달에 간 아폴로 우주선보다 100배가 훨씬 넘는 5300만km를 날아가는 방대한  우주 탐사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해 1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화성 탐사선이 지구에서 출발하고, 로켓이 네 차례 발사된다. 마지막 로켓 발사는 화성에서 발사된다.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Mars2020Rover-ObtainingSamples-20200210.jpg » 화성표본을 수집하는 퍼시비런스.

7월 나사의 `마스2020'이 첫 주자로 나선다
 
나사는 원래 아폴로처럼 우주 비행사들이 직접 화성 표본을 갖고 오는 걸 생각했지만, 화성 유인탐사 일정이 불투명해지자 일단 무인 로봇을 통한 수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는 7월17일~8월5일 사이에 화성을 향해 출발하는 나사(미국항공우주국)의 `마스2020'이 10년 우주 대장정의 문을 연다. 출발 시점을 이때로 정한 건 지구와 화성 간 거리가 가장 가까운 때(화성발사창)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발사하면 화성으로 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략 26개월(780일)마다 돌아온다. 이 때를 놓치면 2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
Mars2020-LandingSite-20191217.jpg » 마스2020의 착륙지.

탐사로버 `퍼시비런스'가 용기에 담아 보관

마스2020의 핵심 장비는 바퀴가 여섯개 달린 로버(차량형 이동 탐사로봇) `퍼시비런스'(Perseverance, 인내)다. 1997년 최초의 탐사차량 소저너 이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2004년), 큐리오시티(2011년)에 이은 다섯번째 로버다. 예정대로 출발하면 7개월 후인 내년 2월18일(예정) 화성에 착륙한다. 차량 이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름짓기 에세이 공모전을 통해 선정했다. 나사는 그동안 화성에 보낸 로버의 이름을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지었다.
퍼시비런스 착륙 지점은 적도 위쪽의 예제로(jejero) 분화구다. 지름 49km의 이 분화구는 오래 전 강물이 흘러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각주 평원이다. 나사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옛 화성 생명체 흔적을 찾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무게 1톤의 퍼시비런스는 최소 687일(화성일 기준 1년) 동안 이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작은 원통형 금속용기에 화성의 흙과 돌 등 표본을 수집해 담는다. 이를 위해 드릴을 장착했다. 시스템 설계상 5~20km를 이동할 수 있다. 용기는 총 43개이지만 5개는 빈 상태로 놔둔다. 나중에 지구로 가져왔을 때 표본이 담긴 용기에 순전히 화성 물질들만 있는 것인지 비교하기 위해서다. 퍼시비런스는 96%가 이산화탄소인 화성 대기로 산소를 생산하는 신기술도 시험한다. 목시(MOXIE=Mars Oxygen In-situ Resource Utilization Experiment)라는 이름의 장치가 화성 대기를 흡입한 뒤 먼지와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준다. 미래 유인 화성 탐사에 대비한 중요한 시험이다.
mars_Helicopter_Still_Image-800w.jpg » 마스2020이 화성에 띄울 헬리콥터 `인제뉴이티'.

2026년 수거선, 귀환선 잇따라 출발

퍼시비런스에는 또 무게 1.8kg의 소형 헬리콥터 `인제뉴이티'( Ingenuity, 창의성)가 실린다. 헬리콥터를 보내는 목적은 대기 밀도가 희박한 곳에서 어떻게 비행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헬리콥터엔 아무런 장비도 없고 데이터 수집도 않는다. 30일 동안 시험비행한다. 화성을 더욱 정밀하고 풍부하게 관측하기 위해 입체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는 카메라도 탑재된다. 퍼시비런스는 현재 호주 사막에서 훈련중이다.
퍼시비런스 이후엔 나사와 유럽우주국이 함께 표본 귀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4년간의 협의 끝에 `26-26-31' 아키텍처에 합의했다. 우선 2026년 잇따라 화성에 두 대의 탐사선을 보내기로 했다. 둘이 역할을 나눴다. 나사는 표본 수거 착륙선(SRL)과 상승로켓(MAV)을, 유럽우주국은 수거로버(SFR)과 지구귀환우주선(ERO)을 맡는다.
mars_PIA23712-web.jpg » 화성 표본 용기를 담을 캡슐.

2031년 화성에서 로켓 타고 지구로 `컴백홈'

먼저 2026년 7월 미국 나사가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에서 상승로켓과 표본 수거로버를 탑재한 화성 착륙선을 발사한다. 이 착륙선은 `1과2분의1 혁명 궤도'(one-and-a-half-revolution trajectory)이라는 독특한 비행 방식으로 2년 후인 2028년 8월 예제로 분화구의 마스2020 근처에 착륙한다. 이어 수거차량이 착륙선을 빠져 나와 퍼시비런스가 수집한 표본 용기를 수거한 뒤 상승로켓에 싣는다.
석달 뒤인 2026년 10월 유럽우주국이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지구 귀환 궤도선을 아리안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유럽우주국이 제작한 이 우주선은 화성 궤도에 도착한 뒤 이온추진기로 2028년 7월까지 서서히 고도를 낮춰 화성 표본을 담음 캡슐을 받을 준비를 한다. 그해 겨울을 나고 2029년 봄이 되면 상승로켓이 표본을 담은 캡슐을 싣고 화성 하늘로 날아올라 궤도선과 도킹한다. 
이어 귀환선은 캡슐을 멸균 처리한 뒤 2031년 지구를 향해 출발한다. 현재로선 그해 가을 미국 유타주 사막에 도착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낙하산을 쓰지 않고 떨어뜨린다. 나사는 테스트 결과 고속으로 사막에 충돌해도 화성 표본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mars-mav-nasa jpl-caltech.jpg » 화성 표본을 싣고 날아오르는 로켓.

대장정 성공의 열쇠를 쥔 지구밖 첫 로켓 발사

화성 표본 수집귀환 프로젝트에서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화성 땅에서 발사되는 상승로켓(MAV)이다. 다른 행성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아직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사가 지구의 38%인 화성 중력을 전제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이 로켓은 최대 높이 2.8미터, 폭 57센티미터 이내여야 한다. 총 이륙 질량도 400kg를 넘어선 안된다. 로켓이 운반할 수 있는 화성 표본은 최대 14~16kg로 계산됐다. 마샬우주비행센터 엔지니어들은 상승로켓은 2단 고체연료로켓 방식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이 화성 표본 수집-귀환 프로젝트 비용으로 애초 70억달러(8조5천억원)을 추정했다. 하지만 10년에 걸친 프로젝트이니만큼 정치적, 기술적 변수가 많다. 유럽우주국은 3년에 한번씩 장관급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지면 기사(20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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