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린 오피스가 생산성을 높인다 사회경제

 plant_decor2.jpg » 녹색 식물들로 둘러싸인 '그린 오피스'가 업무 생산성을 15%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paintersnorthcote.com.au서 재인용.

 

 그린 오피스, 업무 생산성 15% 높여준다

 

 깨끗하고 단정한 사무실(lean office)이냐, 녹색식물들이 자라는 사무실(green office)이냐.
 어떤 사무실에서 일해야 업무 능률이 더 오를까. 경영혁신 방안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무공간 디자인의 개선은 해묵은 과제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깔끔하고 단정한 ‘린 오피스’와 녹색 식물 조경을 갖춘 ‘그린 오피’스’ 를 둘러싼 논란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만하다.  특히 ‘린 오피스’는 경영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에게 사무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아왔다. ‘린 오피스’란 말 뜻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슬림한 사무실을 가리킨다. 사무실 내의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고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공간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업무 집중도와 효율을 높이는 공간 디자인을 말한다.
 그렇게 하면 업무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추후 인력 증감이나 다양한 업무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무리없이 수용할 수 있다는 게 ‘린 오피스’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눈으로 보면 ‘그린 오피스’는 공간 낭비적 발상이다. 식물과 같은 장식은 쾌적한 느낌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업무 효율 관리에 방해가 되는 요소이다. 현대 사무공간 혁신의 주류 모델로 자리잡은 이런 흐름은 1990년대 이후 몰아닥친 경제계의 신자유의적 ‘슬림형 추구’ 바람과도 일맥상톻한다.
 그런데 깨끗하고 단정한 사무실이 생산적이라는 ‘린 오피스’론에 반기를 드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퀸슬랜드대(호주), 카디프대, 엑세터대(이상 영국), 그로닝겐대(네덜란드) 연구진이 함께 작업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식물이 자라는 사무실은 작업자들의 행복감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15%까지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녹색 사무실’이 업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실제 사무실 환경에서 ‘녹색 환경’이 업무에 끼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를 처음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업무 공간 내의 식물들은 또 생산성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공간 만족도와 삶의 질도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린 오피스’가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으로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이 자체 평가한 업무 공간 만족도는 '린 오피스'에 비해 40%나 높았다.

  

workcell.jpg »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단정하게 꾸며진 '린 오피스' 모델. 사진은 crollproductivesynergy.com/DynamicWorkspacePlanning서 재인용.

 

사무실 환경 결정권 더해지면 생산성 32%까지 향상

 

연구진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실제 대형 사무실 공간에서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린 오피스’와 ‘그린 오피스’ 환경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조사 방식은 2개월간 참가자들의 업무 생산성을 측정하고, 직원들 스스로 공기의 질에 대한 느낌, 업무 집중도 및 공간 만족도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이 ‘그린 오피스’에 사용한 식물은 녹색 잎이 무성한 식물들로, 평균 높이가 90센티미터 정도였다. 연구진은 이 식물들을 참가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1~3그루 정도 불 수 있도록 배치했다. 반면 ‘린 오피스’에는 아무런 식물도 배치하지 않았다.


alex-haslam.jpg » 알렉스 하슬람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인 퀸슬랜드대의 알렉스 하슬람(Alex Haslam) 교수(심리학)는 “실험 결과 식물이 자라는 사무실에서 일한 종업원들이 자신들의 업무공간에 대해 더 만족스러워했으며, 업무 집중도가 더 높아지고, 공기의 질도 더 좋아졌음을 느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사무실 풍경에 대한 투자가 직원들의 생활의 질과 생산성 증가라는 보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직접 사무실 환경을 꾸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을 경우에는 생산성이 32%까지 높아졌다는 점이다. '녹색'과 함께 '자율'이 업무공간 디자인에서 업무 능률 향상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결과다.  하슬람 교수는 또 "그린 오피스는 직원들로 하여금 경영자가 자신들의 생활과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에 따르면 인간의 웰빙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섯가지-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 의미(meaning), 성취감(accomplishment)-이다. 인간관계 전문 매체인 <the HRDIRCETOR>는 사무실 환경을 어떻게 꾸미는지는 이 5가지 가운데 적어도 앞부분에 있는 세 가지 요소(정서 몰입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자연에 대한 친화력은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는 영역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적인 것이라며,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2010년 한국에 번역 소개된 그의 저서 <바이오필리아>에서 그는 이 말의 뜻을 ‘생명사랑’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하루 활동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이나 작업공간을 어떻게 꾸미는지는 현대인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앞의 가시적 비용과 효율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났던 ‘그린 오피스’ 개념이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즐겁고 편안하면서도 효율적인’ 미래의 업무 공간 디자인 경쟁에서 '린 오피스'를 제칠 수 있을까. 이번 연구 결과는 9월1일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 applied)에 실렸다.

 

출처
http://www.uq.edu.au/news/article/2014/09/leafy-green-better-lean
https://researchdesignconnections.com/content/lean-vs-green-08-15-14
http://www.theguardian.com/science/2014/sep/01/office-plants-can-make-workers-15-more-productive-says-study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9/140901090735.htm
http://www.exeter.ac.uk/news/featurednews/title_409094_en.html  
논문 원문 보기
http://www.sozialpsychologie.uni-frankfurt.de/wp-content/uploads/2010/09/Knight_Haslam_inprep.pdf

 

학교 주변에 녹지가 많으면 아이들 성적이 오른다?

그린 오피스의 효과와 맥을 같이하는 또다른 논문이 발표됐다. <뉴스페퍼민트>가 11월6일 번역 소개한 이 논문의 핵심은 학교 주변에 녹지가 많으면 아이들 성적이 오른다는 것. 아래는 그 내용.

 

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들은 누구나 아이들이 학교 생활은 잘 하는지,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공부는 잘 하는지 걱정입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는 잊지 말고 숙제 해가라, 준비물 잘 챙겨가라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죠.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공부도 잘 하는 학생이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제 더욱 순조로운 아이의 학교 생활을 위해 부모들이 챙겨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대만 자이 국립대학의 우치다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에 녹지가 얼마나 많은지가 아이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연을 벗삼아 지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단지 학교 주변에 나무가 더 많은 것만으로도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성적이 오른다는 상관 관계가 밝혀진 겁니다.

연구팀은 지난 2006~2012년 치러진 미국 메사추세츠 주 905개 공립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국어(미국이니 영어), 수학 성적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매년 3월, 7월, 10월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해 학교 반경 250m, 500m, 1km, 2km에 각각 녹지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학업성취도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종, 성별, 부모 소득, 교사-학생 비율,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의 비율 등을 추려내 변인을 통제했습니다. 이 변인을 통제한 뒤에도 학교 주변 녹지 비율과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는 양의 상관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메사추세츠 주 교육청이 주관하는 성취도평가가 치러지는 3월의 녹지 비율이 아이들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나무가 더 많은 곳에서, 자연과 더 가까이 지내는 아이들이 왜 공부를 더 잘하는지를 설명하는 원인을 단정적으로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건강하게 자라고,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며, 스트레스를 덜 받고, 소음이나 대기오염이 덜 하다는 점까지 모두 다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녹지가 많기 때문에 성적이 오른다고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적어도 높은 양의 상관 관계가 발견됐다는 사실에 기대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추정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Pacific Standard)

원문보기

논문초록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108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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